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석이 만난 책방인-동네책방 개똥이네책놀이터 정영화 대표
8년 가까이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 터 잡고 인근 주민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는 작은 책방이 있다. 모든 작은 책방이 그렇듯 이 책방 역시 어른들에게는 책을 매개로 한 사랑방이며, 아이들에게는 둘도 없는 놀이 공간이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사랑하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 책방은 ‘동네책방 개똥이네책놀이터’(이하 개똥이네책놀이터)이다.
정영화 대표가 처음 서점 운영을 제안받은 건 2011년 여름이었다. 도서출판 보리에서 장소는 마련해두었으니 서점과 문화 공간을 겸해 운영을 맡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어린이집 교사를 오랫동안 했고, 아이들의 놀이와 문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 적임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개똥이네책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좋은 책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읽으며 꿈을 키우는 책놀이터’이자 ‘주민들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바루고 좀더 좋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꿈을 나누는 책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영화 대표는
이제도 그랬고 앞으로도 소통과 배움, 나눔이 있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다
는 말로 개똥이네책놀이터의 성격을 규정했다.
개똥이네책놀이터는 사실 성미산 마을공동체와 이웃하고 있어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받는다. 책방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십시일반 돕기도 하는데, 특히 개똥이네놀이터에서 여는 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1997년 어간부터 마을공동체가 형성되면서 교육과 먹거리를 고민했는데, 그중 교육의 한 축을 개똥이네놀이터가 담당하는 셈이다. 어떤 이는 “개똥이네책놀이터가 ‘성미산학교’ 부설이냐”고 묻기도 했단다. 그만큼 성미산 마을공동체와 개똥이네책놀이터가 상생한다는 말로 들린다.
초등학생들은 학교를 마치면 지하에 마련된 문화 공간 ‘올챙이랑 달팽이네’ 이곳저곳에서 저마다의 놀이에 몰두한다. 책을 읽을 때도 있고, 그 작은 공간에서 숨바꼭질을 할 때도 있다. 마냥 시간을 때우는 게 아니다. 몇몇 작가와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참여해 바느질과 서예, 신문 만들기 등의 활동을 이어간다. 이 공간에서 함께 뒹구는 아이들이 하루에 많게는 오십 명에 이른다. 정영화 대표는 아이들이 이런 마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이렇게 말한다.
“방정환, 이오덕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발성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선생님들이 활동을 돕지만, 세련되게 만들기 위한 도움은 주지 않아요.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해보면 자기만의 놀이 방식을 터득하는 거죠.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면 커서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저마다 이야기하고, 함께할 놀이를 정하면서 더불어 사는 방법도 하나씩 익힌다. 4학년쯤 되면 작은 무리를 지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또박또박 이야기한단다. 작지만 큰 변화가 개똥이네책놀이터 지하 작은 공간에서 움트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키워가는 사이, 어른들은 책 모임을 하나둘 만들었다. 지금 운영되는 모임은 모두 열두 개. 정영화 대표는 “책모임 100개가 앞으로의 목표”라고 명토 박는다. 핵심이 되는 책 모임 하나에 정 대표의 남편도 참여한다. 책방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처음 왔을 때 나도 돕겠다며 슬쩍 등 떠밀던 남편이었다. 정 대표는 “하지만 책방 운영은 온전히 제 몫이다”며 웃는다. 그래도 책 모임 하나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개똥이네책놀이터의 핵심 책 모임으로 발전하도록 도운 것만으로도 고맙단다. 정 대표는 이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분가해서 책 모임 100개가 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
개똥이네책놀이터는 지금 변화를 꿈꾼다. 변화의 핵심은 한 발 더 ‘자립’하는 것이다. 지금 책방 자리는 보리출판사가 자금을 내놓아 마련했고, 초기 2년 동안 보리출판사와 휴머니스트가 운영 관련 비용을 도왔다. 운영위원회에 참석해서 책방 운영에 관한 이런저런 자문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의 개똥이네책놀이터가 있는 건 이들의 후원과 관심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정 대표는 말한다.
정기적 도움이 끊기고 나서부터 자립에 대한 고민은 시작되었다. 초등학생 돌봄을 시작했고, 주변 7개 서점들과 함께 ‘마포서점 협동조합’을 만들어 주변 학교와 도서관에 납품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정 대표는 현재 이 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 대개 책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없어 발생한 일들이었다. 정영화 대표는 송인에서 “인터넷 주문을 해도 좋다”며 찾아왔을 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일일이 전화해서 현매로 구매해야만 했던 책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되니 신세계가 열린 듯했다”며 웃는다. 작은 동네책방들이 겪는 한결같은 이 어려움은 언제나 해결될까.
어려움도 많지만 지금이 ‘더 자립’의 시기라고 정 대표는 강조했다. 8년 가까이 임대료 걱정 없이 지냈지만, 이제는 보리출판사와의 관계를 새롭게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로에게 좋은 방법으로 전세금 안이 나왔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정 대표는 책방의 헐거워진 시스템을 정비하고, 후원회를 더 모집하는 일에 지금 열심을 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이곳저곳에서 청취하고 있다.
“사실 뭔가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이 많았어요. 그때 폭탄을 맞았다고 할까요. 그래도 마냥 주저앉지 않고, 극복해보자 이런 마음이 생겨서 다행이죠.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각각의 운영 주체들에게 이런 마음이 함께 생겨서 다행이에요.”
정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가, 비록 힘이 들지만 고마운 시간으로 여긴다. 이제껏 개똥이네책놀이터를 운영하면서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인터뷰 말미에 한 말이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이 공간을 통해 책 읽는 사람이 하나라도 늘어났다면, 그게 우리 책방의 가장 큰 자랑이겠죠.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진짜 이유를 배워가는 곳이라고 소문이 나면 좋겠어요.”
8년여 이어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개똥이네책놀이터 문턱을 넘었을 것이다. 그들의 발길이 오늘의 동네책방 개똥이네책놀이터를 있게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장동석_출판평론가, 『뉴필로소퍼』 편집장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19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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