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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pr 04. 2022

오래된 모든 것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순간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책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 가게에 갈까?

박현선 지음 / 352쪽 / 16,800원 / 헤이북스



이 책은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해 불편했던 것들에 대한 자각과 반성에서 출발한다. 저자가 만난 중고 가게의 주인들은 끊임없이 생산되는 물건과 제대로 쓰이지 않고 버려지는 물건 사이에서 갈등했으며, 가치를 재발견하고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 어렸을 때 부모님과 다녔던 중고 시장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고 그곳에서 물건을 사는 일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젊은 사람들이 이용을 주도하고, 그럴수록 활기가 넘쳐서 그 젊은 힘의 역할은 무척 커 보인다. 반면 중고 시장이 활발하다는 것은 어느 때보다 대량의 소비가 일어난다는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중고 가게가 “더 빠르고 쉬운 소비와 폐기를 위한 배출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염려한다. 따라서 새 물건을 구매하는 행동에는 책임감이 필요하며, 중고 가게는 잘 만들어진 물건에 가치를 부여해 주인을 찾아주는 역할을 잘해야 한다. 


이 책은 중고 가게의 이야기를 하지만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말한다. 작가는 거창하진 않아도 가장 바람직하게 실현할 수 있는 것, 즉 생활과 소비 태도를 점검하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한 해결 방안임을 전한다. 또한 제3국으로 전해지는 무분별한 기부 문화가 현지산업을 망가뜨리고 자생력을 잃게 하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도록 애써야 함도 짚어준다.  

ⓒJoonas Lumpeinen

책에서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은 중고 물건이 가진 ‘이야기의 중요성’이다. 오래된 골동품이나 중고의 가격을 좌우하는 건 재료, 희소성, 보관 상태, 디자이너의 명성 외에도 물건이 지닌 이야기다. 중고 가게에 간다는 건 “천편일률적인 유행이 있는 곳이 아닌 시간과 장소가 함께 있는 곳에서 물건이 아닌 문화와 이야기를 사는 일”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도 중고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닌 보통의 일상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중고 가게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물건의 가치를 고민하는 주인의 인식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고 끊임없는 열정과 비판적인 시각을 뒷받침해줄 방대한 지식과 탐구열을 지닌 사람, 바로 작가가 책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빠시’ 같은 사람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반성하게 했다. 천 년이 넘은 이야기가 있는 마을, 육십 년의 기억을 간직한 건물에서 ‘오래된 미래’라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나에게 이 책은 오래된 것을 지키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며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가장 미래지향적인 일이라며, 책과 마을 그리고 책방 건물에 대해 더 고민하고 이야기를 찾아 전하는 책임감을 일깨워주었다. 


저자는 이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이상적인 나라에 대한 동경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패배감도 아닌 좋은 방향성을 띤 변화를 말하고 싶어 한 것 같다. 그 바람대로 핀란드 사람들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는 일과 우리가 가진 것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충분히 일깨웠다고 생각한다. 지금 곧 장롱 속 켜켜히 숨겨둔 물건들을 숨쉬게 하면 어떨까? 의미있는 이별 준비와 함께 말이다. 


지은숙_책방 ‘오래된 미래’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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