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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Mar 31. 2022

미안해! 북극곰에게 전하는 말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책

30번 곰

지경애 글·그림 / 44쪽 / 12,000원 / 다림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 이야기는 아이들에게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심각한 문제지만, 어른들에게는 무덤덤한 기후변화 이야기일 뿐이다. 지구 끝 북극의 얼음이 녹는 것은 나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쉽게 잊고 만다. 그러나 지구 환경문제는 지구온난화와 사막화, 열대림 파괴 등은 물론 동물의 멸종위기와 기아 문제, 에너지 문제와 인간과 동물의 권리, 인간의 식습관과 건강, 인간의 소비 활동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결국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경애 작가가 쓰고 그린 『30번 곰』은 기후 위기라는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따뜻하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우리가 함께 지내는 반려동물이라는 친근하고 흥미로운 소재로 풀어냈다. 빙하가 녹아 더 이상 북극에 살 수 없는 북극곰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봄꽃이 핀 겨울날, 도시로 온 북극곰은 ‘30번’이라는 번호를 부여받고 첫 번째로 선택된다. 북극곰은 예쁜 냉장고를 선물 받고,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인기 스타가 된다. 그러나 도시에 살게 된 북극곰은 모든 것이 빽빽하고 낯선 도시의 삶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사람들은 북극곰을 위해 여러 가지 디자인의 냉장고를 만들어 팔고, 펫 숍에는 아기 곰들이 진열되어 쉽게 살 수 있게 된다. 귀여운 아기 곰일 때는 사랑받았지만 어느새 북극곰은 덩치가 두 배가 되어 조심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더 이상 키우기 힘든 곰들은 버려지기도 한다. 벼려진 곰은 하나의 도시 문제가 되고 북극곰은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만다. 또다시 갈 곳을 잃은 북극곰은 어떻게 될까? 


그림책을 처음 펼쳤을 때 북극곰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과 파스텔 톤의 색감에 매료되지만 두세 번 자세히 살펴보면 대조되는 색에 생각이 머물 것이다. 30번 곰이 첫 번째 선택을 받을 때 메고 있었던 빨간색 가방은 북극곰의 하얀 털과 대조되어 눈에 띄고 관심을 끌기 충분했지만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북극과 겨울에 핀 빨간 꽃, 북극곰을 태우고 가는 빨간 자동차와 북극곰의 방인 빨간 냉장고는 자연의 색을 닮지 않은 듯 북극곰에게는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 안에서 편히 눕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있는 곰이 안쓰럽고 불쌍해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북극곰을 도시에 데려와 북극곰을 위해 만들고 사고파는 물건들, 북극곰을 버리고, 북극곰이 사라지자 도시 문제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순간까지 북극곰이 원했던 건 없다. 인간의 이기심과 무책임한 태도에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우리는 북극곰에게 다솜이처럼 “미안해”라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북극에 사는 곰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야기를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니라고 등한시해서도 안 되고,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일에 괴롭다고 눈을 감아서도 안 된다. 저 멀리 북극에 사는 곰이 사실은 지구라는 우리 집에 우리와 함께 사는 가족이라면 어떨까? 


“우리 곰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다만 살기 위해 이곳에 왔을 뿐”

이라고 말하는 북극곰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맴돈다. 그렇다면 책임은 누가 질까? 인간 스스로 묻고 고민해봐야 한다.


전선영_책방 같이[:가치]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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