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의 상상 놀이 한마당

- 서정숙 선생님의 놓치면 안 되는 그림책

by 행복한독서

달 사람

토미 웅거러 글·그림 / 김정하 옮김 / 40쪽 / 13,000원 / 비룡소



프랑스 작가인 토미 웅거러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바 있는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은 어느 한 작품에 주는 상이 아니고 작가의 전 작품을 평가한 결과로 주는 상이라 작가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큰 상이에요.

토미 웅거러 작품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기발한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림의 구도가 대담하며 색채도 화려해요. 군인이나 쥐, 뱀, 낙지, 강도, 어린이를 잡아먹는 식인 거인 등 대체로 그림책에 잘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이 나와 이야기에 색다름을 선사하고 부분적으로 풍자성이 깃들어 기성 가치관을 새롭게 재조명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결말은 행복하게 끝나요.


『달 사람』 역시 이런 특성이 모두 녹아있는 그림책입니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작가는 달에 우리 같은 모습의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달에서 지구인들의 삶에 호기심을 느끼던 달 사람은 지구에 내려와 보고 싶어 합니다. 달 사람의 이런 마음은 어쩌면 땅에 있는 지구인들이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날 밤, 달 사람은 떨어져 내리는 별똥별을 순간적으로 잡아타고 지구로 내려와요. 깜깜한 밤, 작은 별똥별을 한 손에 잡은 채 양쪽 화면을 가로지르며 마치 우주 공간을 유영하듯 날고 있는 달 사람의 그림은 그야말로 토미 웅거러의 창의적 표현 방식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별똥별과 함께 달 사람은 숲속으로 떨어지고 무슨 일인가 놀란 군인과 소방수, 기자들이 달 사람 주변에 모여들었어요. 정치가, 과학자, 장군들은 달 사람이 지구를 공격하러 온 침입자라고 생각해 감옥에 가두었지요. 달 사람으로서는 좀 억울한 생각이 들 수 있었겠어요. 그는 그저 지구인들과 흥겹게 춤추며 놀고 싶었던 것뿐인데 감옥에 갇혔으니까요.

달 사람-본문.jpg


그런데, 여기서 토미 웅거러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하네요.

달 사람은 둥근 보름달에서 점점 모양이 일그러지더니 급기야 감옥 안의 창살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홀쭉해진 그믐달이 되어 감옥을 빠져나가거든요. 텅 빈 감옥을 보고 군인들은 황당해합니다.

탈옥에 성공한 달 사람은 다시 보름달이 된 후 자유의 몸으로 지구를 누비고 다닙니다. 꽃, 새, 나비 같은 자연도 만나고 바라던 대로 가면무도회장에서 사람들과 춤도 추면서 시간을 즐겁게 보내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지구에 머문 후, 달 사람은 몇백 살이나 되는 과학자가 만든 로켓을 타고 다시 달로 돌아가지요.


어린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은 후, 달그림자를 보며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펴보기를 바랍니다. 달 사람이 어떻게 지구로 올 수 있을까, 감옥에서 어떻게 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다시 달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면 좋겠어요. 달 사람처럼 내가 가보고 싶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눠보세요.


서정숙_그림책과 어린이교육 연구소 소장, 『그림책에게 배웠어』 공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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