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서운 늑대라구!

by 행복한독서

책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첫 만남에서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게 된다. 책에 대한 마음, 독서 경험에 따라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유아나 낮은 학년 아이들에게는 책을 얼마만큼 좋아하는지 몸으로 표현해보라고 한다.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몸으로 표현했을 때 독서에 대한 더 솔직한 마음을 알 수 있다. 양팔을 높이 올려 큰 원을 그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예 팔짱을 끼고 돌아서는 아이도 있다. 얼마 전에 만난 2학년 남자아이는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을 몇 가닥 들어 보이며 딱 요만큼 좋아한다고 했다. 높은 학년의 친구들에게는 “나에게 책은 ㅇㅇㅇ이다”는 문장을 채우게 하고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긍정적인 대답보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많다. 학부모 연수에서도 책을 좋아하는 정도를 몸으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아이들만큼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내 아이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면 좋겠는지 표현해보라고 하면 모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려 큰 원을 그린다. 자녀들만큼은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이유는 아마도 독서의 힘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난 무서운 늑대라구!』(베키 블룸 글·그림 / 고슴도치)는 독서의 힘을 보여주는 책이다. 앞표지를 보면 오른쪽 위에서 늑대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고, 그 아래에는 젖소와 오리와 돼지가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다. 늑대에게 잡아먹힐 위급한 상황인데 책을 보는 독자도 젖소와 오리와 돼지처럼 느긋하다. 그 이유는 『난 무서운 늑대라구!』라는 책 제목이 마치 울타리처럼 늑대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여행에 지친 늑대가 마을로 들어선다. 늑대는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괜히 눈이라도 마주치면 곤란한 일이 생길까 봐 모두 늑대를 못 본 척한다.

난 무서운 늑대라구1.jpg


오랜 여행으로 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픈 늑대는 먹이를 구하러 마을 바깥에 있는 농장을 찾는다. 배가 고픈 늑대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으르렁거리며 달려가지만, 젖소와 오리와 돼지는 책을 읽느라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무서운 늑대라구2.jpg


“난 무시무시한 늑대라구!”

라고 하지만, 자신들은 교양 있는 동물들이니 책 읽는 데 방해하지 말고 그만 가라는 말에 늑대는 글을 배우러 학교에 간다. 학교에서 글을 익힌 늑대는 농장을 찾아가 보란 듯이 책을 꺼내 큰소리로 읽지만, “한참 더 배워야겠다”는 핀잔만 듣는다. 이번에 늑대는 도서관으로 달려가 열심히 책을 읽는다. 잘 읽는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농장 동물들을 찾아갔지만, 이번에도 아직 멀었다는 말만 듣는다.

늑대는 포기하지 않고 서점으로 달려가 조금밖에 남지 않은 돈으로 책을 사서 읽고 또 읽는다. 난생처음 자기만의 책을 가져본 늑대는 한 줄 한 줄 정성껏 읽는다. 그리고 다시 농장을 찾았을 때 늑대는 독서가 몸에 밴 사람이 그렇듯이 책을 꺼내 차분하게 읽기 시작한다. 늑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감동한 농장 동물들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칭찬한다.


난 무서운 늑대라구3.jpg


늑대는 농장 동물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교양 있는 동물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 뒤 학교와 도서관, 서점에서 점차 교양을 쌓으면서 옷차림새와 행동 양식도 차츰 변해간다. 학교에서 어느 정도 글자를 익혔을 때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들어가던 늑대는 도서관에서 더 많은 책을 읽은 뒤에는 울타리 문을 점잖게 두드린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책을 사서 읽게 된 뒤에는 종을 울리고 들어가 책을 읽는다. 이런 모습에서 독서를 통해 내적 성장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처음 늑대가 마을에 들어섰을 때는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두려워했던 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늑대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뒤표지에는 늑대가 농장에 뛰어들었을 때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가기에 바빴던 토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이는 독서가 보여주는 선한 영향력이다.


난 무서운 늑대라구4.jpg


『난 무서운 늑대라구!』를 함께 읽고 독서가 늑대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이야기 나누고, 서점에 가서 ‘나만의 책’을 골라보면 좋겠다.



남혜란_한국그림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신개념 독서교육 그림책놀이』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문제가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