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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an 18. 2023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 시민과 호흡하는 책

휴머니스트 ‘곰곰문고’ 시리즈

‘곰곰문고’는 휴머니스트의 청소년 시리즈다. 곰곰이 들여다봐야 만날 수 있는 가치, 세상과 나를 잇는 새로운 생각을 전한다. 2021년 출간된 첫 책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를 시작으로 팬데믹 이후 비인간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고, 나와 우리를 돌보는 살림력을 키우며, 청소년 시민권의 범위를 넓히고, 서로의 노동에 기대 일하며 살아가는 삶을 그릴 수 있는 책을 만들어왔다. 동물권, 인권, 노동, 수학사, 참정권 같은 우리 삶의 필수 교양부터 쇼핑, 스포츠 지리, 금융, 비거니즘 등 새로운 세대와 호흡하는 생활 교양까지, 곰곰문고는 낯선 호기심 너머 생각의 문을 두드린다.


이 시리즈의 중요한 기획 방향 중 하나는 ‘오늘의 주체’인 청소년과 함께 생각하고 이야길 나눌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우리의 독자는 ‘나이가 차면 사회로 나아갈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세상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시민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둔 2월에 출간된 책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는 그런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이 책은 ‘청소년’과 ‘시민’, 두 단어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청소년 당사자가 가진 힘과 그에 응답해야 할 비청소년의 역할에 주목한다. 우리 사회 청소년 시민권이 당면한 과제를 다양한 청소년의 목소리를 통해 전하며 독자들에게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료 시민이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을 건넨다.


한편 『내 손으로 만드는 내 삶을 위한 정치』는 ‘청소년을 위한 대한민국 정치 사용 설명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청소년들이 한국 정치를 이해하고, 정치적 가치관과 판단력을 다져 나갈 수 있도록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부터 현실 정치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까지 두루 다루는 정치 안내서다.

『금융 프렌즈가 우릴 기다려』 중에서

팟캐스트 「듣똑라」(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진행자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이현 기자가 펴낸 『금융 프렌즈가 우릴 기다려』는 독립을 준비하는 십 대부터 이제 막 내 돈을 운용하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을 공부하자”고 말하기보다 “좋은 어른이 되려면 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를 가장 중시하는 사람인지, 나에 대해 잘 알아야 돈을 써야 할 곳에 쓰고 아껴야 할 때 아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돈을 대하는 태도에서 독립을 앞둔 이들이 알아야 할 알짜 정보까지 다룬 오늘과 내일의 나에게 든든한 힘이 될 금융 입문서다.


생활 교양의 영역에서 자립을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힘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책으로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가 있다. 이 책은 요리와 청소, 빨래, 만들고 수리하기 같은 살림력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키워야 할 필수 능력이라고 귀띔한다. ‘가장 오래도록 쓰일 나를 돌보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중에서

『일하는 삶이 궁금한 너에게』는 대안사회교사모임 소속의 사회 교사가 들려주는 노동 인권 이야기다.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부터 그 권리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힘써온 역사, 그리고 청소년, 여성, 장애인, 노인을 둘러싼 문제와 미래의 노동시장 변화까지 함께 살펴본다. 우리 사회 노동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친절히 안내하는 이 책은 노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일하는 삶을 탄탄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돕는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탄소중립, 기후 위기의 문제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인식하고 지금껏 누려왔던 풍요로운 생활을 돌아보도록 하는 책이다. 탄소중립은 대통령의 선언이나 국제사회의 서약만으로 이룰 수 없다. “한 명 한 명의 시민이 기후변화에 적응해야 할 당사자이자 대안을 만들어갈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내가 생활하는 집과 마을, 학교, 도시에서 탄소중립으로 한 발짝 가까워지는 하루를 오늘부터 시작해보자고 초대하는 책이다.


곰곰문고의 도전은 교양의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앰 아이 블루?』는 시리즈의 첫 문학책이다. 1994년 미국에서 초판이 발행되고 2005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아온 청소년 퀴어 문학의 고전으로 16년 만인 2021년 복간되었다. 이 책은 퀴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가족, 친구, 교사, 이웃의 면면을 다채로운 시점에서 교차해 등장시킴으로써 “퀴어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도 언제나 퀴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증명한다. 다양한 피부색과 민족적 역사를 지닌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갈수록 시민사회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던진다.


청소년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다. 

몫과 권리를 가진 존재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이 무엇을 고민하고 궁금해하는지, 자기 삶의 변화를 위해 어떤 바람을 갖고 있는지 그 물음표의 답을 함께 찾아 나가는 게 청소년책의 역할이다. 

그런 면에서 ‘좋은 청소년책’이라면 청소년과 비청소년 모두 함께 읽기에 손색이 없다고 믿는다. 비교적 쪽수가 적은 한정된 지면 안에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려면 ‘섬세한 말 걸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청소년책은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곰곰문고는 그런 섬세함으로 독자들과 호흡하며 지금까지 즐겁게 열여섯 권의 책을 만들어왔다. 앞으로도 삶을 건강하게 꾸리는 데 힘이 되어줄 책을 만들어가는 곰곰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김나윤_휴머니스트 청소년팀 팀장


이 콘텐츠는 <월간아침독서> 2022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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