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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pr 01. 2022

아름다움에 가려진 불편한 현실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책

검정 토끼

오세나 글·그림 / 48쪽 / 22,000원 / 달그림



출근길에 아파트 단지 안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쌓인 ‘쓰레기봉투 산’과 경비실 규모와 맞먹는 크기의 스티로폼이 쌓여있는 걸 보고 느낀 놀라움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아파트에서만 저렇게 많은 양의 쓰레기가 매일 나온다면 쓸모없음을 지닌 저 유형의 것은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매일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잉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값싸고 편리한 제품들이 과잉생산되고 그만큼 쉽게 사용되었다가 쉽게 버려진다. 모든 생태는 순환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은 소멸되는 게 자연의 순리이자 법칙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들의 대부분은 이 순리를 거스른다. 그것들이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과연 우리는 지속가능한 건강한 지구에서 살 수 있을까? 


책의 종이 케이스 전면에서 크게 등장했던 검정 토끼의 실체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검은 형태의 케이스를 벗겨내고 나니 상상도 못 할 총천연색의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궁금해진 독자의 시선은 검정 토끼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어디서 온지 모를 검정 토끼들은 한곳에 하나둘 모이게 되고 정체 모를 트럭 한 대가 토끼들을 어디론가 데려간다. 풀숲에 떨어진 검정 토끼는 어떤 현실과 마주할까? 책 속에 등장하는 검은 토끼는 후반부로 갈수록 몸집이 거대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멀리서 보았던 아름다움에 가려졌던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숲에 온 토끼들은 점점 더 자라 숲보다 더 몸집이 커지고 토끼가 있던 자리에 쌓여있던 형형색색의 물체는 씨앗이 되어 멀리멀리 날아간다. 땅에 떨어져도 싹을 틔울 수 없는 오색찬란한 씨앗이 예쁜 쓰레기를 싣고 위험한 비행을 한다. 쓰레기 씨앗의 ‘여행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우리 손끝에서 떠나 버려진 것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제 빛깔을 잃지 않고 여전히 신비로운 색으로 어딘가에 쌓이고 또 쌓인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은 그 쓰레기 씨앗의 종착역이 내 집,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니기를 바란다.


자연은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리지만 우리는 알아채지 못한다. 우리가 검정 토끼라 믿고 있는 것이 아름답고 반짝이는 무용의 것을 품고 있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여전히 검정 토끼라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가 자연에 기대는 이곳이 여전히 지속가능한 건강한 지구로 남아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지. 

나와 우리에게 부는 바람이 쓰레기로 뒤덮인 곳이 아닌 푸르고 신선한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길 바란다.


신윤경_그림책방 씨앗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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