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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Feb 03. 2023

자연과 공존하려는 마음

주제별 어린이책 큐레이션 - 자연과 환경

우리의 친구인 지구를 아끼고 가꾸는 마음이야말로 
어쩌면 우리 자신을 아끼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달에는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그림책 몇 권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지만, 종종 그 사실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자연을 이용할 대상으로만 보고, 그런 자세로 줄곧 자연을 대한다면 그 결과는 부메랑처럼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될 거예요.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문제는 사람들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입니다.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자연과 공존하는 마음,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을 일깨웠으면 합니다. 


동물들이 고발하는 환경문제 

가장 먼저 살펴볼 그림책은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존 버닝햄 글·그림 / 비룡소)입니다. 기차놀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밤늦게까지 놀다가 강아지 인형과 함께 잠이 듭니다. 꿈속에서 아이는 강아지와 함께 기차 여행을 하는데요. 안개가 끼면 유령놀이를 하고, 날씨가 더우면 헤엄을 치고, 바람이 불면 연날리기를 하고, 비가 오면 우산 쓰고 놀고,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하고 놉니다. 변화하는 날씨에 따라 갖가지 놀이를 하며 노는 거지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놀이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안개 속에서는 코끼리가, 물에서는 물개가, 연날리기할 때는 두루미가, 우산 쓰고 놀 때는 호랑이가, 눈싸움할 때는 북극곰이 나타나 “제발, 나도 기차에 태워 줘” 하고 부탁합니다. 

ⓒ비룡소(『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첫 번째 등장했던 코끼리의 말을 들어볼까요? 코끼리가 기차에 올라타려고 하자, 아이와 강아지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코끼리는 

“제발, 나도 기차에 태워 줘. 사람들이 내 상아를 잘라 가려고 해. 자꾸 이러다간 우리 코끼리들은 이 땅에 살아남지 못할 거야” 

하지요. 사람들이 저지르는 짓 때문에 동물들은 멸종위기에 처하고 만 것입니다. 이 작품은 날씨와 놀이, 동물들이 처한 환경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조만간 사람도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지 않을까요? 


『플라스틱 섬』(이명애 글·그림 / sang)은 작은 플라스틱 섬에 사는 새의 눈과 입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섬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편하게 살려는 인간의 욕망이 산더미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고, 그것이 다른 생물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실감나게 보여주지요. 


인류의 ‘공동재산’인 지구 

두 번째로 살펴볼 그림책은 『우리가 함께 쓰는 물, 흙, 공기』(몰리 뱅 글·그림 / 도토리나무)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물, 흙, 공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주목할 만합니다. 우리가 공짜라고 여기고 아낌없이 펑펑 썼던 것들이 과연 그런 것일까 하고 묻는 거지요. 

마을 사람들의 ‘공동재산’이었던 ‘공동 풀밭’에서부터 이 책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양을 가져와서 공동 풀밭을 사용하면, 어떤 사람은 공동 풀밭의 풀을 많이 사용하고, 어떤 사람은 적게 이용하게 되지요. 그래서 공동 풀밭을 공평하게 이용하고 가꾸기로 서로 약속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공동 풀밭을 우리 인류의 공동재산인 지구로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지금 마음껏 사용하는 공원들, 저수지들, 자연 자원들, 전 세계의 물과 공기는 바로 우리 인류에게 공동 풀밭 같은 것이니까요. 현재 우리는 지나치게 많이 사용함으로써 “깨끗한 물, 화석 연료, 숲, 물고기 같은 자연 자원을 하나씩 하나씩 파괴”하고 있어요. 이렇게 살다 보면, 조만간 이 세계 자체가 파괴되고 말 텐데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예전에는 마을의 공통 풀밭에 풀이 적으면, 다른 풀밭을 찾아 떠날 수가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지구 아닌 다른 별로 당장 떠날 수가 없어요.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지구 전체의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나아가 우리가 삶의 터전인 지구에서 살려면,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요. 


