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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순유 Mar 15. 2021

[내 생애 첫 오페라/목소리에도 첫인상이 있어요]

<피가로의 결혼 /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모르는 상대를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단 3초라고 합니다. 물론 그 첫인상은 맞기도 혹은 전혀 다르기도 하죠. 외적으로 보이는 첫인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목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짧은 한마디로 전해지는 강렬한 첫인상이 분명 존재합니다. 어떤 사람은 중저음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신뢰감을 주고, 어떤 사람은 탱탱볼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경쾌하게 해 줘요.




 남성의 음역대는 가장 낮은 베이스, 고음의 테너, 그리고 베이스와 테너 사이의 중간 음인 바리톤으로 나뉘고 여성의 음역대는 가장 낮은 음의 알토, 화려한 고음의 소프라노, 그 중간 음인 메조 소프라노로 나뉩니다. 더 세부적으로 테너 파트는 가장 날렵하고 가벼운 소리를 내는 레제로 테너(leggiero tenor), 밝고 따뜻하고 윤기 있는 음색의 리리코 테너(lirico tenor), 찌르듯 강렬한 젊고 활기찬 스핀토 테너(spinto tenor)로 구분할 수 있고 소프라노 파트는 대단히 화려하고 빠른 기교를 선보이는 완전 고음, 예전 ‘키메라’라는 성악가가 불렀던 ‘밤의 여왕 아리아’를 떠올리면 쉬울 거예요. 이런 목소리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coloratura soprano)라 부르고 무겁지고 가볍지도 않아서 서정적인 표현에 어울리는 목소리 리릭 소프라노(lyric soprano), 리릭 소프라노보다는 높은 음역을 차지하는 레지에로 소프라노(leggero soprano), 마지막으로 소프라노 중에서는 가장 낮은 음역을 소화하여 강렬하고 극적인 표현에 어울리는 드라마틱 소프라노(dramatic soprano)가 있어요.




 말을 하고, 말을 듣고, 말을 가르치고......  여전히 말을 공부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저는 ‘말’로써 사람의 성격을 짐작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오페라 작품에서의 배역을 보면 꽤 납득이 가는 예측입니다. 대부분 오페라에서 주인공은 화려한 고음을 소화할 수 있는 소프라노와 테너가 맡지요. 사랑을 고백할 때도, 이별의 아픔을 노래할 때도, 비장한 각오로 전장에 나갈 때도 주연 배우들은 인상 깊은 고음의 아리아를 부르는 반면 귀족의 하인이나 하녀 역할은 메조소프라노와 바리톤이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도 나이가 어린 하녀는 소프라노가 맡기도 하지만, 연륜이 있고 그래서 조언이라도 할 수 있는 하녀라면 나지막한 메조소프라노가 어울리죠. 재미난 건 바로 이 메조소프라노입니다. 메조소프라노는 중음의 여자 역할을 소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의 역할을 맡기도 하는데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시동(귀족 부모가 자신의 집안보다 신분이 높거나 세도가 있는 귀족 집안에서 일을 배우라고 보낸 아이를 말하는데 하인의 신분은 아닙니다)으로 나오는 케루비노의 역할을 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변성기 전의 남자 목소리를 남자 성악가들이 내기는 힘들죠. 그래서 메조소프라노가 미소년 분장을 하고 케루비노 역을 맡아 ‘바지 역할(trouser role)’이라고도 합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케루비노는 아침부터 밤까지 온통 여자 생각으로 가득한 10 소년이에요. 뚜렷한 대상이 없이도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넘쳐나는 나이, 자신의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나이의 케루비노는 배우라는 일은  배우고 백작 부인을 연모합니다. ‘아니! 감히 시동이 백작 부인을? 이런 맹랑한 !’이라고 생각할  있지만, <피가로의 결혼> 전작이라고   있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보면 지금의 백작 부인이 결혼하기 전에는 평민의 딸이었기에 케루비노는 백작 부인을 쉽게 생각했던 것이지요.


Voi che sapete che cosa e amor Donne, vedete s'io l'ho nel cor


Quello ch'io provo vi ridiro E per me nuovo, capir nol so


Sento un affeto pien di deir Ch'ora e diletto, ch'ora e martir


Gelo, e poi sento l'alma avvampar E in un momento torno a gelar


Ricerco un bene fuori di me Non so ch'il tiene, non so cos'e


Sospiro e gemo senza voler Palpito e tremo senza saper


Non trovo pace notte ne di Ma pur mi piace languir cosi


Voi che sapete che cosa e amor Donne, vedete s'io l'ho nel cor



사랑이 무언지 아시나요

그대  가슴에 사랑이 보이나요

내가 어떤 기분인지 이야기할게요

이런 적은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열망으로 가득 차올랐다가 또다시 고통스러워져요

얼어붙은  같다가 다시 타오르고 다시 얼어붙고

그리고는 사랑을 갈구해요

사랑을 잡는 방법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그러고 싶진 않은데 한숨이 나오고 슬프네요

이해할  없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려요

밤낮없이 불편하지만

 기분이 싫지 않아요

사랑이 무언지 아시나요

그대  가슴에 사랑을 보아주세요

그대  가슴에 사랑을 보아주세요


 케루비노의 아리아는 사랑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소년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좋아해 좋아해 당신을 좋아해

 하늘에 태양이 들고 있는  당신을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당신을 좋아해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당신을 좋아해

그대 없이는  살아  혼자서는  살아

헤어져서는  살아 떠나가면  살아

(패티킴,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내가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이런지 몰라

꼬집어 말할  없어도 서러운  나도 몰라

(나훈아, 갈무리)



 사랑이 싹트는 마음을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딨을까요? 머리로는 정답을 알겠는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마음은 길을 잡았는데 행동으로 들켜버리는, 내가 나를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사랑일 테니까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제목처럼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프랑스의 극작가 보마르셰의 작품에 당대의 유명한 대본작가였던 다폰테와 모차르트가 손을 잡고 완성한 작품입니다. 보마르셰의 원작은 ‘피가로 3부작이라 하여 1 세빌리아의 이발사, 2 피가로의 결혼, 3  많은 연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세빌리아의 이발사> 로시니의 오페라로 <피가로의 결혼> 모차르트의 오페라로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피가로의 결혼>은 <돈 조반니>, <마술피리>와 더불어 ‘모차르트 3대 오페라’로 손꼽히는데요. 풍자적이고 유쾌한 요소들이 많아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단, 등장인물이 많고 이들 사이에도 못된 사랑, 허락할 수 없는 사랑, 미련한 사랑이 정신없이 오가기 때문에 관람하시기 전에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먼저 파악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백작(알마비바)과 백작부인(로지나), 하인(피가로)과 결혼한 백작부인의 하녀(수잔나), 그리고 시동(케루비노)까지만이라도 파악하고 본다면 훨씬 재밌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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