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달콤한 직업
천운영 지음 / 300쪽 / 15,500원 / 마음산책
돈키호테의 식탁
천운영 지음 / 264쪽 / 17,000원 / 아르테
코로나 팬데믹 2년 차. 새해와 함께 『돈키호테』를 읽기 시작했다. ‘안 읽었어도 다 아는 얘기 같은’ 책을 진짜로 읽어보는 일, 격리의 시간을 보내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784쪽, 888쪽 두 권을 두 달 동안 매일 읽고, 3월엔 복습이랍시고 후루룩 다시 읽었다. 돈키호테 산초 들과 헤어지기가 그렇게 아쉬웠다. 함께 읽은 책방 친구들과 와인을 홀짝이고 하몽 비슷한 걸 씹으며 수다를 떨었으면 좋으련만. 시절이 계속 어수선했다.
돈키호테와 작별하는 아쉬움을 달래주려고 그랬을까? 3월 중순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 소설가 천운영의 에세이 『쓰고 달콤한 직업』(부제: 소설가의 모험, 돈키호테의 식탁)과 『돈키호테의 식탁』(부제: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이다. 부제까지 놓고 보면 같은 책인가 갸우뚱해질 정도다. 새로 나온 책들 목록을 살피다 보면 책들이 무리 지어서 세상에 나오는 걸 종종 목격한다. 세상의 관심사를 쫓아가는 게 책이니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책이란 4분 30초 삶으면 완성되는 반숙 달걀이 아니라서 날짜를 정해놓는다고 제때 나오란 법이 없다. 약속한 듯 같이 태어난 책들은 기묘한 쌍둥이들일 터. 그러므로 이 두 책을 나란히 만난 순간, 여전히 돈키호테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나는 깜짝 선물을 두 개나 받은 기분이었다.
소설가 천운영은 연남동에서 2년 남짓 ‘돈키호테의 식탁’이란 이름의 스페인 식당을 운영했다. 『쓰고 달콤한 직업』은 그 공간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작가나 선생님으로 불리던 소설가는 그곳에서 사장, 대표, 주인이 되었다가 셰프, 주방장도 되고, 그리고 ‘업주’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 많은 호칭들로 불렸어도 그는 늘 소설가였다. 식당이 아니라 주유소든지 방앗간이었다 해도 마찬가지였겠다. ‘글 쓰는 자’는 벗어던질 수 없는 숙명인 모양이다.
2년 동안 업주가 된 소설가는
고 회고한다. 골목부터 식당 입구까지 마중 나온 건 꽃잎처럼 뿌려진 일수 전단. 그 전단지에 새겨진 단어들이 “친절한 인사로 여겨지는 순간” “주방에 숨어서 두어 번 울었다”고 썼다. 자영업자들의 피로 물든 길을 조금쯤은 알고 있는 나는 그 피곤한 어깨에 요새 유행하는 마사지 건을 드드드득 쏴주고 싶었다. 마음의 피로까지야 모르겠지만, 근육의 피로라도 모두 다 풀라고 말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만나는 스페인 요리들의 맛깔난 사진 앞에서 식당 일이 소설 쓰기와 동반이 가능했다면 좋았을 걸 하고 몇 번이나 아쉬웠다. 지푸라기 당나귀가 맞아주는 그 스페인 식당이 여전히 문을 연다면, 그렇다면 『돈키호테의 식탁』에서 군침을 흘리게 만든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랑 솥째 걸어놓고 만든 파에야를 상상만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는 스페인 식당을 한참 검색해보았다. 1인분의 파에야를 팔지 않는 곳, 축제처럼 상을 차리는 곳을 찾아서.
이소영_마그앤그래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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