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의 꿈

언젠가 날아오를 그날을 위해

by 행복한독서
새가 날아가 닿은 곳엔
언젠가 본 듯한 모습의 나무와 꽃향기로 가득했어요.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새는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어요.



알바트로스의 꿈

신유미 글·그림 / 52쪽 / 16,000원 / 달그림


『알바트로스의 꿈』은 저의 인생 그림책으로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걸어온 그림책작가로서의 길과 관련이 있습니다. 1999년 처음으로 그림책 일러스트 일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 창작 그림책 더미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열여덟 해가 지난 2018년이 되어서야 첫 번째 창작 그림책 『너는 소리』가 출간되었습니다.


두 번째 창작 그림책 『알바트로스의 꿈』을 작업하면서 날지 못하는 새 알바트로스가 언젠가 날아오르기 위해 걸어갔던 그 길이, 제가 오랜 시간 창작 그림책 출간이라는 꿈을 위해 걸어왔던 그 길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길은 외롭고 힘들고 때로는 기쁜 일도 있었지만, 언젠가 다다르지 못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견디고 견디어내는 인고의 시간이었거든요. 결국 이러한 그림책작가로서의 삶이 그림책에 투영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의미는 지금도 꿈꾸는 저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저는 늘 자연과 더불어 사는 꿈을 꿉니다.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은 도심에 위치한 주택이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마당과 테라스에 정원도 있었던 그곳에서 참 행복했습니다.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모범생이라는 틀에 갇혀 학교와 집을 오갈 때면 잠시나마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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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살고 싶다.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 저렇게 싱그럽게 살고 싶다.’

뭐 그런 상상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부터 하늘을 보며 위안을 받는 건 저의 일상이 되었고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날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날지 못하지만 언젠가 날아오르기 위해 묵묵히 걸어간 알바트로스, 제 인생의 시점에서 본다면 지금이 알바트로스가 자신을 뒤흔드는 거센 바람 속으로 막 뛰어들었던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때가 되면 바람과 한 몸이 되어 더 높이 날아오르게 되겠죠. 그러다 보면 저도 몽유도원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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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커다란 문제들을 다 떠나보내고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게 될 제 인생의 마지막, 저는 이 부분을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묘사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여행 그림책, 그러니까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굴곡을 표현하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이상희 선생님 워크숍에서 그림책 씨앗 찾기를 하다가 제가 읽고 있던 책 『동양 명화 감상』에서 「몽유도원도」를 만났고, 안평대군이 꿈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그 길을 그림책의 각 장면으로 구성하게 됐습니다. 「몽유도원도」는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밤에 꾼 꿈의 내용을 화가 안견이 그린 그림입니다. 제 그림책이 「몽유도원도」와 결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면, 안평대군 역시 정치적인 권력이나 속세를 떠나 자연과 노니며 사는 삶을 간절히 원했고 그 내용이 꿈으로 표현되어 그림으로 그려졌다는 점입니다.


알바트로스의 꿈 (3).jpg ⓒ신유미, 달그림(『알바트로스의 꿈』)


「몽유도원도」라는 소재에 알바트로스를 도입시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한 지 7년 동안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말을 탄 옛날 사람, 말을 탄 여자, 다섯 가지 동물, 등산하는 커플 등을 캐릭터로 그려 보았지만 마땅히 주연 배우를 만나지 못한 셈이었습니다.


출간되기 1년 전 출판사와 계약 후 캐릭터와 글 내용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평소 좋아하는 이은미 가수의 노래 「알바트로스」를 들으며 머리를 탁 치는 깨달음이 있었고 7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글 원고를 그날 저녁 10분 만에 완성했습니다. 한마디로 제 그림책은 이은미 가수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알바트로스의 꿈』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에게 어떤 꿈이든 멈추지만 않으면, 그러니까 그만두지만 않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제가 몸으로 체득한 진리니까요. 언젠가 날아오를 그날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걷고 있을 당신께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신유미 작가는 자신의 그림책으로 음악을 만들고 피아노로 연주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너는 소리』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yoomi_shin(공연 및 강연 문의)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1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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