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제3의 장소

공유하는 그림책 공간 - ‘리디아 그림책방’

by 행복한독서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육아 중에 책 읽어주는 게 그나마 제게는 가장 쉬운 일이었어요. 그러다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마음을 가진 동네 분들과 그림책 모임도 시작하게 되었고요. 처음에는 아이 때문에 집어 든 그림책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제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지요. 그 자그마한 책이 사람 마음을 어루만져주다니요! 아이는 자랐지만 아이와의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그림책을 처분할 수가 없었어요. 그림책들을 소중히 보관하면서 은연중에 꿈을 키웠던 것 같아요. 언젠가 이 아름다운 책들을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이죠.

리디아4.jpg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 7평 작은 공간. 널따란 창과 함께 커다란 은행나무가 보였어요. 낡은 아파트 상가 2층 지금의 자리를 보고 단박에 반했습니다. 오래도록 바라던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여기가 아닐까 하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보는 것. 그렇게 2022년 1월,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처럼 주위를 환하게 비추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방을 용감히 열었습니다.


추억이 방울방울, 중고 그림책 서점

“어머 이 그림책! 우리 아이한테 많이 읽어주던 책이었어요.” 아이가 어릴 때 읽어줬던 그림책을 고객들이 책방 서가에서 발견하면 무척 반가워합니다. 그림책과 함께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거지요. 책의 순환과 오랜 수명을 기대하여 저희 책방은 양질의 스테디셀러 단행본 중고 그림책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봤던 깨끗한 그림책을 책방에서 파실 수 있어요. 책의 순환과 오랜 수명을 기대하지요. 가족, 친구, 자연, 성장 등 주제별로 큐레이션 되어 있어 관심 있는 분야의 그림책을 고를 수 있습니다. 하교 후나 학원 오가는 중 잠시 짬이 나는 시간을 활용해 아이들은 책방에서 책을 읽으며 쾌적하고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리디아1.jpg


남녀노소 책으로 함께 노닐다!

블로그와 SNS 채널을 통해 신·구간 그림책 소개글을 올리며 좋은 책을 알리고 소통하고 있어요. 또한 그림책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자신의 마음속으로 훅 들어온 그림책을 서로 낭독하고 이야기 나누는 ‘세렌디피티 그림책 낭독회’, 그림책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쿠키나 간단한 디저트 요리를 만들어보는 ‘맛있는 그림책’, 감정지능 코칭 워크숍 ‘그림책과 감정지능이 만나면’, 책방지기가 자세하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느낌과 소감을 나누는 ‘도란도란 그림책’, 그림책작가 한 명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리디아 작가전’, 글 쓰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글쓰기 모임 ‘우리 그냥 써봐요’, 그림책을 읽고 꽃으로 표현해보는 ‘그림책이 들려주는 꽃 이야기’, 인문학 키워드를 뽑아 여러 예술 활동으로 접근해보는 ‘인문학! 예술로 만져보기’ 등 다양한 정규 프로그램 및 원데이 클래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여름방학에는 리사이클링 체험을 하며 지역 주민과 함께 플리마켓도 했어요. 아직 펼쳐보지 못한 재능을 시험하고 싶은 곳으로 저희 책방이 활용되기를 바라며 여러 예술가와 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가 북토크, 그림책 테라피, 원예 테라피 등 책과 연계한 다채로운 클래스가 예정되어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9월부터 11월까지는 ‘청년 북돋움 시즌2’ 사회/정치 분야 책처방을 하고 있어요. 지원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작은 책방이지만 이곳을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이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익하고 재미난 일이 있을 거라는 믿음과 기대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장소 대관도 하고 있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사적 책모임, 소규모 모임, 그림책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프러포즈 공간으로 활용되는 등 여러 역할이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삶의 쉼표가 되는 장소

그림책은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무척 유용한 매개체입니다. 책으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하며 공감하는 것, 자기를 돌보고 타인과 다름을 인정하며 좀더 나은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 사랑방이 되어 주세요”라고 책을 좋아하는 동네 어르신이 응원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아직 만 한 살도 안 된 좌충우돌 책방이지만 주민들과 함께 삶의 쉼표 혹은 느낌표가 되는 책방이 되고 싶습니다. 공간의 힘을 믿기에 집, 일터 다음으로 책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제3의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책방지기 이외 다른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그런 날을 꿈꿔봅니다.


•위치 :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130, 14단지 B상가 201호

•운영시간 : 월~금 10시~17시(주말 및 공휴일 휴무)

•연락처 : 02-2642-9142

•블로그 : https://blog.naver.com/lydia_picturebooks

•인스타그램 : @lydia_bookshop


노현미_리디아 그림책방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 동네는 그림책방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