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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환대하는 공간

문화공간 산책 - 오늘은책방

by 행복한독서

2016년 7월에 문을 열어 벌써 6년이 흘렀습니다. 이사를 이유로 반년쯤 쉴 때도 있었고, 다른 일을 하며 단축 영업할 때도 있었으니 꽉 찬 6년은 아니었지만요. 그래서일까요. 10년을 앞두고 있는 게 두렵기도 합니다. 하나의 일을 10년쯤 하면 명쾌한 답이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런 기대가 멀어지고 있는 게 보이니까요. 대신 그 자리를 유연한 마음이 채워줍니다. 막히면 돌아가고 잘못 가면 되돌아오고 숨이 차면 천천히 가며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겠지요.


학창 시절, 저와 아내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했습니다. 사회복지란 단어가 쓰임에 따라 참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질문하려면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먼저 밝혀야겠지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때 사람답다고 할 수 있으며 약자도 살만하며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을 때 사회답다는 것이 배움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런 일이라면 어떤 자리에서든 사회복지를 해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희가 책방을 열었던 2016년은 잠깐 주춤했던 동네책방이 다시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책을 구실로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책방이라면 저희가 바라던 일을 펼치기에 알맞은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출판업과는 하나도 관련이 없던 둘은 무턱대고 책방을 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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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열기 전, 저희는 10쪽짜리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학창 시절 인연을 쌓아온 선생님들을 찾아가 이렇게 일해보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구상하는 바를 전했습니다. 그때 저희가 마음에 두고 있던 책방 이름이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물리적 환경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바람을 담아 책방 이름을 ‘오늘은책방’이라 정했습니다.

“오늘은 책방 가자”라고 사람들 입에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길 바랐지요.

지금 책방은 네 번째 공간입니다. 이번 공간에서는 지향하는 바를 좀더 적극적으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휠체어나 유아차가 드나들기 쉽도록 가급적 턱을 없애고 가구 간격을 넓게 배치했습니다. 돋보기안경을 비치했으며 테이블과 의자 높이를 다양하게 두었습니다. 화장실엔 기저귀 교환대와 안전 손잡이도 설치했지요. 이용 안내 및 메뉴판엔 가급적 쉬운 언어를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자본이 많다면 더욱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겠지만, 중요한 건 자본의 문제가 아님을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를 읽으며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유능한’ 세계보다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더 해방적이라고 믿는다. 어떤 손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미래보다는 고통받는 몸, 손상된 몸, 무언가를 할 수 없는 몸들을 세계의 구성원으로 환대하는 미래가 더 열려 있다고 믿는다”

라는 책 속 구절을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용에 불편함이 있더라도 누구나 환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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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덕분에 올 상반기, 두 번의 북토크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북토크 또한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생각하여 준비합니다. 올 4월, 동네 한의원 원장님의 책 『마음 병에는 책을 지어드려요』(남해의봄날)로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하는, 당신들의 북토크가 되길 바랐지요. 초등학생인 원장님의 두 딸에게 여는 말과 꾸미기를, 아내 분께는 지난 한의원 사진 및 손님들의 영상 편지를 부탁드렸습니다. 책에는 동네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책방 쉬는 날, 동네를 다니며 당신이 소개된 부분을 읽어드리고 영상 편지나 음성 메시지를 부탁드렸습니다. 행사 당일 풍경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쪽에선 지난 한의원 사진이 띄워져있고, 아이들은 밖에서 열심히 공놀이를 합니다. 두 아이의 여는 말로 북토크가 시작됐고, 약속한 한 시간 삼십 분이 흘러갑니다. 북토크를 마치고 영상 편지와 음성 메시지를 깜짝 상영했습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여느 북토크와 같은 모습이라도 괜찮습니다. 과정에서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살폈는지가 저희에겐 더 중요한 기준이니까요.


5월의 마지막 토요일에는 김남희 작가님을 책방에 모셨습니다. 먼저 기획단을 모집하여 북토크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의논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책방의 일에서 나아가 당신 일상의 어느 한 부분이 되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비슷한 관심사로 모인 분들이 알고 지낼 수 있는 관계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었으니 더 해볼 만한 일은 없을지 궁리했습니다.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이번에는 북토크를 마치고 원하시는 분들과 함께 산책하며 소회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서로의 품에 기대어 작가님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소리내어 책 읽는 모임, 대하소설 읽기, 일러스트 전시회, 책 만들기 수업, 어린이·청소년 걷기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책방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을 위와 같이 할 순 없겠지요. 다만 조금이라도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생동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을지 잘 살피고 싶습니다. 열에 하나라도요.


많은 사람이 각자의 방법으로 함께 사는 방법을 궁리하고, 또 기여하며 살고 있을 겁니다. 오늘은책방도 세상에 돌멩이 하나 얹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합니다. 책방이 언제까지 문을 열 수 있을지 모르지만, 10주년에도 어쩌면 맞이할지도 모를 20주년에도 지금의 생각을 잘 지키고 또 발전시킬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때도 ‘오늘은 책방 엽니다’라고 무심히 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위치 : 경북 경주시 소금강로8번길 11-2 1층

•운영 시간 : 평일 10시~19시, 주말 12시~17시 (일, 월 휴무)

•연락처 : 0507-1494-8328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today_bookshop

•홈페이지 : https://blog.naver.com/todaybs959


이준화_오늘은책방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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