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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Feb 18. 2022

책과 함께 콘텐츠를 파는 책방

문화공간, 특성화 책방4 - 콘셉트 책방

“도서정가제가 사라지면 동네책방도 사라집니다”

라는 도서정가제 지지 포스팅 아래 붙은 날 선 댓글을 보았다. 

“세상이 변하는데 서점도 변해야죠.” 

“책 파는 것에만 의존하지 말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팔 생각을 하세요.” 

어쩌면 맞는 말이다. 세상은 변했고 서점도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건 책방은 책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 책만 팔지는 않지만 책을 팔아야 하고, 문화공간이 되어도 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콘텐츠 기업이나 커뮤니티 공간이 빛깔 좋은 책을 두르고 책을 판다고 책방이 되진 않으니까. 


많은 책방이 책을 팔기 위해 콘텐츠를 판다. 필자가 운영하는 책방 역시 책 문화 언저리에서 콘텐츠란 이름으로 무언가를 만든다. 책방에 손님을 끌기 위한 궁여지책이기도 하고, 부수적인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고, 차별화된 책방을 만들기 위함이기도 하다. 콘텐츠란 사전적 의미로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을 말한다. 문자, 기호, 음향, 이미지, 영상, 사진 등은 물론 특정 공간이나 상품, 무형의 무엇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출판을 함께하는 책방도 늘었고, 굿즈를 만들어 유통하거나, 영상을 만들고 팟캐스트를 하는 책방도 많아졌다. 


이번 호에서는 책과 함께 콘텐츠를 파는 서점 몇 곳을 소개한다. 그중 첫 번째로 소개할 책방은 책만 팔지만 책만 팔지 않는 서점 ‘니은서점’이다. 니은서점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작은 동네책방으로 인문·사회 도서가 주를 이룬다. 다소 어려운 책이 많지만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한다. 두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책을 선정하고 함께 읽을 사람을 모집하는 ‘하이엔드 북토크’를 운영한다. 작가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책을 구매하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또한 책방 운영자와 관계자들이 매월 한 권의 책을 골라 유튜브로 소개한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가 아닌 각자 개성과 취향에 따라 고른 책들로 에세이, 정치, 인문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하고, 자신이 소개한 책을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니은서점 외에도 많은 책방이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진행하지만 책을 소개하고 책만을 콘텐츠로 하는 곳은 많지 않다. 

니은서점 ⓒ구선아


두 번째 책방은 서울 노원구의 ‘지구불시착’이다. 그림을 그리지만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운영자는 책방을 운영하며 종종 그림을 그리고 굿즈를 만들고 드로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드로잉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에라 묘(猫)르겠다’는 고양이를 그리는 모임이다. 여러 모습의 고양이를 그리고 재치 있는 문구를 넣어 나만의 드로잉을 한다. 그리고 운영자가 그린 그림으로 굿즈를 만들고 독립출판을 한다. 노트, 포스터, 달력, 배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이상, 백석, 윤동주 등 시인의 얼굴로 만든 원고지다. 시인과 원고지라니. 책방에 딱 어울리는 굿즈다. 


지구불시착


또한 최근에는 단양에 있는 새한서점 2호점인 ‘단양노트’와 콜라보로 굿즈를 제작하고 있다. 새한서점이 지역을 대표하는 헌책방이라면 단양노트는 로컬 성격이 강한 책방이다. 단양노트는 현재 아티스트들을 단양으로 초청하여 단양을 여행하고, 여행 중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단양 아티스트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구불시착과 함께 굿즈를 생산하고 있다. 약 30여 명의 창작자 상품이 입점해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책 입고다. 운영자는 책을 읽어보거나 직접 살핀 책만을 선별한다. 

단양노트


이 외 경주 ‘어서어서(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는 약 책 봉투로 유명하다. 경주 황리단길을 찾는 여행자는 모두 이 책방에 들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서어서는 문학전문서점으로 책을 사면 읽는 약이라고 적힌 약 봉투에 넣어 준다. 봉투에는 받는 이의 이름과 날짜를 적고 스탬프를 찍어준다. 약 책 봉투가 어서어서의 시그니처 콘텐츠가 되었고 책만 팔아 수익을 내는 서점이 되었다. 많은 책방이 오늘도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궁리한다. 사실 책방 운영자가 책을 골라 책방만의 큐레이션을 갖는 것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북토크, 원데이 클래스 등 모두가 책방의 콘텐츠다. 책 한 권은 하나의 콘텐츠이므로 책방은 콘텐츠의 아카이빙 공간이기도 하다. 


필자의 문화공간, 특성화 책방 연재는 이번 호가 마지막이다. 연재를 통해 동네책방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며 다양한 시도와 활동들을 소개하였다. 이는 오래도록 그 자리 그대로 동네책방이 머무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동네책방 사용안내서’를 보탠다. 

첫째, 자신에게 꼭 맞는 단골 동네책방을 만들자. 책방의 분위기, 큐레이션 된 책, 모임 등 어떤 것 때문이라도 좋다. 

둘째,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자. 공간을 소비하는 건 공짜가 아니다. 

셋째, 책을 소중히 다루자. 책방의 책은 모두 판매하는 상품이다. 무료로 보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 책이 아니다. 넷째, 책방 모임에 참여해보자. 책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다섯째, 무분별하게 사진을 찍지 말자. 가끔 책방 해시태그가 달린 SNS를 보면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았음에도 산 것처럼 읽은 것처럼 몰래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문자가 있다. 책을 고르는 것도 책방 운영자의 노고가 깃든 일이다. 

마지막으로 동네책방을 소문내자. 아직 동네책방을 잘 모르거나 어색해하는 사람이 많다. 좋은 건 함께하면 더 즐겁지 않은가. 


콘텐츠를 파는 책방은 결국 책을 팔기 위함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제 우린 최근 몇 년간 다양한 형태의 동네책방이 생기고 작고 강한 출판사가 많아진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누구의 책방도 아닌 우리의 책방을 위해. 


구선아_책방 연희 대표, 『퇴근 후, 동네 책방』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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