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서재 같은 비밀 아지트

문화공간 산책 - 용인 ’리브레리아Q’

by 행복한독서

용인 기흥구에는 흥덕마을이라는 작은 동네가 있습니다. 리브레리아Q는 이 동네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책방지기는 수년 전에 이 마을 주민이었는데요, 그때 이 동네에서 오랜 꿈이었던 책방을 열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신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동네가 주는 예스러운 정서가 좋았고, 이 마을에는 북카페와 어린이책방뿐, 어른을 위한 서점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가 좋지 않았는지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며 몇 년이 흘러갔고 생각지도 못하게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 7월, 그것도 이 동네를 떠나 이사한 후에야 정말로 이 동네에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리브레리아는 이탈리아어로 ‘서점’입니다. 책방 이름이 서점Q인 셈이죠. Q는 책방지기가 오래 사용한 아이디인 콰르텟(Quartet)의 Q이면서 질문(question)의 Q이기도 합니다. 콰르텟의 책방에서 함께 읽고 책을 통해 질문하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지요. 그냥 발음대로 하자면 ‘큐레이션’의 ‘큐’도 되겠고요. 책방지기는 이 공간에서 서점원Q로 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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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꾸밀 때 누군가의 서재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서가로 꾸미고 싶었습니다. 사정에 맞는 곳을 구하다 보니 다세대 건물 1층, 길에서 보이지 않는 안쪽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꼭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도 그렇고요. 모든 책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보니 빠르게 돌아보기보다 한 권씩 차분히 살펴보고 한 권이라도 마음에 들어온 책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책이 많은 친구의 집에 놀러 간 기분으로요. 노랗고 고요한 책방을 비밀 아지트로 삼아주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이 요즘의 행복입니다.


큐레이션은 동네책방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부분일 텐데요, 리브레리아Q 역시 고유의 큐레이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책방을 열 때 생각한 두 가지는 ‘첫째, 책만 팔자. 둘째, 팔 책들은 읽은 책과 읽고 싶은 책들로만 채우자’였습니다. 직접 읽었거나 읽고 싶은 책들로만 채우다 보니 신간의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조금 고집스러워 보여도 제가 잘 모르는 책들보다는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들이어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즐거워야 지속가능한 일이 될 테고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리브레리아Q만의 결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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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도 아니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도 아닌데, 게다가 팬데믹으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는 시기에 문을 열었으니 누군가 찾아와서 책을 사길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지요. 그래서 시작과 동시에 시작한 서비스가 ‘비밀 책, 맞춤 큐레이션 정기구독, 책 선물 서비스’입니다. 세 서비스의 공통점은 모두 어떤 책인지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블라인드 북은 아주 오래전부터 해외의 작은 책방에서 유행했고, 한국에도 이미 많은 책방이 하는 것이라 후발 주자인 리브레리아Q만의 특징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간이나 많이 팔린 책이 아닌, 눈에 안 띄고 지나간 책 중에 보물 같은 책을 찾아서 보내고 있어요. 책 리뷰를 올리는 SNS를 오랫동안 운영하며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을 읽고 올리면 이런 책이 있는 줄 몰랐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는 했거든요.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비밀 책과 함께 보내는 서점원의 소소한 이야기를 적은 ‘서점원Q의 편지’입니다. 물론 손글씨로요. 기계를 통해 텍스트를 주고받는 삶이 익숙해진 시대에 손으로 쓰인 엽서는 이제 희귀한 문화가 되어버려서인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아해 주셔서 손가락 관절이 버텨주는 한 계속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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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이라면 무릇 작은 독서모임들이 활성화되어야 할 테지만, 시절이 이런지라 온라인 만남을 병행하며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모임으로는 소설만을 읽는 소설클럽과 페미니즘 책을 함께 읽는 페미니즘 북클럽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으로는 재난과 혐오의 시대에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며 자신을 돌보아야 할지 함께 읽고 고민하는 책 읽는 엄마 모임이 있으며, 환경과 생태 그리고 인권, 여성 등 삶과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을 책을 통해 읽고 이야기 나누는 북클럽이 있습니다. 하나의 북클럽을 제외하면 시즌제로 운영하고 있어서 한 시즌이 끝나면 조금 쉬었다가 시작하는 형식입니다. 팬데믹이 끝나고 모이는 것이 자유로워지면 좀더 자주, 좀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겠지요. 그날이 어서 와서 책방이 북적이기를 기다립니다.


•위치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2로65번길 16-5 안쪽 102호

•운영 시간 : 월~금 12시~17시 / 토요일 예약 / 일요일 휴무

•연락처 : 010-8882-4332

•인스타그램 : @libreriaq


정한샘_리브레리아Q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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