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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May 31. 2022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

다양한 흔적, 우리들의 이야기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 

황성혜 글·그림 / 40쪽 / 18,000원 / 달그림



처음에는 그저 작은 동그라미에 불과했던 우리들. 물론 그 동그라미가 모두 똑같지는 않습니다. 별 개성 없어 보이는 동그라미에게 파란색 꿈이 찾아옵니다. 꿈은 동그라미에게 파랑을 남기지만 똑같은 파랑은 아닙니다. 새빨간 색의 열정도 찾아옵니다. 이 열정 또한 모두에게 빨간 흔적을 남기지만 모두 똑같은 빨강은 아닙니다. 투명한 모습으로 찾아온 상상은 어떤 무늬를 남겼을까요? 저마다 상상하는 만큼의 다양한 무늬를 남기고, 각자 받아들이는 만큼의 결과를 흔적으로 남겼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무늬와 흔적으로 구성된 존재들임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책은 우리 각자가 가진 개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합니다.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요? 갈등 없는 삶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신으로부터 백지 한 장을 선물 받으며 태어납니다. 태어날 때는 모두 비슷한 모습이어도 꿈, 희망, 열정을 통해 각자 다른 모습을 만들고 그려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것이 상처와 좌절, 갈등이기도 합니다. 그 또한 우리의 몸과 마음에 개성 있는 무늬를 만들어나갑니다.


책은 아이가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어?”라고 묻는 질문에 답을 생각하다 기획하게 됐습니다. 우리들이 각자 어떻게 다른 모습들로 만들어졌는지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림의 표현 방법은 추상적이기도 한 내용을 쉽게 표현하려고 단순한 도형과 색채를 이용했습니다. 파란색은 꿈, 빨강색은 열정, 검정색은 두려움 등 추상적인 감정들을 색을 활용해 표현했습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단순한 도형들을 이용해 각기 다른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 다양한 성별 등을 고려해 캐릭터의 모델을 선정하고, 모델을 도형과 라인으로 캐릭터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조금 단순해 보이는 구성이기 때문에 표현의 다양성을 위해서 여러 재료를 이용해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상상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고민 끝에 투명한 트레싱지를 선택하게 됐고, 책의 인쇄 과정에서 좀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지만 재미있게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그리고 오려 붙이기도 한 수작업들을 마지막 단계에서는 컴퓨터 작업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캐릭터가 완성되고 나서 작업이 재미있어서인지 진행도 빠르게 됐고, 다른 작품에 비해 작업이 쉽게 잘 마무리됐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빛나는 삶, 주목받는 삶이 아니어도 우리는 모두 의미 있는 존재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빨간색일까? 파란색일까?  

복잡한 모습으로 어우러진 ‘나’는 남과 다른 나만의 멋진 사람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에 다양한 흔적들을 남기고 살아갈 겁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는 앞으로 변화될 자신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부모는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며 쓸모없는 시간은 없었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남과 다른 나만의 모습을 사랑하며 예쁜 나를 계속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이 작품으로 201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는 영광도 갖게 됐습니다. 사실 이 책은 한국보다 이탈리아에서 먼저 출간되었고, 대만에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책이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독자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황성혜 작가는 동양화와 디자인을 공부했고, 영국 킹스턴대학교에서 일러스트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친구』 『글자들이 사라졌어요』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며 행복해하는 작가입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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