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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pr 05. 2022

일회용품은 거절할게요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책

오늘을 조금 바꿉니다

정다운 외 5인 지음 / 232쪽 / 14,900원 / 자그마치북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계속되면서 책방 근처 홍대 삼거리에도 사람들 보기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질량보존의법칙은 화학반응에서만 적용되는 건 아닌가 보다. 길가에 사람이 줄어든 만큼 채우고 있는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도로를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 굴러다니는 하얀 마스크, 골목길 담장 위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배달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음식 배달 앱을 깔고, 온라인으로 식자재를 주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 앞까지 배달된 먹거리와 온갖 상품들은 홀로 오지 않고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포장지나 일회용 용기들과 함께 온다. 이러다 배달, 택배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모두가 환경보호가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정작 현실에선 쓰레기 산만 높아져가는 안타까운 시기에 반가운 책이 나왔다.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 삶을 실천하는 평범한 시민 여섯 명이 엮은 책이다. 


『오늘을 조금 바꿉니다』는 친환경 생활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소개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요구하지 않아도 따라오는 일회용 빨대, 젓가락, 비닐을 부드럽게 거절하는 연습이다. 또한 일회용 물건을 대체할 친환경 물건을 새로 사는 것보다는 먼저 무엇을 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해보기를 권장한다. 집 안에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바로 주방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수세미 같은 청소 도구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다시 우리의 몸속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는 셈이라고 한다. 부엌에서 쓰는 작은 제품부터 자연 분해되는 면과 천연 수세미로 교체하는 건 어렵지 않게 실천이 가능하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캠핑이나 산행도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책에 나온 대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소소한 여행 방법들을 알아두면 자연에 덜 미안해하면서도 산과 들에서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철 지난 잡지나 달력으로 선물을 포장하고, 재활용된 재료로 결혼반지를 맞추고, 쓰레기를 최소화하여 결혼 축하 파티를 하는 독일 신혼부부 저자의 사례도 신선했다. 


책의 소제목은 ‘일상에 작은 습관을 더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이다. 하지만 ‘제로’에 방점을 두고 실천하려면 엄두도 나지 않을 것이다. 저자들은 자신의 취향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작은 실천을 스스로 칭찬하면서 실천해나가기를 추천한다. ‘지구가 이렇게 엉망이 되었는데, 나 하나 실천한다고 바뀌겠어?’라고 여전히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책의 저자들 또한 누군가에게 도전을 받고 실천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자신이 변화된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이 되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비교적 평등하고 깨끗한 세상은 그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사회 변화의 결과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일상에서 실천하는 행위 자체가 어쩌면 코로나 시대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에 소개된 다정한 제로웨이스트 매뉴얼을 살펴보며 오늘도 집 안과 일터를 구석구석 살펴본다. 

“음, 오늘은 뭐부터 줄여볼까?”


임혜영_책방 에코슬로우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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