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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l 05. 2022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리더를 꿈꾸며

책의 시선들 - 주제가 있는 큐레이션 1

생생지락, 백성이 즐거이 사는 나라를 꿈꾸다 

문학과 영화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며 세종대왕의 진면모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세종학 개론』은 『세종처럼』 『세종의 적솔력』 등을 펴낸 저자가 ‘세종학’을 내걸고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핵심을 전달해준다. 


세종대왕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무거운 유산, 건국된 지 20여 년 된 조선을 반드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한 해도 흉년 아닌 해가 없었던 재위 기간 내내 계속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힘들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꼭 해야 하는 사명을 다하고자 온 힘을 다하는데, 살맛나고 올바른 나라, ‘생생지락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그것이었다. 그를 위해 재위 25년 집현전 학사들과 전국의 방언을 수집하고, 중국 등 주변 지역의 문자를 수집해서 백성들 스스로 억울한 사정을 읽고 적을 수 있는 문자인 한글을 창제하게 된다. 

또한 율곡 이이가 130여 년 뒤에 말했듯 “사람을 쓰되 자기 몸과 같이하였는데, 현인과 재능 있는 이를 쓰되 그 부류를 따지지 않았다. 임용한 사람의 말을 채택할 때 오롯이 하여 참소와 이간질이 들어갈 수 없었다. 또 지위가 그 재능에 합당하면 종신토록 바꾸지 않았다.” 세종이 말한 인재의 조건은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열정, 나보다 공동체를 위하는 공공심, 아첨하지 않고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진실함이었다. 

세종에게는 두 가지 비밀 병기가 있었는데, 집현전과 경연이었다. 왕의 집무실에서 몇십 보 거리에 집현전을 두어 수시로 들러 젊은 학자들과 토론하고 공부하였다. 유명무실했던 경연제도를 활성화하여 신하들과 끊임없이 논의하며 국가의 중요 과제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정하고 반대자들을 설득하였다.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당면 위기를 해결해나갔으며, 실용외교를 통해 전쟁이 없는 평화롭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세종대왕이 있다.


조선의 진경시대를 연 정조의 삶과 실천 

국왕으로 즉위하는 첫 일성을 자신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라고 외쳤다는 정조대왕. 뒤주에서 죽어가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지켜보며 자란 소년 정조가 꿈꾼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으며, 그는 실제로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갔는가. 『리더라면 정조처럼』은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의 삶을 리더십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정조는 역적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다는 사대부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어렵게 국왕이 되었기에 사대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여 학문적인 우위에 서서 신하들을 가르치는 군사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이를 통해 정조는 취약한 정통성 문제를 해결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게 된다. 정조는 왕이 된 이후에는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탕평의 시대를 열었으며, 사회복지를 강화하고 금난전권을 혁파하여 경제를 개혁했다. 민주주의 제도의 기반을 마련하고 신분을 초월하여 인재를 등용하였다. 개혁을 책임질 핵심 인재를 중용하였으며, 규장각 건립과 초계문신 임명으로 인재 육성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개혁 저항 세력을 과감히 척결하였으며, 강고한 기득권 세력에 강력하게 맞섰다. 포용의 정치를 추구하고 북벌론을 통해 자주 의식을 고양시켰으며, 활자 주조를 활성화하고 문예를 부흥시켜 조선의 진경문화를 열었다. 

저자는 정조 시대 수원의 국영농장 대유둔으로부터 시작된 민주주의 정신과 기반이 동학으로까지 이어져 집강소 설치라는 엄청난 민주주의 제도를 만들어내었다고 본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 정조의 안목과 리더십을 읽을 수 있다.


고통을 딛고 일어나 미국의 큰 바위 얼굴이 된 사람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있음으로 해서 이 세상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야망이 반드시 나를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다시 링컨 :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미국 대통령으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의 삶을 통해 전환기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다. 가난한 통나무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소년 링컨이 좋은 집안의 명문대 출신 최고 인재들을 제치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대통령이 되자마자 흑인 노예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남부의 주들이 분리 선언을 하고 결국 미국 독립전쟁 이후 최대 전쟁이었던 남북전쟁으로 치닫게 된 상황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리더십은 무엇이었는가. 건국 후 30여 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도 곳곳이 미개척지로 남아있던 미국 전역을 철도로 연결하고 경제를 부흥시킨 판단력과 안목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북스토리(『다시 링컨 :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

가난 속에서 쉬지 않고 독서하고 생각하며, 숱한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선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소통하고 포용한 사람. 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라며 원수도 친구로 만들고 정치적 반대자를 요직에 임명하여 포용하고 그의 재능을 발휘하도록 도운 포용과 설득의 리더십. 누구도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그를 지배할 만큼 훌륭하지는 않다는 링컨의 평등주의 사상은 노예해방이라는 어려운 인류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자,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인 링컨의 일생과 리더십을 잘 묘사하였고 그의 삶과 가치관, 의지를 독자에게 시종일관 진지하게 전달한다. 