자연을 보호하고 가꾸면

이번에는 파괴된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고 변화시키는 사람의 노력을 담은 작품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우선 『난지도가 살아났어요』(이명희 글 / 박재철 그림 / 마루벌)를 볼까요. 이 작품은 아름다운 섬인 난지도가 쓰레기 섬이 되었다가 다시금 풀과 나무가 자라나는 섬으로 돌아온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높이가 90미터나 되는 쓰레기 산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하자 이제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살고 보호야생종인 맹꽁이가 우는 섬이 되었다고 해요. 난지도가 변해가는 과정을 회색과 초록색을 잘 활용해서 보여주고 있지요. 

ⓒ마루벌(『난지도가 살아났어요』)

『세상의 모든 나무를 사막에 심는다면』(H. 조셉 홉킨스 글 / 질 맥엘머리 그림 / 청어람아이)은 캐서린 올리비아 세션스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이 그림책은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자연을 되살리는 주역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좋아했던 캐서린은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교사가 되었어요. 그런데 케이트가 교사로 일했던 샌디에이고는 나무가 거의 없는 사막 같은 곳이었어요. 그래서 케이트는 학교를 떠나 원예사가 되었고, 오랜 시간 동안 샌디에이고에 맞는 나무를 찾아 심고 가꾸어서 샌디에이고를 나무가 울창한 초록 도시로 만들었지요. 


사람들이 길을 닦고 건물을 짓게 되면, 본래 그곳에서 살던 동물들이 오가던 길이 없어지고 맙니다. 늘 가던 길을 가다가 야생동물이 그만 자동차에 치여 죽는 것을 ‘로드킬’이라고 하는데요.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작품이 바로 『생태 통로』(김황 글 / 안은진 그림 / 논장)입니다. 자, 어떤 생태통로가 있는지 살펴볼까요? 하늘 다람쥐는 높다란 장대같이 하늘로 난 생태통로를 이용합니다. 노루, 고라니, 멧돼지, 살쾡이, 너구리 들은 육교 같은 생태통로를 이용하고요. 물고기는 ‘어도’라는 생태통로를 이용해요. 물론 생태통로는 서식지가 차단되거나 파괴된 야생동물들을 도와주는 일시적인 ‘구급 시설’일 뿐입니다. 될 수 있으면 도로나 댐을 없애고 원래의 자연을 야생동물에게 돌려주어야겠지요.

ⓒ논장(『생태 통로』)


지구를 지키는 방법 

마지막으로 『내가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토드 파 글·그림 / 고래이야기)을 소개합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이 지구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과 함께 그러한 행동이 어떻게 지구환경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맨 처음을 같이 읽어볼까요? 

“나는 지구를 아끼고 보살피려 노력해. 왜냐고? 내가 하는 작은 일들이 지구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자, 그렇다면 토드 파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지구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종이의 앞뒷면은 모두 쓰기, 장바구니 갖고 다니기, 수도꼭지 잠그고 쓰기, 목욕물 아껴 쓰기, 버스나 자전거 타고 다니기, 음식 남기지 않기. 그리고 남은 음식은 밭에 뿌리기, 필요 없는 전깃불 끄기, 에너지 아껴 쓰기, 쓰레기통에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쓰레기 따로 버리기 등이에요. 어때요? 지구 지키는 법, 참 쉽지요? 이러한 행동들은 나무를 덜 베게 하고, 물과 공기를 깨끗하게 하며, 지구에 사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지요. 이 책에는 “지구를 지키는 10가지 방법”이 책 끝에 붙어있어요. 눈에 잘 띄는 곳에 크게 써서 붙여두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참 좋겠지요. 

ⓒ고래이야기(『내가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우리는 실감하지 못한 채 오래도록 살아왔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뭐든지 아낌없이 퍼주는 보물단지 같은 존재였던 거예요. 그러나 자연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심해지자, 자연은 파괴된 모습을 우리에게 그대로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환경문제인 거지요. 우주에 수많은 별이 있지만, 지구처럼 사람에게 살기 좋은 별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공동재산이자 우리의 친구인 지구를 아끼고 가꾸는 마음이야말로 어쩌면 우리 자신을 아끼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어요. 


엄혜숙_어린이책 작가, 번역가


이 콘텐츠는 <초등아침독서> 2020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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