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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May 03. 2022

아빠, 나한테 물어봐

아빠와 딸의 행복한 산책

아빠, 나한테 물어봐

버나드 와버 글 / 이수지 그림 / 이수지 옮김 / 40쪽 / 10,000원 / 비룡소



“이건 왜 그런 거야?” “그건 왜 그래?” 아이는 말문이 터짐과 동시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가 그만큼 호기심이 많다는 의미지요. 끝없이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때로는 귀찮기도 합니다. 요즘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아빠, 나에게 멍멍이가 좋은지 야옹이가 좋은지 물어봐”라고 말합니다. “음, 멍멍이가 좋아? 야옹이가 좋아?” “둘 다 좋아!” 아이는 이렇게 커가나 봅니다.


『아빠, 나한테 물어봐』의 글을 쓴 버나드 와버는 주로 짧고 간결하면서도 동심이 흠뻑 느껴지는 글로 인기를 누린 작가입니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이 아빠로서 딸과 함께 보낸 시간을 바탕으로 쓴 작품입니다. 여기에 이수지 작가가 색연필로 스케치했습니다. 책을 펼치면 붉게 물든 가을의 공원, 울긋불긋한 단풍이 떨어지는 길을 산책하는 젊은 아빠와 대여섯 살 된 딸이 있습니다. 붉은색 파스텔 톤에 온갖 색감이 더해진 주변 풍경은 마치 내가 가을 한복판에 와 있는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공원 여기저기를 천천히 걸으면서 날아가는 기러기도 보고, 나비와 잠자리도 살펴보고, 꽃향기도 맡아봅니다. 수북이 쌓인 단풍잎을 밟는 장면을 보면 마치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귀에 와 닿는 듯합니다. 두 사람은 그 위에 누워서 가을 햇살을 즐기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맛있게 먹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한번 물어봐” 아빠는 말합니다. “넌 뭘 좋아하니?” 딸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합니다.


아이는 산책하는 내내 아빠에게 “나한테 물어봐”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아빠는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아이가 시키는 대로 질문하고 또 질문하면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책 속에서 아이의 말투는 정말 대여섯 살짜리 아이의 말투를 그대로 옮긴 느낌입니다. 대부분의 동화책들은 주로 어른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내려다봅니다. 왜냐하면 동화책 작가들은 아이에게 뭔가 교훈을 주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화책의 진짜 목적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는 데 있습니다. 그러려면 작가가 아이의 눈높이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본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버나드는 좋은 아빠였을 것입니다.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가 여전히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아빠들이 자녀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지 무척 어려워합니다. 사실은 정말 간단한데 말이지요. 평소 일상에서 아이가 뭐라고 말하는지 귀 기울여 주고 맞장구를 치면서 공감해주면 됩니다. 대수롭지 않은 말, 유치한 질문이라도 반응하고 성의껏 대답해주어야 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와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은 아이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강한 애착심을 갖습니다. 어휘력과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사교육에 많은 돈을 들이는 것보다 평소 가족 간에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이에게는 훨씬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거꾸로 하고 있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 얼굴을 보기도 힘듭니다.


이 책은 부모로서 자녀와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줍니다.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면서 아빠와 아이는 마치 놀이처럼 대화합니다. 

무뚝뚝한 성격이라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을 모르겠다는 아빠라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세요. 

그리고 책에 나온 그대로 따라 해보세요. 아이와의 관계가 한결 가까워질 것입니다.



권성욱_서평단, 나은(5세) 아빠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5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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