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동네책방을 응원하는 세계의 움직임

by 행복한독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언택트)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대면(콘택트) 경제’가 맥을 못 추고 유례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출판시장에서도 인터넷서점은 상당한 성장세를 나타낸 반면 오프라인 서점은 치명적인 매출액 하락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위기에 처한 지역서점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지원 정책과 캠페인

세계적으로 보아도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한 미국에서는 출판사나 서점 단체의 움직임이 주목할 만하다. 아셰트, 크로니클북스 출판사에서는 고객에게 책을 판매하는 지역서점의 마진율을 5퍼센트 올렸다. 평상시에도 평균 40퍼센트 정도의 마진율이니 판매 가격의 절반 정도가 서점 수익으로 남는 셈이다. 출판산업자선기금(BINC) 모금에는 주로 출판사와 개인들이 참여해 서점 종사자의 의료비와 생계비를 보조했다. 해고된 서점 직원이나 경영난에 직면한 서점이 주요 대상이다. 여기에 미국서점협회(ABA)가 10만 달러를 모아 기부했고 하퍼콜린스 출판사도 5만 달러를 기부했다. 오디오북 업체인 리브로(Libro.fm)는 프로모션 코드를 활용해 한 권 요금으로 두 권을 제공하고 해당 매출은 모두 고객이 지정하는 지역서점에 기부했다.


또한 미국서점협회가 중심이 되어 전국적으로 ‘독립서점을 구하라’ 캠페인을 펼쳤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중소서점들을 지원하기 위해 출판사와 작가, 독자들이 약 124만 달러를 모았다. 영화 프로듀서인 할리우드 스타 리스 위더스푼이 홍보대사를 맡고, 인기 작가 제임스 패터슨이 50만 달러를 쾌척했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를 쓴 릭 라이어던 부부는 10만 달러 상한액의 매칭 기부를 했다. 일반인의 기부액에 비례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모금이 일상화된 미국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지역서점들이 스스로 모금 활동을 펴기도 한다. 지역사회와의 연대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마커스서점은 20만 달러 모금 목표를 내걸었는데, 6월 19일 현재까지 5,100명이 참여해 약 24만 달러를 모았다. 목표 초과 달성이다.

지역서점을구하라캠페인.jpg 미국의 ‘독립서점을 구하라’ 캠페인과 독립서점 책 구입 선물 캠페인을 벌인 미국서점협회 홈페이지


일본과 중국의 지원 정책

일본 역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서점을 지원하는 노력이 역동적이다. 유명 작가인 오가와 요코 등이 참여해 4월 말에 모션 갤러리 크라우드 펀딩에서 ‘서점지원기금(북스토어AID기금)’을 만들었다. 5월 말까지 4,476명으로부터 약 4,755만 엔(약 5억3,732만 원)을 모았다. 참여 서점에서 책을 살 수 있는 도서교환권 등을 3천 엔부터 시작하는 다양한 액수로 만들었다. 지자체에서도 서점 지원에 나섰다. 오사카에서는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약 100만 명에게 1인당 2천 엔(약 2만3000원)짜리 도서카드를 배포했다. 약 230억 원의 지자체 예산이 투여된 셈인데, 휴교 상태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지역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도록 한 지원 조치다.


출판사들의 서점 지원도 적극적이다. 쇼가쿠칸 출판사는 인터넷서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서점에 최대 6개월간 대금 지불을 유예하는 특별한 거래 조건으로 출고하거나, 6월 이후 판매되는 책에는 1권당 5엔(약 57원)의 특별 판매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인기 있는 어린이 도감 시리즈인 『도감 NEO』(전 22종)는 특별 보상금에 더해 추가로 1권당 100엔(약 1,130원)을 지급한다. 또한 어린이책 출판사인 포플러샤는 도매상 토한이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장터에서 독자가 구매할 지역서점을 ‘내 서점’으로 등록한 뒤 자사의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경우 해당 서점에 정가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익을 추가로 환원한다. 이 출판사는 이러한 시책을 이온그룹이 운영하는 미라이야서점 등에서도 확대해 실시한다.

포플러샤의 치바 히토시 사장은


“동네책방이 문을 닫게 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먼 거리의 대형서점까지 가기 어려운 어린이들이다. 어린이책을 만드는 우리가 아이들이 집 가까이에서 책과 만날 수 있도록 동네책방을 긴급 지원하는 취지도 거기에 있다”


고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한편, 가와데쇼보신샤 출판사는 ‘어른의 색칠 그림’이라는 컬러링북 시리즈를 펴낸다. 약 180종의 누적 판매량이 730만 부가 넘는 이 인기 시리즈에 대해 4월 판매분부터 소급하여 정가의 3퍼센트에 해당하는 판매 보상금을 지역서점에 지급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 시리즈의 인기도 4월 무렵부터 덩달아 높아졌는데, 오는 9월 말의 ‘경로의 날’까지 판매 보상금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2,500엔짜리 책이라면 1권 판매될 때마다 75엔(약 848원)을 지불한다. 단순 지원이 아니고 매출을 올려서 서점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지방정부들이 고사 상태에 빠진 오프라인 서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테면 광저우시는 오프라인 서점과 중소 상인들의 2개월분 월세 감면을 표방하며 8.3억 위안(약 1,419억 원)을 집행했다. 베이징시는 문화 기업 구제를 위한 지원금 1억 위안(약 171억 원)을 마련해 지급했다. 서점들은 인터넷방송을 적극 활용한다. 충칭의 징뎬서점은 3월 10일 다른 5개 서점과 손을 잡고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99위안짜리 책꾸러미 세트 4,600개를 판매했다.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 나오길

해외 서점 동향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지자체와 출판계, 작가, 서점을 아끼는 독자를 포함해 종이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동네책방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다. 상생해야 한다. 비대면 시대에도 풀뿌리 서점들이 살아야 출판과 독서 생태계도 죽지 않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위기에 처한 동네책방을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나 캠페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책 문화의 근간을 떠받치는 서점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과 자구 노력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백원근_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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