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서가 생겨 든든한 마음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by 행복한독서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이재갑, 강양구 지음 / 252쪽 / 15,000원 / 생각의힘



이 책의 제목은 의아하다. 코로나도 팬데믹도 없다. 분홍과 보라가 그라데이션을 이룬 바탕에 은박이 반짝거리는 표지는 고와서 바이러스가 세상에 일으키는 불안, 분노, 우울의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어째서 제목에서 ‘코로나’라는 단어를 떼고 바이러스만 남겼을까? 그 의미를 짐작해본다.


1월부터 나는 전 세계 코로나 환자 추이를 확인하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외국의 뉴스를 찾아 읽었다. 눈만 뜨면 뉴스를 찾아 읽고, 읽은 기사 또 읽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휴대전화에서 뉴스 앱을 지워버렸다. 내 정신 건강을 지키려는 소소한 결단이었는데, 대단한 효용은 없었다. 모두가 내내 불안했고, 만나지 못했으므로 작은 소식 하나라도 건지면 지체 없이 나눴다. 등록된 지 몇 분 되지 않은 국제뉴스가 카톡을 타고 줄줄이 전달되어 왔다.


뉴스를 보지 않아도 온갖 소식을 알 수 있었다. 확진자의 성별과 나이, 심지어는 직장과 취미생활이 뭔지 알게 됐고, 감염되기 전후 그 사람의 일과를 치밀하게 복기할 수 있었다. 정보는 넘치고 불안은 그와 함께 커졌다.


이 책은 코로나도 팬데믹도 들어가지 않은 밋밋한 제목 아래 침착한 태도로 일관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야 할 새로운 일상, 뉴 노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에 에볼라, 사스, 신종플루가 있었던 것처럼 코로나 이후가 있을 테고, 불행하게도 더 자주, 더 센 놈을 만나게 될 낌새다. 그렇다. ‘우리는’과 ‘바이러스’ 사이에는 무수한 고유명사들이 숨겨져 있다. 책 속 내용은 2019년 12월 이후 우리 삶을 지배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를 이루지만, 저자들은 “우리는 ( )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로 읽어주길, 그렇게 준비해주길 바라는 것이리라.


책의 저자인 강양구 기자와 이재갑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챙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이름이다. 이 책을 읽으며 놀라운 경험을 했다. 마치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듯 익숙했다. 내가 좀 안다 싶은 분야의 책도 읽다 보면 새로 알게 된 내용이 있게 마련이다. 흥미로운 견해라든가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부분이 생기고 그렇게 덜컥거리며 넘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 책은 반을 넘게 읽는 동안 전혀 멈춰 서질 않았다. 역학 조사관 실태라든가 처우에 관해서는 자세하게 알게 되었지만, 책 전체의 내용이 이럴 수가 있을까 싶게 익숙했다.


왜일까? 책장을 덮고 이 책의 효용을 생각해보았다. 이 책은 더하기를 위한 책이 아니었다. 이것은 빼기를 위한 책이다. 폭포처럼 쏟아졌던 정보,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추측을 걷어내고 우리가 바이러스와 오래 살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만 추린 거다. 코로나19를 둘러싼 담론 속에서 이랬어야 한다, 저랬어야 한다는 뒷북 비평이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전망 대신 다음을 대비하기 위해 깔끔하게 정리된 노트다.


바이러스에 대적한 무기는 고작 마스크뿐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경험이 있고, 다행히 이렇게 잘 정리된 지침서도 생겼다. 참으로 다행이다.


이소영_책방 마그앤그래 대표,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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