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들의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옆머리는 귀 위로 2cm
뒷머리는 단정하게
앞머리는 옆머리 선에 맞춘 높이에서 일자로!
모처럼 아들방에서 함께 놀아주는데
긴 머리카락이 맘에 걸렸다.
조심스레 물어본다. "아들 머리 자를까?"
"응" 웬걸 그런다고 하네, 머리 자르는 게 무섭기도 하지만
아빠와 무언갈 더 함께 하고 싶었나 보다.
마음 변하기 전에 해야지.
아들에게 미용실에서 두를 법한 천을 급히 둘러본다.
"이런 너무 크다."
수건을 먼저 덧댄 다음 다시 둘렀다.
음 그럴싸하다.
화장실 변기 뚜껑에 그럴싸하게 앉히고는 가위질을 시작한다.
조심스레 귀 위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을 잡고 가위로 자른다.
어라, 생각보다 깔끔하게 잘 잘린다.
앞머리도 사각사각. 일자로 자르고 나니 녀석의 귀여움이 더 묻어나는 것 같다.
근데.. 시작하고 보니 머리털을 털어줄 스펀지가 안 보인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네 음.. 하는 수 없다. 서두르는 수밖에
이제 한 25개월? 26개월 된 녀석이 어느새 커서 이렇게 머리를 자르고 있다.
고맙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아들, 너는 내 분신이니 나보다 더 힘껏 살아다오.
사랑한다 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