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집

작은 집에 담긴 저마다의 꿈

by 행복한독서

많은 사람이 오가고 세월이 흘러 허름해진 공간은 그림 그리는 아가씨의 손길로 예쁜 찻집이 됩니다.

그렇게 시간의 더께가 앉아도 변치 않는 게 있지요.

늦은 밤까지 일하는 중년의 아저씨와 홀로 가족을 기다리는 할머니, 더 나은 미래를 소망하는 청년들….

바로 이 공간에 머물렀던 소중한 이들의 빛나는 ‘꿈’입니다.

한 달, 일 년 혹은 십 년을 훌쩍 넘어 살아가는 공간인 나의 작은 집에서

여러분은 매일 어떤 꿈을 꾸시나요?



나의 작은 집

김선진 글·그림 / 48쪽 / 13,000원 / 상수리



『나의 작은 집』은 작업실을 여러 번 이사하며 전해들은, 그곳에 살았던 소박하고 따뜻한 꿈이 있는 사람들과 그 집의 새로운 주인이 된 제 이야기를 담담하게 푼 책입니다. 오래된 작은 집에 여러 사람들이 떠나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바꿔 나가는 이 이야기는 누구나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며, ‘나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막 생겨나는 어린이들에게 읽어 주고 싶은 동화라고 먼저 말하고 싶어요.


작업실 이사 다섯 번째에 서울의 한 동네 5-130번지로 오게 되었습니다. 수십 년이 넘은 주택단지 한편에 자리 잡은 2층짜리 작은 집은 무척 낡았고 먼지덩어리와 거미줄, 쓰레기가 굴러다녔어요. 벽은 온통 까만 페인트가 칠해진데다 텅 빈 내부에서는 윙윙 바람소리가 났지요.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걱정이었지만 나만의 느낌이 있는 공간을 갖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기운을 내고 차근차근 공사에 들어갔어요. 페인트칠을 하고 등을 달고 바닥칠도 하며 낡고 허름한 창고 같은 모습에서 온전히 나를 닮은 새 작업실로 바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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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작은 다락에 꿈꿔오던 레몬색 커튼과 조명을 달고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차를 마시고 그림을 그리던 어느 날, 방문한 주인 할머니가 이곳에 살다 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처음에는 할머니 가족의 운전기사 아저씨가 차를 주차하고 주무시던 차고였다가 그후 사진과 교수님이 주차장 입구를 벽돌로 막고 문을 달아 작업실로 썼다고 해요. 다음은 카페를 하던 아가씨가 잠깐 살았고, 모자 쇼핑몰을 하던 청년들까지…. 긴 시간동안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 작은 집에 겹겹이 쌓인 시간과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어요. 또 똑같은 사각형의 공간이지만 누가 살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꿈과 취향을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그들의 집은 어느새 제 머릿속에서 지어지고 있었지요.


더미를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논픽션에 픽션을 더해 제가 상상한 캐릭터들로 조금씩 바꾸고 재구성해서 실제 주인공인 제가 그 안에 들어가게 만들었어요. 먼저 운전사 아저씨는 좀더 독립성을 주기 위해 정비사 아저씨로, 사진과 교수님은 사진사 아저씨로 바꾸었고 혼자 사는 할머니와 고양이 이야기를 추가했지요. 마지막으로 작은 전시장을 꿈꾸는 현실의 저는 그림책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좋아하는 찻집 아가씨가 되었어요. 그리고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꿈을 하나씩 주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떠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어요. 모두들 꿈을 이루고 행복했을 거라는 전제하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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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 아저씨가 주차장 벽을 메우고 남긴 벽돌에 찻집 아가씨는 봉숭아 씨앗을 뿌렸어요. 누군가 버리고 간 벽돌이 다른 이에게 쓸모 있는 화분이 되는 것처럼 같은 물건이지만 누가 쓰느냐에 따라 용도와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었지요. 본문의 각 이야기마다 나오는 집은 시대에 따라 모습도 다르게 하고, 오래된 물건과 정서를 좋아하는 제 취향도 곳곳에 넣었어요. 제 모습이 투영되니 소품 하나하나 그리는데도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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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그림책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집 이야기로 다가올 수도,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틀은 처음 모습 그대로이지만 카센터도, 사진관도, 카페도, 모자 공장도 되었다가 지금은 제 작업실인 작은 집. 저도 언젠가는 여섯 번째 작업실을 찾아 또 다른 ‘나의 작은 집’을 꾸밀 테고, 이곳을 떠나면 새로운 누군가가 들어오고, 나가고, 또 들어오겠지요.

“안녕, 나의 낡고 작은 오래된 새집.”



김선진 선생님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천 인형과 뜨개질, 자수 등 조물조물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고, 느린 시간과 오래된 것들, 손때 묻은 물건들을 좋아합니다. 『나의 작은 집』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입니다. 앞으로도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으며 살고 싶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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