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김영우 지음 / 256쪽 / 13,800원 / 흐름출판
막막했던 스물을 지나 전쟁 같던 서른을 겪고 다다른 나이, 마흔. 이제야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때 이 책의 작가는 지금까지 삶과는 전혀 다른 중대 선택을 합니다. 한 번도 아니고 네 번이나!
첫 번째 선택으로 도시를 벗어납니다. 프리랜서인 작가는 2층 집에 살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을 실현하기로 하고 아파트를 팔아 전원주택을 마련합니다. (아무리 뽑아도 금세 무성해지는 광활한 잡초밭,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인사하는 뱀과 벌레도 함께 마련했다고 해요.)
두 번째 선택으로 책방을 창업합니다. 지금껏 글을 쓰며 먹고살던 작가가 최초로 자영업자가 된 것입니다. 그가 개업한 ‘북유럽(Book You Love)’은 가평군 설악면에 23년 만에 생긴 동네책방이었답니다. (문을 열자마자 그 긴 시간 왜 이곳에 책방이 없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고 해요.)
세 번째 선택으로 주부가 됩니다. 작가는 우연히 읽은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접하고 깊은 자기반성에 이르렀습니다. 평생 마이너이자 비주류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가부장제에서만큼은 본인이 엘리트 코스를 제대로 밟아왔다는 사실을 자각한 이후 살림을 맡아 가상 노동을 전담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아내 몰래 보아야 하는 이유예요.)
네 번째 선택으로 고기를 끊습니다. 일주일에 육일, 하루에 두 끼 정도 고기를 먹는 육식주의자였던 작가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다른 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합니다. (그런데, 강아지도 고기를 먹지 않습니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가에게도 새로운 선택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꺼이 주부가 되어 가사 노동을 전담하기로 했지만, 원고 마감이 닥칠 때면 “진퇴양난, 우왕좌왕, 동분서주, 그러나 첩첩산중”의 곤란에 처하게 됩니다. 본인은 고기를 끊었다지만 가족에게 챙겨주는 음식에는 너무나 많은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것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을 한 중년 남자의 성장기로 읽었습니다. 재산과 능력과 경력의 성장에 몰입하는 시대지만 우리에게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진지한 욕망이 있습니다. 작가를 통해 나 또한 성장하고 싶은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모험 이야기로 읽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조금 더 가운데로, 조금 더 중심으로, 조금 더 주류로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세상에서 되레 자신이 가진 최대의 원심력을 발휘해 그곳을 벗어나는 이야기는 짜릿하고 신납니다. 그리고 궤도를 이탈한 사람이 이전보다 유쾌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니 모험 이야기에 어울리는 해피 엔딩입니다.
서로 다 다른 꿈을 꾸는 우리지만 북극성처럼 함께 바라볼 만한 지표가 있을까요? 저는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다가 이런 글이면 지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밑줄을 그었습니다.
위원석_딸기책방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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