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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Feb 06. 2023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이 되기를

주제별 어린이책 큐레이션 - 전쟁과 평화

비무장지대에는 철따라 새들이 날아오고, 
점박이 물범 가족, 수달 형제, 고라니 남매, 
산양 엄마와 아기가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어요.



우리는 견디기 힘든 나날을 말할 때, ‘전쟁 같은 하루하루’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전쟁은 괴롭고 견디기 힘들다는 뜻이겠지요. 이달에는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그림책 몇 권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평화란 좁은 의미로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현대 평화학에서는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우리 인류가 목표로 하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인 거지요.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벌써 70년 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한반도는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평화’란 말은 우리에게 절실한 말이 아닐 수 없지요. 


일상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전쟁 

그렇다면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책으로 『왜?』(니콜라이 포포프 글·그림 / 현암사)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꽃이 한가득 핀 들판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꽃 한 송이를 손에 들고 향기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쥐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나 그 꽃을 빼앗지요. 다른 꽃을 꺾어 가져도 되는데 말입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덩치가 더 큰 개구리 두 마리가 나타나 생쥐에게서 그 꽃을 빼앗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생쥐 친구들이 잔뜩 나타나 개구리들에게 총을 쏩니다. 여기에 질세라 개구리들도 총을 들고 대응하지요. 점점 더 숫자가 늘어가고 점점 더 과격해지는 개구리와 생쥐들. 마지막 장면을 보면 온통 폐허가 된 들판에서 생쥐와 개구리 둘이 너덜너덜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이 작품은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와 과정을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게 그림만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1938년생인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포포프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전쟁의 어리석음과 폭력을 이해하고 평화를 지켰으면 하는 거지요. 개구리들과 생쥐들의 싸움으로 초록으로 아름답던 들판이 완전히 사라지고, 둘 다 다치고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전쟁의 문제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전쟁은 빠르게 퍼지는 질병처럼 일상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며 전쟁의 폭력성을 고발한 『전쟁』(조제 조르즈 레트리아 글 / 안드레 레트리아 그림 / 그림책공작소)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이 파괴된 걸 경험했으니, 이러한 표현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테지요.


다시 살펴보는 한국전쟁의 실상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권정생 글 / 이담 그림 / 보리)는 1980년대에 발표된 권정생의 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든 것으로 2007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권정생 작가도 1937년도에 태어났고, 자신이 체험한 전쟁을 표현한 것이라 『왜?』와 비교해 읽으면 좋을 거 같아요. 표지를 보면 치악산을 배경으로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가 서있습니다. 그런데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함경도 사람인 곰이는 피난 가다가 아홉 살 때 비행기 폭격으로 죽었고, 평안도 사람인 오푼돌이 아저씨는 인민군 군인으로 국군과 싸우다가 총에 맞아 숨졌기 때문이지요. 즉 두 사람은 30년 전에 죽은 사람인데요. 이런 두 사람이 달밤에 깨어나 새벽 동이 트기까지 나누는 이야기가 작품의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보리(『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이 그림책에는 두 사람이 나누는 현재 대화 속에 과거 회상이 삽입되고, 옛이야기인 ‘호랑이와 오누이’의 이야기가 변형되어 삽입됩니다. 현재 나누는 이야기, 고향과 전쟁에 관한 회상, 변형된 옛이야기라는 세 가지 차원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색조와 화면구성을 통해 표현되는 거지요. 현재의 화면은 봄의 달밤이 배경이므로 화사한 색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회상 화면은 회상 내용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지요. 평온한 고향 마을은 밝은 갈색으로 표현되고, 전쟁이 할퀴고 간 마을은 어두운 갈색으로 표현됩니다. 또 오누이와 호랑이의 이야기는 차가운 느낌의 파란색으로 표현되어 갈색이 주조인 두 사람의 현재 및 과거 회상과 차이를 보여줍니다. 화가 이담은 색깔로 작품의 의미를 뚜렷하게 드러냈지요. 작가는 이 작품에서 한국전쟁을 “다 같은 단군 할아버지의 자손들”인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 총을 겨누고 싸운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또 옛이야기를 통해 남북한과 같은 오누이가 의견을 달리하여 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둘 다 호랑이에게 잡혀먹고 말았다고 하지요. 1980년대에 이미 이런 사유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분단 현실과 통일을 바라는 마음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이억배 글·그림 / 사계절)은 휴전 상태인 한반도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2010년에 발표되었는데, 한국전쟁의 현재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비무장지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표현하고 있지요. 표지를 보면 연두색과 초록으로 물든 비무장지대 여기저기에 동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고, 녹슨 기차는 어느새 새가 살고 토끼가 숨는 둥지가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비무장지대를 할아버지와 손자가 걷고 있어요. 앞 면지를 보면, 세계지도가 나오는데요. 한반도에 붉은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분단된 한반도를 표현하는 거지요. 뒤 면지를 보면, 이제는 한반도에 붉은 줄이 없습니다. 통일된 한반도인 거지요. 그렇다면 본문의 내용은 분단된 현실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사계절(『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이 작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비무장지대로 가서 고향인 북녘땅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손자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비무장지대에는 철따라 새들이 날아오고,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점박이 물범 가족, 수달 형제, 고라니 남매, 산양 엄마와 아기가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어요. 군인들은 진지를 다시 쌓고, 낡은 철조망을 고치고, 줄지어 훈련을 하고, 고단한 훈련을 하며, 탱크로 출동하고, 전투기로 폭격 훈련을 합니다. 남쪽 군인도 북쪽 군인도 고향 생각을 하지만 그뿐인 거지요. 할아버지도 전망대에 올라가 북녘에 있는 고향을 바라볼 뿐이고요. 그러나 할아버지는 또다시 봄이 오면 더 이상 전망대에 올라가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철문을 열어젖히고 / 비무장지대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 / 풀밭에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고 하는 거지요. 여기서 닫혀있는 철조망을 펼치면 평화로운 비무장지대가 나타나고 남북의 할아버지가 얼싸안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통일을 염원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표현한 겁니다. 


『빨간 나라, 파란 나라』(에릭 바튀 글·그림 / 담푸스)도 분단과 통일을 다룬 그림책입니다. 왕이 죽자 두 왕자는 나라를 빨간 나라와 파란 나라, 둘로 나누어 각각 갖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헤어져 만날 수 없게 된 백성들은 괴로움을 겪는데요. 아이들이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타고 보니 두 왕자는 서로 만나고 있었어요. 백성들은 힘을 모아 두 왕자를 쫓아내고 다시 한 나라가 되도록 하지요.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담푸스(『빨간 나라, 파란 나라』)

전쟁은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파괴하고, 우리가 만들어왔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무너뜨립니다. 가족과 헤어지게 하고 불구가 되고 심지어는 죽게까지 되지요.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6월, 하루빨리 휴전 상태를 끝내고 정전협정을 맺고, 우리 모두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마음 깊이 바라게 됩니다. 


엄혜숙_어린이책 작가, 번역가


이 콘텐츠는 <초등아침독서> 2020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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