brunch

매거진 신변잡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사 Oct 31. 2022

달라진 쇼핑의 기준

나는 언제부터 외형보다 기능에 집중하게 됐나?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겨울맞이 등산 장비 쇼핑이다. 산에 가기 시작한  처음으로 맞는 겨울. 등산인의 로망, 히말라야 정상 등반이나 지리산 종주 같은 원대한 계획을 품은  아니다. 그저 가까운 북한산을 가더라도 모자란 체력을 등산 장비의 힘에 기대야 하는 나이여 서다. 내가 가진 거의 유일한 재산인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색깔이 예쁜 옷이 아니라 보온과 방풍 기능이 있는 옷이 필요하다. 워낙 브랜드도 방대하고 가격대도 비싸다 보니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한정된 예산 내에서 해결해야 하니 고민시간은 한없이 길어진다.      


구입 완료한 건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방한 장갑과 귀를 덮는 플리스 소재의 모자. 적정한 가격에 심플한 디자인의  아이템으로 일단 겨울 칼바람에 손과 귀를 보호할 채비를 마쳤다. 이렇게 잔잔 바리는 쉽게 택했지만 묵직한 목돈이 들어가는 겨울용 재킷과 바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여러 브랜드의 합리적 가격 제품들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이다. 고어텍스, 슈퍼 스트레치, 발열 소재 같은 낯선 키워드가 붙은 아이템들을 둘러보다 피식 웃음이 삐져나왔다.      


언제부터 겉모양보다
소재와 기능을 보게 됐지?


 불편하더라도 예쁘면 그만이던 시절이 있었다. 왕복 3시간이 넘는 대중교통 출퇴근길에도 킬힐을 고집했고, 3 피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빡빡한 스키니 에 몸을 구겨 넣었다. 명품 카피 인지도 몰랐던 겨우  철을 입을  있는 허술한 SPA 브랜드 옷들을 사들였다.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이라 그렇기도 했지만, 선택의 기준은  겉모양이었다. 얼마나 예쁜가? 있어 보이나? 날씬해 보이나? 염두물건을 골랐다. 슈퍼 멋쟁이가 될 목표는 없었지만 그저 유행의 발뒤꿈치를  헐떡이며 쫓아가곤 했다.      


지난 10 , 가을이 깊어지면서 옷장을 재정비했다. 분명 지난봄, 여름옷을 꺼낼  겨울옷을 대충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버릴 옷들이  무더기 나왔다. 옷장에서 퇴출할 옷들의 대부분은 해진  없이 멀쩡하다. 옷장에서 수명을 다한 옷은 그저 손이 가지 않을  거나 작아진 건 아니다. 바로 옷의 소재. 조금이라도 까슬거리거나 숨통을 조이면 가차 없이   수거함 행이다. 몸무게가 크게 변한 것도 아닌데 이제는 굳이  끼는 옷에 나를 구겨 넣지 않는다. 예쁘다는 이유로 털이 숭숭 빠지는 앙고라 니트를 기침을 참아가며 입진 않는다.  번을 빨아도 보풀이 일어나지 않고, 변형이 생기지 않는 좋은 소재의 옷을 골라 입는다.    

  

예쁘지만 몸에 맞지 않는 불편한 옷을 버리듯 불편한 상황이나 껄끄러운 사람도 하나둘 정리 중이다. 햄버거불닭 같은 자극적인 음식처럼 먹을 때는 즐겁지만 속이 불편해 서서히 거리를 두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살다 보면 겉은 번드르르한데 안은 영 곯아 있는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멀쩡한 겉모습에 현혹되어 속도 멋질 거라고 제멋대로 믿었다가 호되게 당하곤 했다. 이제는 겉모습보다는 그 본질이나 내면을 가까이서 보려고 노력 중이다. 굳이 나와 맞지 않는 그리고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이나 상황에 나를 구겨 넣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겉치레에 홀리지 않기 위해 정신줄을 바짝 다잡는다. 대신 반듯한 성정을 가진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경험을 단련하고 긍정적인 자극을 서로 주고받는다. 어제보다 오늘이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의 재질을 다듬고 기능을 충전한다. 유행에 따라  계절 입고 버리는 너절한  대신 소재가 좋은 베이식한 옷이 옷장에서 장기 집권하는 것처럼. 탄탄한 소재로 만든  같은 튼튼한 사람이 기 위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누가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고 했던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