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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n 13. 2022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는 과학 여행

과학은 지금

국립과천과학관 지음 / 360쪽 / 18,000원 / 시공사



생산자가 소비자의 취향을 미리 알고 있으면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냥 그 물건을 만들어서 팔면 된다. 이런 일은 눈치만 빠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당신들이 원하는 건 바로 이겁니다!”라며 소비심리의 정곡을 찌르는 물건을 내놓기란 결코 쉽지 않다. 책도 마찬가지다. 유행을 타는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독자들의 지식 창고에 누락된 부분을 알차게 채워서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은 결코 흔치 않다.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과학은 지금』이 바로 그런 책이다.


사실 ‘과학’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고 식상하다. 과학과 관련된 정보는 사방에 넘쳐나지만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는 시야가 오히려 흐려질 수도 있다. 낯선 동네에서 목적지를 찾아갈 때 모든 집과 건물의 번지수가 빽빽하게 수록된 지도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 정확한 도로망과 목적지만 명쾌하게 수록된 지도가 있다면 좋을 텐데, 대부분의 지도는 그렇지 않다. 


『과학은 지금』은 과학의 현 위치와 그곳으로 가는 길이 명쾌하게 수록된 이상적인 지도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과학 분야는 무엇이며 그 분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단계에 와있는지, 한 권의 책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게다가 이 책은 대중과의 소통을 전문으로 하는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자들이 직접 썼기 때문에, 최고급 그래픽이 탑재된 친절한 내비게이션을 보고 길을 찾아가듯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뇌과학과 인공지능, 로봇 등 생각하는 기계를 다루었고 

2장의 주제는 천문학과 항공우주공학,

3장코로나19와 노화 등의 생명과학

4장기후와 환경으로 기후변화와 지구의 미래를 다룬다. 이런 주요 테마들이 지도에 명시되어있으니, 과학이라는 광활한 영역의 핵심만을 골라서 안내하는 패키지 여행으로 손색이 없다. 

마지막 5장에서는 과학이 중요한 이유와 과학 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의 방향, 그리고 과학적 사고를 방해하는 요인들이 현장감 있게 제시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이 탄생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일등 공신은 코로나19였다. 방역수칙의 일환으로 2020년 2월에 국립과천과학관이 문을 닫으면서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을 때 대중과의 소통을 전문으로 하는 과학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고 이때 만들어진 ‘해SSUL이 있는 과학뉴스’라는 프로그램을 모아서 탄생한 것이 바로 『과학은 지금』이다. 책을 읽으면서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면 좀더 현장감 있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자들과 전시회를 기획하고 실행한 경험이 있어서 그들의 열정과 실력을 익히 알고 있다. 전문 가이드의 능숙한 안내를 받으며 떠나는 첨단과학으로의 여행,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박병철_이학박사, 『별이 된 라이카』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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