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된 내면의 정서를 풀어낸 아름다운 구조

- 서정숙 선생님의 놓치면 안 되는 그림책

by 행복한독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글·그림 / 강무홍 옮김 / 48쪽 / 10,500원 / 시공주니어



이번에 소개할 책은 미국 작가인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현대 그림책의 분수령이 된 정말 유명한 그림책 명작이지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미국에서 처음 출판되었을 때, 어린이의 이미지를 왜곡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해요. 부정적인 정서와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주인공 맥스의 모습이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기대하던 천진난만한 모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바로 이런 이유로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역사적인 그림책의 반열에 올랐으니 아이러니하지요. 어린이라고 내면에 분노가 없을 수는 없을 터, 맥스가 이런 현실적인 어린이의 모습을 아주 잘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평가받게 된 것입니다.


내용을 좀 볼까요?

주인공 맥스는 저녁에 늑대 모양의 일체형 잠옷을 입은 채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시끄럽게 해요. 벽에 못을 박는 시늉을 하고, 강아지를 따라다니며 위협하는 행동도 하고, 엄마에게 말대꾸도 하지요. 결국 엄마는 맥스에게 저녁밥을 주지 않은 채 잠자리로 보내요. 맥스가 방으로 들어가자 방은 상상의 세계로 변했고, 맥스는 맥스 호를 타고 밤새 항해하여 괴물 나라에 도착해요. 처음에 괴물들은 맥스를 위협하지만, 맥스는 눈 하나 깜짝 않고 괴물들을 제압해요. 괴물들은 곧 맥스를 괴물 중의 괴물이라며 괴물 나라의 왕으로 떠받들어요. 왕관을 쓴 맥스는 괴물들과 아주 신나는 괴물 소동을 벌입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치며 자유로운 몸짓으로 대축제를 하는 모습입니다. 세 개의 양쪽 펼침면에 걸쳐 글자는 하나도 없이 그림으로만 맥스와 괴물들의 즐거운 한마당이 펼쳐지지요.


그러다 맥스는 괴물들에게 “이제 그만!”이라고 외친 후, 마치 엄마가 자기에게 했듯이 저녁도 굶긴 채 괴물들을 잠자리로 보내요. 맥스는 자기보다 훨씬 크고 험상궂은 괴물들에게 자신의 야수성을 과시함으로써 억압되었던 내면의 분노를 유감없이 풀어헤칩니다. 이로써 맥스는 충분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었고 이내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즉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이제 맥스는 미련 없이 괴물 나라 왕을 그만두기로 합니다. 괴물들이 아무리 애원해도, 위협해도 맥스는 괴물 나라를 자발적으로 떠나 엄마가 있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요. 맥스가 현실에 안착했을 때, 방에는 엄마가 가져다 놓은 따뜻한 식사가 맥스를 기다리고 있네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현실에서 쌓인 불만과 분노를 상상의 세계에서 신명 나게 풀어헤친 후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어린이의 모습을 아주 치밀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해낸 그림책입니다. 맥스가 상상의 세계로 접어들면서 그림이 차지하는 부분이 점점 커지더니 상상의 세계가 극에 달하자 그림만으로 세 개 펼침면을 장식하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부분에서는 그림이 차츰 작아져서 엄마가 있는 현실 세계로 돌아오자 그림은 아예 사라지고 글자만 남게 됩니다. 마치 음악에서 크레셴도로 소리가 점점 커지다 그림만으로 표현된 절정 장면을 거쳐 점점 소리가 작아지는 데크레셴도, 그리고 마지막에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요. 그러므로 어린이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는 이런 구조를 마음에 새긴 후 읽어주면 어린이가 책을 더욱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될 것 같네요.


서정숙_그림책과 어린이교육 연구소 소장, 『그림책에게 배웠어』 공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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