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우리의 저물어가는 생을 축복합니다
강신주 지음 / 200쪽 / 15,000원 / 엘리
우리 삶의 여정이 인연의 연속이라면 부모와 자식만큼 끈끈하고 깊은 인연이 또 있을까? 내 속에서 나온 자식, 나를 낳아준 부모! 부모는 자식을 통해 삶을 이어가고, 자식은 부모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어른이 된다. 옛말에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릴 수 있으나 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자식을 품은 부모의 사랑은 감히 자식이 넘볼 수 없는 것이리라.
이 책은 80대 늙은 부모가 미국에 사는 딸을 보러 왔다가 아버지가 낙상을 당해 딸이 뜻하지 않게 아버지의 병간호를 맡게 되면서 마주하는 삶의 조각들을 그린 것이다. 50대 딸, 자신도 이미 노년기로 접어드는 나이인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태어나 “만나고, 헤어지고, 울고, 살아”가면서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죽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깊이 살피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또 다른 아버지를 만난다.
아이들을 보고 웃고, 고양이를 보고 웃고, 파도를 보고도 웃던 아버지. 딸이 커피만 타드려도 그저 벙긋벙긋 웃던 아버지는 거동을 못 하자 웃음을 잃어버렸다. 목욕과 배변을 도와드리려 하자 차마 딸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듯 천장만 응시하며 무언의 거부를 한다. 하지만 딸은 날마다 “배변한다는 것 자체가 그저 축하할 일”이라는 걸 거침없는 생각과 행동으로 아버지를 설득하고 실천한다. 그러면서 “내 손으로 아버지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고, 아버지를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보호해드릴 수 있고, 내 손으로 한 인간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한다.
“나의 손에 늠름하게 들린 자신의 똥을 보며,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던 아버지도 이제는 같이 웃으신다. 아버지는 더 이상 자신의 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내가 아버지의 똥을 들어 올려 보여드리는 순간, 아버지에겐 자신의 똥이 더러운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해진다. 내가 아버지의 똥을 치우는 게 더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확실해진다. 우리 모두는 자유로워진다. 그것이 더할 수 없이 좋다.” (52쪽)
3년의 간병 끝에 아버지는 결국 영면에 드신다. 딸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장례식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한다. “나의 장례식을 너의 결혼식처럼 해”달라는 아버지! 그리고 가족은 정말 아버지의 장례식을 위해 멋진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야말로 가족 모두 각자 나름의 시간을 자유로이 자신의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돌아가신 ‘강대건’을 추억하는 것으로.
내게도 90세 중반인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가 요양병원으로 가시자 어머니는 막내딸인 나와 마지막 생을 지내고 싶어 했다. 그런 어머니를 아직 모시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찾아낸 듯싶다.
그렇다. 누구나 노년을 맞이하고 죽음에 이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보듬고 보살피며 파도처럼 넘실넘실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리라. (에세이, 일반)
김현숙_책방 ‘국자와주걱’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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