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골칫덩이 ‘행복’에 대한 단상
과자가게의 왕자님
마렉 비에인칙 글 /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 이지원 옮김 / 92쪽 / 32,000원 / 사계절
『과자가게의 왕자님』에 대한 기억은 아주 생생합니다. 지금껏 그린 책 중에 가장 빨리 작업한 책이니까요. 포르맛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작업을 두 달 안에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아주 짧은 시간이어서 고민이 됐지만 무엇보다 글이 마음에 들었고, 꼭 이 글에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긴 판형의 아코디언북 형식도 무척 흥미로웠고요. 저는 긴 프레스코화처럼 하나의 긴 일러스트레이션이면서도 고전적인 책 형태로 한 장씩 책장을 넘길 수 있는,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생각해야 했어요. 그때는 이 작업이 얼마나 힘들지 몰랐던 거죠. 하지만 놀랍게도 두 달 만에 작업을 마칠 수 있었어요. 저로서도 기록이에요. 물론 또 다른 기록도 있죠. 6미터 50센티나 되는 이 책의 길이 말이에요.
보통 작업을 하며 어떤 영감을 받았냐는 질문을 받는데, 사실 저는 영감이라는 게 정말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차라리 주위의 사물에 대한 열린 마음이라는 말로 그 단어를 대신하고 싶어요. 바라볼 줄만 알면 모든 것은 아주 단순해요. 이 모든 것이 가까이 있고,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수 있으니까요. 주위를 둘러보고 보이는 것을 그려보는 거죠. 『과자가게의 왕자님』의 경우 작업 중에 차고 정리 세일에서 오래된 신문들을 발견했어요. 신문에는 여러 물건의 작은 사진들이 정말 많았고 그 일부를 작업에 이용했죠. 저에겐 그런 행운이 가끔 있어요. 꼭 필요한 순간에 바로 필요한 것이 나타나는 일이요.
그리고 저는 바로 이 책의 스케치를 시작해야만 했어요. 무언가가 머릿속에 떠오르길 차분하게 기다릴 수가 없었죠.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칵투시아, 그리고 왕자를 발견하는 것이 제겐 아주 중요했어요. 글 전체가 칵투시아와 왕자의 대화에 기초하고 있어서 나머지는 전부 상상해야 했으니까요. 여러 상황을 상상하고,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도 해결해야 했어요. 그러다 저는 동물들을 떠올렸어요. 글에는 나오지 않는 곰과 개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나서야 이야기 전체를 끌어낼 수 있었죠. 그 덕택에 상황과 그림들을 조합할 수 있었고 저는 아주 기뻤어요.
그들은 칵투시아와 왕자의 캐릭터를 더 잘 보여줄 수 있게 해주는 요소들이에요. 곰은 왕자가 행복에 대해 안고 있는 문제의 반영으로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커지고, 점점 더 무거워지죠. 그에 반해 작고 장난스러운, 놀이를 하는 듯한 개는 칵투시아 캐릭터를 보여줘요. 그저 순간을 살고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놀이처럼 인생을 즐기고 있지요.
이 책에서 맛있는 케이크와 여러 디저트들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저는 사실 달콤한 케이크를 아주 많이 좋아해요. 하지만 세련되고 복잡한 디저트가 아니라 책에 나오는 퐁치키(폴란드식 도넛)나 이스트를 넣은 빵처럼 간단한 걸 좋아하는데 그걸 먹을 때면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칵투시아와 행복을 느끼는 방식이 비슷하죠.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자면 때로는 괜찮은 작업을 하거나, 어떨 때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왕자와 비슷할 때도 있죠. 행복의 조건을 모두 갖춘 것만 같은 순간이지만 행복해할 줄을 모를 때도 있으니까요. 사실 행복을 느끼는 건 여러 순간들인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모두가 행복했으면 해요. 그리고 제 책이 한국에서 계속 출간되어 한국 독자분들과도 작품으로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폴란드의 그림작가입니다. 연필 드로잉을 통해 표현되는 부드러운 흑연 질감의 그림이 인상적이며 『잃어버린 영혼』으로 2018 볼로냐라가치 픽션을 수상했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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