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는 그림책 공간 - 그니여비 그림책놀이터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의 첫마디는 늘 한결같았다. 심지어 어떤 분은 검색까지 하고 온다. 그럼 나는 씨익 웃고는 아들들 이름이라고 말한다. 책방의 위치도 생뚱맞고 간판 이름도 생소해서 처음에는 “여기에 서점이 있다고? 그것도 그림책방이?”라며 놀라기도 한다.
그니여비 그림책방은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산과 논밭이 보이는 공단 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먹자골목 중간에 있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제2의 다른 일을 하려고 공부하던 중 동화 구연을 배우게 되었고 그림책을 좀더 공부하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그림책과 살기로 마음먹은 것이. 그러고 나서 주위를 살펴보니 소형 아파트 밀집 지역이라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들이 관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이 사는 것에 비해 책을 가까이하고 문화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 아이들이 좋은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어쩌면 나의 꿈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책방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은 책방의 책들은 어느 정도 주인장의 색깔을 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니여비도 마찬가지로 나름의 색깔을 추구하고 있다. 그건 그림책을 고를 때와 큐레이션 할 때 주요한 기준이 된다. 항상 이렇게 말한다.
예전엔 2층에 있었는데 밖에서 보고 올라와서 입구 문을 열면 작은 감탄을 한다. 알록달록해서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치원처럼 하고 인테리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아기자기하다고들 한다. 거기에 그림책의 앞표지도 한몫했다.
요즘은 그림책의 가독 연령이 따로 정해진 게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그림책의 1차 독자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어른 대상의 이야기를 품은 그림책들이 많지 않다. 이렇게 그니여비에는 어른들의 그림책보다는 아이들의 그림책이 훨씬 많이 전시되어있다.
그래서 오전에 엄마들의 그림책 읽는 모임이나 퇴근 후 20~30대 젊은이들의 모임을 준비해서 그림책의 또 다른 재미를 알게 하고 가치를 퍼뜨리려고 한다. 특히 아빠들의 참여를 신경 쓰는 편이라 주말이나 저녁에 아빠와 함께 읽는 그림책 시간을 종종 가지고 지원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작가 강연이나 그림책 인형극도 하고 이웃들과 함께하는 인디밴드 공연이나 그림 전시를 시도해서 주변 이웃들에게 그림책방이 그림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극장, 콘서트장, 갤러리가 될 수도 있고 언제든지 가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 중이다.
동화 구연과 그림책 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외부 수업도 나가지만 가능하면 책방에서 적은 인원의 아이들과도 꾸준히 책놀이 수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아이들과 하는 그림책 수업은 책방에서 준비하고 주문해야 하는 그림책의 수요도 알 수 있고 그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 그니여비의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처음엔 그림책의 표지 그림을 혼자서 따라 그리다가 하나둘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젠 제법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오프라인 모임만을 추구했는데 코로나라는 특수한 시기를 지나면서 온라인 모임으로 바뀌고 줌이 아닌 단톡방 모임으로 전환해서 전국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이 되었다. 참여 조건은 간단하다. 그림책을 사랑하고 그리길 좋아하기만 하면 된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각자가 그린 그림을 소개하고 그림책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가볍게 이야기하면서 한 주를 마무리한다. 그러다 보니 우연하게 두 번의 큰 전시회까지 열 수 있었다. 따라 그리기만 했는데 전시회라니 의아해하면서 더욱더 그림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림책 모사 모임은 중요한 모임이 될 것 같다.
얼마 전 책방이 이사를 했다. 옆 동네 작은 아파트 단지 앞 상가 1층으로 왔다. 주변이 학원으로 둘러싸여 있고 젊은 가족들이 많이 사는 동네다. 2층에 위치해 불편했던 점들을 보완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공간이 조금 좁아지긴 했지만 예전과 달리 아이들 혼자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접근성이 좋아져서 기대가 된다.
바람이 있다면 그니여비 그림책방이 이 동네에서 나름 자리를 잡아 이웃들에게 “우리 동네는 그림책 전문서점이 있는 곳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 동네의 일부분이 되기 위해 기존의 모임이나 프로그램을 지역민에 맞게 보완하고 좀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동네 문화도 알리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다. 다양한 그림책 주인공들처럼 어른과 아이, 가족과 이웃이 함께 기웃거리고 문을 열 수 있도록 서가와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은 매출도 적고 활동도 적지만 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위치 : 경북 칠곡군 석적읍 남율로5길 53-13
•연락처 : 010-3926-6526
•홈페이지 : https://blog.naver.com/milkmoka
•인스타그램 : @young97687
김미영_그니여비 그림책 놀이터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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