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를 전망하는 희망의 책읽기

책의 시선들

by 행복한독서
팬데믹이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면서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세계적 재난 사태에 우리의 일상은 허물어졌다. 촛불을 들어 낡은 체제를 몰아내고 만들고자 했던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우리의 희망은 시나브로 실망과 불신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시기에 어떻게 절망을 극복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것인가? 치유와 희망을 위한 책읽기를 시작한다.


우리들은 지상에서 행복해질 것이다

젊은 시절 가슴을 울린 김남주 시인 번역 시집이 깔끔한 양장본으로 돌아왔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에는 남풍출판사의 초판에 수록되었던 네루다가 빠지고, 아라공과 마야콥스키가 더해졌다. 브레히트의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를 다시 읽어본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행복한 사람만이 /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산다 그의 목소리는 / 귀에 거슬리지 않고 그의 얼굴은 깨끗하다 // 정원의 나무가 기형적인 것은 / 토양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를 비난한다 불구자라고 /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브레히트의 「객관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떤가?

“부정과 싸우는 사람들이 / 상처 입은 그 얼굴을 드러낼 때 / 안전한 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초조감은 / 크다 // “왜 불평을 늘어놓는가”라고 그들은 묻는다 / “당신들은 부정과 싸우지 않았는가! 그리고 지금 / 당신들은 패배했다 그러므로 무슨 할 말이 있는가!”

김남주 시인을 생각하며 아침저녁으로 시들을 읽는다.


인문학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언어

중국 고전철학과 불교경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포함하여 영화와 문학 등 폭넓은 소재를 바탕으로 철학서들을 집필해온 강신주가 이번에는 EBS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젊은이들과의 상담을 내용으로 펴낸 책이 『다상담』이라면,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은 TV 시청자인 중년 여성들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삶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는 철학자의 목소리가 따뜻하다. 우리는 자유의지로 이곳에 있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말이 가슴에 닿아온다. 어느새 우리는 욕망과 집착으로 그렇게 우리를 얽어매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한계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뇌과학자의 조언

『열두 발자국』은 물리학자, 뇌과학자이자 KAIST 교수인 정재승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열두 편의 강의록 모음이다. 뇌과학자가 들려주는 침팬지에서 진화한 존재로서 인간의 이야기는 새롭다.

저자는 지금의 자리가 싫다면 무조건 그만두기보다는, 뭘 꿈꿔야 할지 계속 고민하면서 대안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리더의 의사결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한 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고, 나와 다른 의견과 미적 취향에 너그러워져야 한다. 기업이든 정부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많아지고 그런 것들을 관용하고 포용하며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모든 가설들을 지극히 회의적으로 면밀히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생각에도 크게 마음을 열어야 하며, 상충하는 두 가지 욕구 사이에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쉽게 오류를 범하는 장치이며, 내 경험이 세상의 전부인 양 착각하기 쉽기에 누군가의 행동을 짐작하고,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도 민감하며, 인지적 오류투성이가 바로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생존확률을 높여주었기에 인간은 그렇게 진화해왔다. 저자는 결국 중요한 건 ‘삶의 태도’라고 강조한다. 과학적인 사고, 이성적인 판단, 논리적인 추론이 우리의 일상으로 좀더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한다.

뇌과학자의 열두 개의 강의를 읽으며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할 실마리를 얻는다.


