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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Nov 11. 2022

그림책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림책 깊이 읽기

여행을 통해 우리는 반복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활력을 얻게 된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고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우리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나라의 국경이 봉쇄되었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여행을 떠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바닷가로 달려가 시원한 바닷물에 뛰어드는 상상을 해보고, 매년 학교도서관 조성을 위해 찾아가는 라오스의 우체국 옆집 쌀국수 맛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들썩들썩 좀이 쑤신다. 이럴 땐 차분히 앉아 직접 가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그림책 속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헬리콥터를 타고 떠나는 세계 여행

상상의 세계는 우리들에게 자유로움을 안겨준다. 『헬리콥터 타고 세계 여행』(클레망틴 보베 글 / 안느 루케트 그림 / 국민서관)은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헬리콥터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발한 설정이 유쾌하고 흥미를 유발한다. 

페달을 저어서 하늘을 날아가는 헬리스와의 여행은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서 영국, 에스파냐, 이탈리아, 이집트, 중국, 미국으로 향한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각 여행지에서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로 전개된다. 편지는 그 나라의 인사말로 시작되고 편지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 나라의 특징을 알게 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각 나라의 상징적이고 널리 알려진 명소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펼친 면 가득 채워져 있다. 한편 여행지에서 만나지 못한 영국 여왕, 에스파냐의 소, 이탈리아의 곤돌라, 이집트의 미라, 중국의 용, 미국의 고릴라는 헬리스의 꽁무니에 매달려서 따라다닌다. 그림으로만 표현된 이 장면들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국민서관(『헬리콥터 타고 세계 여행』)

영국에서는 차를 마실 줄 알게 되고, 에스파냐에서는 기타를 배우게 되고, 이탈리아에서는 피자 만드는 법을 배우는 등 각 여행지마다 뭔가를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마지막에 한 장의 편지를 남기고 헬리스를 빌려 타고 세계 여행을 떠난 엄마 아빠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왠지 우리도 어디든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갖게 된다. 


태양의 나라로!

세계 모든 나라를 여행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꼭 가보고 싶은 나라를 꼽자면 나는 멕시코를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는다. 그림책 『가자, 가자, 멕시코로!』(로리 크렙스 글 /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해와나무) 덕분에 미리 멕시코의 여러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멕시코로 여행을 떠났어요”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멕시코로 가족 여행을 떠난 여행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함께 따라가다 보면 멕시코의 다양한 풍경과 문화를 만나게 된다. 예쁜 물고기와 회색 고래가 뛰어노는 아름답고 푸른 바다와 선인장이 많은 사막과 협곡의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다. 축제를 좋아하는 정열적인 멕시코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는 장면에서는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거대한 피라미드, 멕시코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마리아치 밴드의 연주 등 멕시코의 전통문화를 뜨겁게 만날 수 있다. 

약 300년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멕시코의 아픈 역사는 독립기념일 축제와 함께 조금씩 아물고 있다. 독립기념일 한 달 전부터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는 멕시코 인들의 기쁨이 담긴 녹색, 흰색, 빨간색 국기가 거리를 가득 메운다. 겨울을 나기 위해 멀리 캐나다에서 날아온 황제나비 떼를 표현한 장면은 이색적이면서 신비롭다.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붉은 톤과 노란색, 주황색이 뜨거운 태양의 나라를 제대로 느끼게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두려움과 설렘

혼자라는 것은 두렵고 떨리는 일이지만, 또 혼자라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들도 많은 듯싶다. 『여덟 살, 혼자 떠나는 여행』(우 니엔쩐 글 / 관 위에수 그림 / 베틀북)은 이모할머니 집에서 우산을 찾아오라는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시작된다. 심부름은 아들이 용감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길 바라던 아버지가 계획한 일종의 ‘시험’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이모할머니 집에 다녀오는 길은 한 시간가량 산길을 걸어 기차역에 도착한 다음 허우둥역에서 아홉 정류장(약 72킬로미터)인 이란역까지 갔다가 다시 집까지 돌아와야 하는 여정이다. 여덟 살 아이에게 혼자 떠나는 길은 두렵기도 했겠지만,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과 스스로 용감함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이는 그때 자신의 모습을 “잘난 체하는 수탉처럼” 행동했다고 표현한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씩 기차가 지날 때마다 아이는 긴장감과 함께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에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아이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을 주워 담는 게 너무 즐거웠지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마구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고도 한다. 이런 풍부한 감성의 나열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을 글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리얼리티이다. 독자들에게 그대로 그때의 감성이 전달될 이유가 충분하다. 


여행에서는 흔히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갑자기 옆에 앉아계셨던 할머니가 쓰러진다. 갑작스러운 위기에 아이는 당황하고 마침 주변 어른들의 도움과 호주머니에 챙겨온 반밖에 남지 않은 호랑이 기름을 바른 후 할머니는 의식을 차린다. 죽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할머니가 깨어난 후 아이의 안심하는 마음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아이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기차에 두고 내린 호랑이 기름이 남아있다. 아이는 집 앞에 서있는 할머니를 힘차게 부르며 달려가고, 호랑이 기름 뚜껑에 그려져 있는 호랑이 그림과 닮은 고양이 한 마리가 몰래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덟 살 혼자 떠나는 여행은 이렇게 행복한 결말로 미소를 가져다준다. 


이 그림책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이 아이가 경험한 이란선 기차를 타보고 싶어 어느 해 여름, 이 그림책 하나를 들고 타이완에 갔다. 그리고 그 아이가 갔을 기차 여정을 그대로 따라갔다. 태평양 바다가 보였다가 긴 터널을 지날 때는 터널 벽과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책 속 아이를 생각했다. 여덟 살 혼자 떠나는 기차의 여정이 어땠을지 그림책 속의 글이 그대로 다가왔다. 비록 할머니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책 속 전경의 아름다운 묘사를 생생하게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는 시간이었다. 터널을 지나 밝은 햇살과 함께 펼쳐질 넓은 바다와 새들과 구이산 섬을 놓치지 않으려고 내내 창밖을 주시했다. 나는 그때 여덟 살 그 아이가 되었다. 그림책 속 여덟 살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색다른 추억 바구니를 안겨주었다. 


오싹오싹! 박물관에서 만나는 괴물들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나보자.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박물관은 이탈리아 바티칸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고대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들이 소장되어있다. 프랑스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루브르박물관을 놓치지 않는다. 


『루브르의 괴물들』(송지민 글·그림 / 고래뱃속)은 루브르박물관을 좀 색다르게 접근한다. 단순히 루브르박물관의 인기 있는 전시품들을 소개하지 않는다. 루브르박물관을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그림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모나리자를 보러간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루브르박물관 곳곳에 있는 전시 작품 속 어느 한 부분을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약간은 무서워 보이는 파란 사자, 물고기 아저씨 등 루브르박물관에 살고 있는 괴상한 모양의 괴물들을 소개한다. 

ⓒ고래뱃속(『루브르의 괴물들』)

그림책의 작가는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루브르박물관의 작품들 속의 알려지지 않은 작지만 소중한 괴물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괴물들을 스케치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그들이 있기에 어쩌면 오롯이 작품들이 완성되었다고 본 것이다. 책 뒷부분에 괴물들이 어떤 작품에서 살고 있는지 본 작품과 함께 괴물들을 알려준다. 괴물들이 우리에게 루브르박물관에 오게 되면 꼭 전시품 속에 숨어있는 자신들을 찾아주기를 권한다.

루브르박물관도 몇 달째 문을 닫았다가 최근에 예약제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 그림책을 들고 다시 가서 오싹오싹 루브르 박물관의 괴물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최지혜_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0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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