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이 펼쳐야 할 꿈과 도전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
명수정 글·그림 / 40쪽 / 15,000원 / 글로연
“이 치마 하늘 끝까지 펼쳐져?” 치마를 입혀주는데 다섯 살 조카가 물었습니다. 그 순간 조카의 사랑스러움으로 인해 이 책을 만들게 되었어요. 치마가 하늘 끝까지, 세상 끝까지 펼쳐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 마음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주어지는 위치는 결코 동등하지 않았고,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았으며,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린이들이 읽고 보는 책, 영화에서도 이런 현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의 치마가 활짝 펼쳐지길 바라는 여자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대륙마다 찾아보고 모아서 활짝 펼쳐진 치마들 곳곳에 수놓았습니다. 아주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 중 여성과 남성에 관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루어진 것만을 선별하다 보니 이야기를 고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대륙별로 여성 인권의 현 위치도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여성의 인권이 높은 편인 대륙에서는 그나마 선택의 폭이 있었지만, 여성의 인권이 낮은 대륙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답니다. 우리나라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겠지요.
치마의 형태는 자연에서 찾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 어린이들이 한순간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자연을 바라보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자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마당에서 고개를 들어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들을 바라보다 보면 하루 종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어요. 그 구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의 꿈들이 뭉게뭉게 자라났지요. 꼭 지구를 위한 일뿐 아니라, 우리의 꿈을 위해서도 자연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이 아닌 치마의 형태도 있습니다. 꽃병과 지붕이 그렇지요. 저는 여러분이 꽃이 꽂힌 꽃병을 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길 원했어요. 앞면에서는 꿀벌이 입은 치마였던 꽃송이가 이번에는 꽃병이라는 치마를 입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누구나 언제든지 서로가 서로의 입장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꽃병은 자연이 아닙니다. 형태가 자유롭지 않은 도자기는 우리를 정해진 좁다란 공간에 가둘 수도 있지만, 또한 여러분은 그것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마치 뮬란처럼요. 한계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서 한계가 될 수도, 자신의 힘으로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답니다.
지붕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집의 가장 윗부분이지요. 되도록 치마의 형태를 자연에서 찾아보려 했지만, 그 자연 속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인 집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자연 속에 자리한다면 노을 속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듯이 잔잔하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김홍도의 「산사귀승도」와 밀레의 「만종」과도 같이 말이에요.
마지막에 여자아이는 치마폭 가득히 세계를 그려 넣었습니다. 세계지도를 그릴 때 우리나라가 중심인 지도가 아닌 세계적으로 표준인 지도를 기준으로 작업했어요. 우리나라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우리나라의 위치가 중심인지 구석인지, 크기가 커다란지 작은지가 아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고 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구 어디에 있든 우리 어린이들이 이런 자세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제가 모아놓은 이야기를 통해 여자아이들은 더 활짝 자신의 치마를 펼치고 남자아이들은 여성에 대해 보다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함께 꿈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분명히 세상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결국에는 모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동등한 위치에서 같은 마음으로 씩씩하게 자신의 치마를 마음껏 펼칠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이 그날이 오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명수정 작가는 세상 모든 이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씩씩하게 그들의 꿈을 마음껏 펼치길 바랍니다. 신체의 한계를 넘어 세상 모든 이들이 음악에 춤출 수 있기를 꿈꾸며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를 펴냈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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