선택과 변화, 위기에 대처하는 리더의 각기 다른 방식들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는 『총 균 쇠』의 저자가 세계 6개국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와 미래 과제를 제시한 책이다. 세계 각 나라의 역사 속 위기 상황들과 위기를 극복한 방식, 현재진행형인 위기들과 세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까지 서술하였다. 이 책에는 다양한 유형의 리더들이 등장하며, 그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나갔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변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9세기 중반 봉건 계급사회였던 일본은 오랜 쇄국을 끝내고 서구열강에 문을 연 이후 당면한 위기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며 강대국 일본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간다. 중앙집권 국가를 수립하고, 국민들을 통합할 이념을 만들어낸다. 전통 종교 지원과 교육에 대한 관심을 통해 애국심과 시민의 의무, 효도, 신에 대한 공경심과 황제는 신의 후손이라는 공유된 믿음을 가르치며 일본 국민을 하나로 통합했다. 혁신을 유보된 전통으로 재정의하며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였고, 현재의 반대자만이 아니라 잠재적 반대자까지 매수하거나 포용하고 받아들였다. 그 결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근대화할 수 있었지만, 20세기 일본은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키고 이웃 나라들에 고통을 안겨주는 전범국가가 되었다. 현재의 일본은 과거의 침략전쟁을 사죄하지 않고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영사(『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이며 발리를 비롯한 유명 관광지들이 있는 인도네시아는 군부의 선동으로 약 50만 명의 인도네시아인이 살해된 사건을 겪었다. 초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인 수카르노는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한 게릴라전, 제3세계 반식민 운동을 주도하는 등의 리더십을 펼쳤다. 반면 수하르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인에게 사랑받던 건국 대통령 수카르노를 서서히 신중하게 밀어내며 정직하고 현실적이지만, 마키아벨리적인 자기평가를 보이며, 단계마다 자신의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냉정히 판단하며 국가를 이끌었다. 


지도자는 민주국가에서나 독재국가에서나 완전히 다른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에게 강력한 저항을 받지만 신중하게 단계적인 노력으로 결국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는 상황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국가의 위기와 지도자의 역할에 대한 생생한 사례연구를 통해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해나갈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다.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놓은 수상 빌리 브란트 

우리에게는 중요한 민족적 사명이 있다.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남북분단의 해결과 평화로운 나라 만들기라는 과제이다.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분단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분단 상태의 종식과 평화 체제로의 전환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민족적 과제이다. 

우리와는 달리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의 처지에서 분단된 독일의 경우 전쟁범죄에 대한 철저한 사죄와 과거 청산, 평화 지향으로 전후 다른 나라들의 인정을 받았으며, 지금은 동서독 통일을 이루어 유럽의 지도적 국가로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독일은 어떤 리더가 있었기에 분단 상태를 종식하고 통일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독일 통일의 기초를 놓은 리더로 평가되는 빌리 브란트 전기 『빌리 브란트를 기억하다』를 읽었다. 

1945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 1963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방문하여 평화 체제 정착을 선언한 후 1990년 통일로 나아가기까지 빌리 브란트 수상은 재임 기간 내 ‘접근을 통한 평화’라는 지속적인 긴장 완화 정책을 펼쳤으며, 동서독 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빌리 브란트의 정책을 토대로 유럽 중앙에서 두 독일은 4개 승전국들의 객체에서 주권을 가진 주체가 되었다. 빌리 브란트는 서독을 연속해서 20년 동안 통치하던 기독교민주연합의 치열한 반대를 무릅쓰고 과거의 영토를 포기하도록 서독 국민을 설득하기도 했다. 빌리 브란트의 측근으로 동방정책 설계자이자 언론인인 에곤 바가 빌리 브란트의 통일 철학과 통치 기술을 담백하게 묘사하였다. 


신남희_서울 중랑구립도서관 대표관장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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