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는 그림책 공간 - 호수책장
누군가의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과 취향을 알 수 있어요. 호수책장도 책 이웃과 취향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책장을 하나씩 채워갑니다. 호수책장은 서울 강서구 발산초 앞에 자리한 생태 서점으로 지구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위한 지구 책장, 나를 존중하는 모두를 위한 마음 책장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생태와 환경에 대한 그림책에 조금 더 관심이 많은 숲해설가가 운영하는 책방이라서 곤충을 좋아하고 숲에서 놀고 싶어 하는 탐험가 친구들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조용한 오전이면 엄마들의 취향 모임이 시작되고, 방과 후 잠시 쉬어 가는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주말이면 동네 숲에서 함께 놀고 숲에서 만난 친구들에 대한 도감이나 생태 서적을 살펴보는 연구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기는 뭘 하는 곳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림책을 기획하고 교구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하던 책방지기는 아이를 따라 동네 숲을 걷기 시작하면서 생태교육과 숲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연과 환경, 우리의 발걸음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알고 싶어져서 숲해설가가 되었어요. 기획자가 아닌 독자로 책을 대하면서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고 따뜻한지 배우고 있어요. 그림 속에 숨어있는 작은 애벌레를 잘도 찾아내는 귀한 눈을 가진 친구, 무심히 던진 질문에 마음을 흔드는 띵(thing)언을 투척하는 꼬마 철학자님들과 완독클럽, 초록연구소, 생태작가단, 숲탐험대, 마음check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책방이 문을 열자마자 시작한 첫 프로그램인 완독클럽은 한 권의 책을 함께 읽는 시간으로 두 시간 정도 자리에 앉아서 읽어요. 처음에는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이야기에 푹 빠지는 시간인데 가끔은 책을 쓰신 동화작가님이 함께 읽어주시기도 해요.
‘같이 읽고 싶어서 왔어요’라며 같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작가님의 정체를 말해주면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져요. 독자와 창작자가 만나는 자리는 너무 따뜻하고 감동적이거든요. 앞으로도 아이들이 책을 만드는 모든 작업(글작가, 그림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 진행)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책을 들고 숲으로 가서 읽고 직접 새를 관찰하고 흙을 만지고 나뭇잎의 모양을 비교하면서 아이들이 기록한 글과 그림, 필름 카메라로 찍은 기록을 책으로 엮고 전시를 진행하는 등 생태작가단의 활동도 아이들과 함께 진화하고 있어요.
그림책에서 나의 마음을 읽고, 생태서적에서 숲을 이해하고 생태 감수성을 키워가는 책방이지만 그 책 속에서 다시 밖으로 나와 직접 만들고 실천하려는 책 친구들과 우유팩을 모으고 플라스틱 뚜껑도 모으면서 초록 마음을 키워가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동네 카페에서 버려지는 커피박을 모아서 클레이를 만들고 커피 비누를 만들기도 하면서 책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해보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차차, 그래도 여기는 북카페도 놀이터도 아닌 생태 책방으로 올해는 생태 그림책을 보면서 작은 풀 하나에도 마음을 보이는 그림책작가의 원화 전시와 함께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7월의 작가로 『알아맞혀 봐! 곤충 가면 놀이』의 안은영 작가를 만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초록 마음으로 함께 책장을 넘기며 신나게 놀아보겠습니다.
•위치 : 서울 강서구 강서로45길 132-14
•연락처 : 0507-1340-7690
•인스타그램 : @hosubookshelves
•홈페이지 : https://blog.naver.com/hosubookss
김자호_호수책장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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