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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an 25. 2023

청소년을 지성인으로 성장시키는 책

나무를심는사람들 ‘질문하는 사회’ 시리즈

청소년 인문사회 교양서를 만들 때, 편집자로서 갖는 목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청소년들이 사회학, 법학, 철학, 지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해서 학문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그래서 평생 책을 좋아하는 교양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둘째는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정의, 인권, 민주주의 등 바람직한 가치를 배워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세계시민으로 한몫을 톡톡히 해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목표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책을 기획해야 할까가 늘 고민이다. 


청소년 인문 교양서가 많이 출간되지만 가끔씩 궁금증이 생겼다. 

“이렇게 어렵고 딱딱한 책을 청소년이 읽을 수 있을까?” 

“청소년이 직접 읽는 책은 얼마나 될까? 도서관에만 꽂혀 있는 건 아닐까?” 

구체적인 기획을 해나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그럴 듯해 보이는 멋진 책’보다 ‘청소년이 직접 읽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인문 교양서를 만들어도 학교 공부에 시달리고 성적 압박을 받는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기 힘들 것이다. 아무리 알찬 내용을 가득 담아도 독서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또 비전문가가 집필한 수박 겉핥기식의 가벼운 책은 재미있을 수는 있어도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세웠다. 첫째, 교과과정과 연계가 되도록 구성한다. 먼저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커리큘럼을 분석한 후 ‘질문하는 사회’ 시리즈에 반영하였다. 교과과정과 연계가 되면 일단 독자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인문사회 교양서가 학습참고서처럼 단숨에 성적을 올려줄 것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재미있는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사회 과목과 친해지게 되고, 더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정도로도 충분히 바람직한 일이다. 


둘째, 독서력이 부족한 청소년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글의 호흡을 짧게 가져가고, 책의 분량도 200쪽 내외로 구성한다. 유아와 아동 시기에는 그래도 책을 읽지만, 중학생이 되면 점점 책에서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들의 독서력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도 책을 붙들고 있기가 힘들어진다. 책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서 읽기도 전에 질리게 해서는 곤란하다. 또 자주 쉬었다가 다시 읽을 수 있도록 질문 하나의 원고 분량을 10매 내외로 짧게 구성하였다. 질문하는 사회 시리즈는 한 권이 총 40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칼럼을 읽듯이 쉽게 읽을 수 있다. 


셋째, 각 분야의 전문가가 가장 핵심적인 내용뿐 아니라 깊이 있는 내용까지 담아낸다. 비전문가들이 집필한 책은 술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새로운 내용이 없고, 깊이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시리즈는 핵심적으로 알아야 내용을 기본적으로 수록하지만, 전문가의 새로운 견해도 풍부하게 담고, 청소년들의 일상생활과도 접목시켜 차별화를 이뤄내었다. 


전권 모두 높은 판매량 

질문하는 사회 시리즈는 2017년 8월 1권 『1등에게 박수 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가 출간된 이후 2021년 10월 현재 10권이 출간되었다. 앞으로도 <국제정치> <문화인류학> <돌봄노동> 등이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1등에게 박수 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 중에서

『1등에게 박수 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는 사회학자 오찬호가 집필했는데, 작가 지명도가 워낙 높기는 했지만 경남독서한마당 올해의 책에 뽑히기도 했고, 출간 이후 9쇄까지 찍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 “1등에게 박수 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을 때, 반응은 두 가지였다. “1등에게 박수 치는 게 당연한 일이지. 그럼 누구한테 박수를 칠까?”라는 것과 책 내용이 원래 의도했던 대로 “맞아, 1등만 칭찬하며 성적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우리 현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어!”라고 성찰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해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책 제목이 더 각인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1등에게 박수 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가 나온 지 3년 만에 오찬호 작가의 두 번째 책으로 『곱창 1인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질문하는 사회 시리즈 9권)를 출간하였다. 태어나기 전부터 죽을 때까지 차별과 혐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생애를 40개의 테마로 구성한 인권책이다. “이게 왜 차별이야? 너무 예민한 거 아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차별 맞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이 책도 1년여 만에 4쇄까지 찍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3년 간격으로 세 번째 책이 출간되기를 편집자로서, 또 원고를 가장 먼저 읽는 독자로서 기대하고 있다. 

『곱창 1인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 중에서

사실 질문하는 사회 시리즈는 전권 모두 골고루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시리즈에서 1~2권만 잘 팔리는 경우와는 확연히 차별되고, 전권의 판매량이 높다. 한 권을 읽어본 교사와 사서 선생님, 부모님들이 새 책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구입해주는 것 같고, 논술학원 등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편집자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한 권 한 권 정성스레 만들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해선_나무를심는사람들 편집주간


이 콘텐츠는 <월간아침독서> 2021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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