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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Oct 31. 2022

그림책과 함께 엿보는 작업실

동네책방을 사랑한 작가 - ‘노란부엉이 X 최용호 작가’

대학을 졸업하고 책 그림을 그리고자 출판 동네를 기웃거리던 20대 후반, 우연한 계기로 이화여대 후문에 위치한 초방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5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림책과 커피와 차를 팔고 그림을 그리면서 언젠가 나도 이런 공간을 운영하면서 한쪽에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라는 꿈 같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미안한 초상화  ⓒ최용호

다행히도 저는 책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서울을 떠나 경기도 광주로 들어와 산자락 밑에 위치한 2층짜리 작은 집을 만났습니다. 

1층은 책방 겸 카페, 작업실로 2층과 3층 다락방은 저희 세 식구가 생활하는 주거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이름은 ‘노란부엉이’로 정하고 2015년 3월 1일에 조용히 문을 열었습니다. 책방 이름이 왜 노란부엉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 직업의 특성상 제가 야행성 생활을 해오기도 했고 부엉이가 지혜를 상징하니 책방과 잘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거기에 노란색을 더하니 영어 표기에서 ‘ow’ 스펠링이 겹쳐(Yellowl) 책방 이름으로는 나름대로 꽤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노란부엉이는 초등학교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길 하나를 사이로 학교와 마주 보고 있어서 학교의 수업 종소리,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뛰노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외부 나무 덱에서 4대째 살아가는 길고양이 꼬무와 흰반이는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팔자 좋은 녀석들입니다. 1층의 통창으로 등하교 시간 책방 앞을 오가는 아이들의 모습들과 고양이들, 사계절 변화하는 나무와 꽃, 산의 풍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풍경화처럼 보입니다. 매일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1층 실내는 열 평이 조금 넘는 작지만 아담한 공간으로 그림책과 간단한 차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노란부엉이는 그림책만 취급하는 그림책방으로 저의 개인적인 기준과 취향으로 선별한 그림책들을 진열하고 판매합니다. 그림책은 표지가 잘 보이게 진열해 놓으면 마치 멋진 그림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는 갤러리 못지않게 멋집니다. 아름다운 그림책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한편에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작업 공간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 자리에서 개인적인 작업을 하다가 손님이 오면 맞이하는 방식입니다. 

책상 앞에는 작업 중인 스케치나 원화들이 걸려있어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의 진행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앞이라는 특성상 초등학생 손님들이 많은 편인데 이 손님들 중에는 꽤나 날카로운 비평가들이 있어 진땀이 나기도 합니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작업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종종 작업에 필요한 모델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근래 작업한 그림책에는 실제로 동네 아이들을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저희 노란부엉이가 다른 책방과는 조금 다른 특색이라고 한다면 그림책과 함께 그림작가의 작업실을 살짝 엿보는 듯 그림을 조금 더 가깝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부일상_보행독서  ⓒ최용호

미술대회, 그림책 수업

정기 행사로는 매년 5월에 ‘노란부엉이 미술대회’를 개최합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저희가 제공하는 작은 엽서에 그림을 그려 벽에 붙여놓으면 어른 손님들이 마음에 드는 그림의 뒷면에 스티커로 투표하는 방식으로, 최종 선정된 그림들은 엽서로 만들어 노란부엉이 1만 원 무료 쿠폰과 함께 선물로 증정합니다.

독서모임과 그림책 관련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가을에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노란부엉이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에는 ‘내가 만드는 그림책’ 수업이 있습니다. 학생 스스로가 그림책을 기획하고 글과 그림을 그려 최종 인쇄 과정을 거쳐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뭔가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대다수의 날들이 지극히 조용하고 평온합니다. 사실 너무 바쁘고 분주해지면 어쩌나 걱정이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냥 걱정일 뿐인 나날들입니다.


그림책방&카페 노란부엉이

www.yellowl.net

www.instagram.com/yellowl_bookshop_cafe


최용호_노란부엉이 대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그림작가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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