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따뜻한 검피 아저씨와의 만남

- 서정숙 선생님의 놓치면 안 되는 그림책

by 행복한독서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존 버닝햄 글·그림 / 이주령 옮김 / 40쪽 / 11,000원 / 시공주니어



최근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그림책을 보며 즐거움과 위안을 얻곤 합니다. 그림책을 향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놓치면 안 되는 세계의 그림책을 한번쯤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좋은 그림책은 언어, 시대, 문화가 달라도 통하는 법이니까요.


첫 번째로 선정한 그림책은 영국 그림책작가인 존 버닝햄의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입니다. 이 책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어린 유아들이 즐겨 읽을 만한 그림책입니다. 인상이 좋은 검피 아저씨가 어느 날 배를 끌고 나오죠. 동네 꼬마들이 태워달라고 하니 아저씨는 둘이 싸우지 않으면 태워준다고 합니다. 셋이 배를 타고 가다가 강어귀에서 만난 토끼가 자기도 같이 가도 되냐고 하지요. 아저씨는 깡충깡충 뛰면 안 된다고 해요. 그다음으로 고양이, 개, 돼지, 양, 닭, 송아지, 염소가 아저씨에게 배에 태워달라고 부탁했고, 아저씨는 그때마다 각 동물이 지켜야 할 약속을 조건으로 내세웁니다. 물론 배에 탈 때는 모두 약속을 했지요.


그런데, 혹시 예상하셨나요?

얼마 동안 모두 신나게 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염소는 뒷발질하고, 송아지는 쿵쿵거리고, 닭들은 파닥거리고, 양은 “매애” 하고 울고, 돼지는 배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요. 개, 고양이, 토끼, 꼬마들도 아저씨와 한 약속을 어기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결국 배가 뒤집혀서 모두 물속으로 빠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다음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규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해 동물들을 배에 태워줬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아 아저씨가 화가 난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아요. 아저씨는 아이들, 동물들과 함께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몸을 말리더니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차를 마시자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 다 같이 둘러앉아 차와 간식을 먹네요. 게다가 다음에 또 배를 타러 오라고 합니다.

검피아저씨의뱃놀이-차마시기.jpg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는 유아가 좋아하는 동물이 차례로 등장하고, 하면 안 된다고 했던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책망은커녕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라고 말해주는 온화하고 관대한 아저씨가 등장해 아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야기 형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배를 태워달라는 동물의 요청과 아저씨가 그들에게 지켰으면 좋겠다고 내거는 약속이 반복되니까요. 같은 형식의 내용이 반복되면서 이야기가 점차 쌓이다가 약속을 어기는 행동들로 이것이 한 번에 무너져 내리고, 물속으로 모두 빠져버리는 클라이맥스 장면이 펼쳐져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배가 뒤집히는 일을 맞이하므로 모험담에서 맛볼 수 있는 흥미진진함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림 또한 감상 포인트입니다.

특히 왼쪽은 흑백, 오른쪽은 다채로운 색으로 그린 그림은 존 버닝햄만의 예술 기법으로 자리 잡은 특징이지요. 간결한 선과 은은한 색감은 간단한 구조의 이야기, 무더운 여름날의 분위기, 검피 아저씨의 온화한 인품, 약간의 부드러운 유머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절해 보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줄 때, 반복되는 문형 부분은 따라 읽게 하거나 여러 동물 역할을 나눠 함께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검피 아저씨는 어떤 분인지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검피 아저씨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도 권합니다.


서정숙_그림책과 어린이교육 연구소 소장, 『그림책에게 배웠어』 공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절하게 재미있는 스포츠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