능력주의와 엘리트의 오만이 불러온 민주주의의 위기

능력주의는 과연 공정한가? 『정의란 무엇인가』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미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아메리칸 드림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력하는 자 누구에게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며,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신화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미국 지도자들이 줄곧 강조해왔다. 그러나 마이클 샌델은 버락 오바마 시절 본인과 영부인 미셸의 삶의 이력을 통해 더욱 강조된 능력주의 신화가 미국 민주주의의 덫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능력주의 신화가 지닌 허구, 누구에게나 평등한 출발선이 보장되지 않으며,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미국 백인 노동자계급의 분노가 트럼프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영국 사회학자였던 마이클 영은 1958년 『능력주의의 등장』이라는 책에서 능력주의의 어두운 면을 간파한 바 있다. 그는 직업과 기회가 능력에 따라 배분되더라도 불평등은 줄어들지 않으며, 부자와 빈자 사이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오만한 엘리트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능력주의가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유발하는 자격지심과 합쳐져 정치적 반동의 연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마이클 샌델이 바라보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최근 우리 사회를 흔든 주요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 능력주의라는 괴물과 기술관료 엘리트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샌델의 문제의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보적 가치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20세기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한 말이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 중앙대 독문과 김누리 교수는 독일 유학 생활에서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과 통일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 전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않은 원인을 68혁명의 부재라고 본다. 독일에서 먼저 시작된 68혁명은 유럽과 미국, 일본까지 영향을 미쳐 권위주의 청산, 교육개혁, 성혁명 등 생활문화 영역의 전반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한국은 베트남전에 유일하게 전투병을 참전시킨 나라로 68혁명이 부재한 나라이다. 또한 분단과 독재로 인해 일제 식민 잔재와 사회병리 현상을 깨끗이 청산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반면 독일은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당사국으로서 철저한 과거 청산을 통해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는 데 성공하였다.


독일의 과거 청산이 처음부터 이루어졌던 건 아니다. 68세대가 빌리 브란트 총리를 통해서 독일을 과거 청산의 나라로 만들었으며, 그 핵심은 교육개혁이었다.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이라는 말로 정식화한 독일 교육은 ‘비판 교육’이다. 독일의 비판 교육은 비판적 사유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학생에 대한 평가 방식도 우리와는 다르다. 독일에서는 ‘모든 지배적인 지식은 지배하는 자의 지식’이라고 보기 때문에 지식 그 자체보다는 특정 지식이 지배적인 지식이 된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 땅의 시민들은 독재 정부를 몰아내고 민주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오랫동안 싸우고 촛불을 들어왔지만, 생활문화혁명이라고 할 만한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정치의 민주화를 위해 행동했지만 민주화의 진정한 내용성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부족했다. 대통령만 바뀌면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였고, 열렬한 지지를 보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제대로 된 사회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실망과 회의만 쌓이고 말았다. 민주주의는 애초에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활민주주의는 우리 삶의 전 영역에서 계속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편 대학 서열화에 따른 경쟁교육은 사회 전체를 짓누르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고 있으며, 타인과의 비교에 따른 경쟁의식의 내면화로 삶이 피폐해지고 불행해지고 말았다. 저자는 극우와 수구가 경쟁하고, 경쟁과 질투가 난무하는 ‘지옥고’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진보적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공존과 되살림의 가치 구현하는 문명의 대전환 필요

『오늘부터의 세계』는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제레미 리프킨을 비롯한 세계 석학 7인과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이후 세계를 전망한 인터뷰집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르네상스 이후 계속된 인간중심주의 세계관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과 동물, 식물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대기권까지 뻗어있는 생물권 전체를 멸종위기에 놓인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덕분에 개인과 가족, 지역공동체의 안녕이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 함께하는 길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개별 정부가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체 공동체가 협력하는 수평적으로 분산된 새로운 통치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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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이자 농부이며 풀뿌리 운동 지도자인 인도의 반다나 시바는 유럽 그린 뉴딜의 중심에 있는 피어 어셈블리처럼 지역에 있는 사회 기관과 단체들이 정부와 손잡고 모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는 인류를 위한 건강, 모두를 위한 경제, 개인의 자유가 핵심 요건이다. 민주주의야말로 당장의 미래를 만드는 관건이다. 여러 석학들과 인터뷰에서 도출되는 결론은 현재의 문명이 중대한 전환점에 이르렀으며,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자연과 생명의 파괴를 일삼은 지금까지의 문명과 다른 공존과 되살림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쓴 안희경은 재미 저널리스트로 서구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


신남희_서울 중랑구립도서관 대표관장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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