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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Feb 21. 2022

정말 멋진 날이야

너를 만난 어느 봄날

정말 멋진 날이야

김혜원 글·그림 / 40쪽 / 13,000원 / 고래뱃속



유기 동물 후원 책방 ‘오늘,위로’를 개점한 지 딱 두 달이 되던 날 나는 이 책을 만났다. 시우처럼 나 역시도 첫 반려견 코코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큰 상실감과 죄책감을 경험했기에 이 책은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책은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해줄 뿐만 아니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심어준다.


어느 멋진 봄날 어린 시우가 길을 걷고 그 옆에는 파란 개의 영혼과 길 잃은 갈색 강아지가 있다. 시우는 자신을 따라오며 꼬리를 흔들고, 신나게 뛰노는 갈색 강아지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파란 개는 걱정스레 시우 곁을 맴돈다. 마음이 울적한 시우 옆으로 갈색 강아지가 앉는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꼬리를 흔들어가며 손짓과 몸짓으로 시우 곁에서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었다. 갈색 강아지가 목줄 없이 위험한 차도 위를 달리려고 할 때, 시우가 황급히 강아지의 생명을 구해준다. 그리고는 따듯하게 안아준다. 

“너를 만난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야!” 

시우가 말한다. 우연히 만났지만 운명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됐다. 어느새 시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고 그런 시우를 멀리서 바라보는 파란 개.

파란 개는 하루빨리 시우가 슬픔에서 벗어나 다시 웃으며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그리고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정말로 사랑이 필요한 다른 곳에 나누어줄 수 있기를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듯이 이제 외로운 갈색 강아지에게 시우가 이 세상의 전부가 되길 원한다. 그럼으로써 파란 개는 걱정 없이 천국에서 뛰어놀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시우는 파란 개에게 줬던 사랑만큼 갈색 강아지에게 사랑을 주고 파란 개는 여전히 시우 마음속에서 숨 쉬며 살 것이다. 한 번씩 시우의 꿈속에 나와 안부를 묻거나 소중한 추억으로 떠올라 외롭고 슬픈 날에 시우를 따듯하게 안아주며.


그림책을 읽으며 나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첫 반려견 코코를 떠올렸다. 코코는 더 이상 내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초코와 시저, 설이, 조이, 모카, 라떼의 모습으로 다시 나에게 나타났다고 믿는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는 사람들이 상실의 슬픔에서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슬퍼는 하되 너무 오랜 기간 우울해하지 않기를. 그리워하되 너무 크게 아파하지 않기를. 그리고 작게나마 바란다. 마음에 안정이 생기고 다시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할 때, 주인을 잃고 안락사를 기다리는 가엾은 생명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그리고 어린 시우가 자라 어른이 될 때쯤이면 주인에게 버려져 길가를 떠도는 갈색 강아지들이, 유기 동물 안락사가 없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유현선_책방 오늘,위로 대표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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