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숙 선생님의 놓치면 안 되는 그림책
구룬파 유치원
니시우치 미나미 글 / 호리우치 세이이치 그림 / 이영준 옮김 / 26쪽 / 12,000원 / 한림출판사
놓치면 안 되는 세계의 그림책, 두 번째는 의기소침하던 코끼리가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게 담긴 『구룬파 유치원』입니다.
구룬파는 몸집은 크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고 눈물이 많은 코끼리예요. 이렇게 슬퍼하는 마음이 많아서인지 평소 잘 씻지도 않아 몸에서는 냄새가 진동해요. 정글의 다른 코끼리들은 회의 끝에 구룬파를 깨끗이 목욕시킨 후 일을 찾으러 나가게 하지요.
구룬파가 처음 찾은 일은 비스킷 만드는 일입니다. 그런데, 구룬파가 몸집이 커서일까요? 그는 아주 커다란 비스킷을 만드네요. 너무 크고 비싼 비스킷이라 아무도 사지 않아요. 가게 주인 비 아저씨는 구룬파에게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하지요. 그러니 구룬파의 실망이 클 수밖에요. 구룬파는 자신이 만든 비스킷을 들고 접시 만드는 저 아저씨네로 갑니다. 이번에도 구룬파는 연못처럼 커다란 접시를 만드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라는 말을 들어요. 구룬파의 실망은 이전보다 더욱 컸어요. 그다음으로 구두와 피아노, 자동차도 만들어봤지만 이번에도 너무 크게 만들어 쫓겨나고 맙니다. 울보 구룬파는 다시 마음이 슬퍼져서 눈물이 나려고 하지요.
이때 유치원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열두 명이나 되는 어린이를 돌보느라 너무 바쁘다며 구룬파에게 아이들과 놀아주면 좋겠다는 청을 하네요. 구룬파는 자기가 만든 피아노를 직접 치면서 아이들과 즐겁게 노래를 하고, 자기가 만든 비스킷을 아이들 간식으로 주기도 하고, 구두 안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접시에 물을 담아 수영장으로 활용합니다.
『구룬파 유치원』은 우선 코끼리 캐릭터가 매력적입니다. 몸집이 크니 무엇이든 힘차게 잘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고 심지어 마음이 약하여 눈물도 자주 보이니 반전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더구나 구룬파가 나름대로 열심히 만든 물건은 너무 커서 팔 수 없다는 이유로 가게 주인들로부터 매번 거부당하니, 코끼리가 겪는 난관에 어린이 독자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몰입하게 되지요. 어린이들은 구룬파가 이번에는 잘할 수 있을까, 또 이번에는 잘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아마도 구룬파의 실망이 점점 더 커지는 점층적 플롯이라 더 그렇겠지요.
결국 구룬파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로 끝납니다. 어린이 독자들은 구룬파가 겪은 여러 번의 실패가 정녕 실패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위로와 보상을 받게 됩니다. 어쩌면 그동안 구룬파가 겪은, 사회적 기준에 맞지 않는 시행착오들은 자신만의 잠재 가능성을 찾기까지에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구룬파가 만든 물건들이 모두 유치원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이게 되었으니까요.
등장인물, 사건, 플롯, 결말, 주제에 이르기까지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고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서정숙_그림책과 어린이교육 연구소 소장, 『그림책에게 배웠어』 공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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