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해.
그런데 나만 이렇게 행복하면
너무 미안하잖여.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264쪽 / 13,000원 / 봄날의책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몹시 힘들었다. 책을 읽다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책을 덮고 나가 마당을 서성대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썼고, 책방에 이 책을 쌓아놓고 있다. 한두 권 있는 시골 책방에 여러 권의 책이 쌓여있다는 것은 책방 주인의 강력한 추천이라는 묵시적 암시다.
글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무엇을 보는가에 대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함께 본다. 그러나 같은 뉴스를 봐도, 같은 건물을 봐도,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서로 다른 것을 본다. 각자의 시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홍은전의 글을 읽으면서 그는 일찌감치 데이비드 브룩스가 말하는 ‘두 번째 산’에 오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데이비드 브룩스에 따르면 첫 번째 산에 오르는 사람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개인을 넘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두 번째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선다.
작가 홍은전의 아버지는 보통 아버지처럼 그가 평범한 딸이 되길 원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장애인야학인 노들야학에 몸을 담고 그곳과 그곳 사람들을 사랑한 후였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개인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기에는 그의 시선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밀치고’ 아버지의 집을 나온다.
『그냥, 사람』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예술적으로도 관광자원으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DDP. 그러나 그는 함께 강의를 듣던 이들 즉, 평일 저녁의 여가를 도서관에서 보내는 교양있는 시민들이 DDP의 다른 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한참 앉아있다. 그에게 DDP는 동대문운동장을 밀고, 마치 도시 한복판에 불시착한 우주선처럼 거대하고 차갑고 압도적인 건축물이었다. 그것을 짓기 위해 쫓겨난 청계천 노점상들이 싸우는 모습을 수년 동안 본 그로서는 미적인, 관광 자원적인 면만 말하는 강의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나 강사도, 강의를 듣던 이들도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같은 DDP를 보고 다른 이들이 보지 않는, 보려 하지 않는 것을 보는 작가. 그가 보는 세상은 ‘장애인,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세월호참사의 피해자’들, 개발에 쫓겨나고, 강자에 밀려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는 그들과 함께 서서 몸으로, 글로 외치고 말한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꽃님 씨가 시설을 나와 10년 동안 모은 돈을 자신의 자립을 도와준 노들야학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에 기부금을 낼 때 한 말이다. 그녀가 기부한 돈은 2천만 원. 꽃님 씨처럼 작가 홍은전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렇게 말을 하는 듯했다. 일찍이 고 전우익 선생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고 말한 것처럼.
임후남_책방 생각을담는집 대표, 『시골책방입니다』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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