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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Aug 07. 2023

<먹는 마음> 후기, 그 감동 실화

부모님과 함께할 여러분의 다정한 시간을 응원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함께 먹은 마음(=다짐)을 책으로 엮은 <먹는 마음>이 세상에 나온 지도 3주 차에 접어들면서 속속 후기들이 도착한다. 평소 아이 키우며 먹고살기 바빠 책이라고는 자녀들 참고서나 교재, 아니면 동화책들을 사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오롯이 자신이 읽을 책을 샀다며 기뻐했다. 사방에서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가족과 업무의 아우성 사이에서 잠시 틈을 내 한 장, 한 챕터씩 어렵게 읽었다고 했다. 아직 진도를 나가는 친구들도 있고, 어느새 다 읽고 주변에 책 영업에 매진한 친구도 있다. 친한 친구가 책을 냈다는 사실에, 또 자신이 무사히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차오른 친구들의 후기를 듣다 보면 나도 금세 울컥해진다. 여러 후기 중에서도 책 쓰길 잘했다고 내 엉덩이를 스스로 토닥이게 하는 후기가 있다.      


“나 책 읽다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밥 먹자고 약속 잡았잖아.”

“나두 다음 주에 부모님 모시고 가까운 계곡이라도 가려고”

“책 읽고 나니까 여유 있는 다음으로 미룰 게 아니더라고.”


나도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다. 조금 더 여유가 있을 때 더 좋은 거 사드려야지. 그런 마음으로 20대, 30대를 보냈다. 나도 먹고살기가 바빠 부모님이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얼마나 늙어 갔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본 티브이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속에서 오래 머물던 터전을 떠나 더 넓은 세상에 덜컥 던져진 할아버지들의 신난 얼굴에서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돈도 시간도 넉넉하진 않았지만 일단 있는 걸 활용해 함께 대만 여행을 떠났다. 대만에 도착한 날, 첫 끼부터 한식을 먹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아빠와 대판 싸우면서 ‘막내딸 투어’의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싸우고 삐지고, 화해하기를 반복한 감정의 극기 훈련 수준의 첫 해외여행. 분명 힘들고 괴로웠지만 부모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재미 덕에 한국으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다음 여행을 계획했다. 엄마 아빠가 원한 건 5성급 호텔이 아니라 집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이었다. 몰라서 못 했을 뿐, 알면 그 누구보다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기회가 되면 떠났다.      


멀리 갈 시간과 돈이 있다면 국내외 여행을, 그게 없다면 집 근처 맛집이나 디저트 가게에서 잠시의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 계속됐다. 대만의 어느 푸드 코트에서 중국식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햄이 둥둥 떠 있던 김치찌개를 두고 냉기를 뿜어내던 막내딸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그 시간이 발화점이 되어 시간이 모이고 쌓여 책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늘 마음에는 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할 계기와 용기를 줬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책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 정답에 접근하는 모범생을 보는 기분이랄까? 지난 상반기 머리를 쥐어짜며 재능 없음을 탓하고, 바닥난 체력을 수액과 초강력 자양강장제를 들이부으며 쓰고 다듬은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부모님과 다정한 시간을 많이 쌓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혼자 마음속에만 바랐던 생각이 감동 실화로 돌아왔다. 엄마와 함께 멕시코 음식을 먹으러 가보겠다는 다짐, 부모님의 다리가 더 약해지기 전에 여행을 가겠다는 결심, 부모님과의 남은 시간이 유한하다는 깨달음, 지금부터라도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는 생각. 이 모든 걸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않고 현실로 만들어 가는 모두를 응원한다. 내 경험이 글이 되고, 글이 다시 책이 되고, 책이 다시 누군가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건 작가 입장에서는 다소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변화라면 격하게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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