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도서관 사서들의 북큐레이션
도서관 자료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은 북큐레이션이다. 북큐레이션은 말 그대로 북(Book)과 큐레이션(Curation)의 합성어로, 주제에 해당하는 자료를 선정하고 전시하여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자료를 소개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도서관에는 연간 계획의 큰 틀 안에서 매월 새로운 주제의 북큐레이션이 자료실 곳곳에 전시된다. 시기에 맞는 이슈에 도서관 이용자의 특성을 반영하여 북큐레이션 주제를 선정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담아 북큐레이션이 완성된다. 자료실에 전시된 북큐레이션은 활용에 한계가 있어 사서들은 선정된 도서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고, 새로운 채널로 확장된 북큐레이션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용자가 있는 반면 책을 특정하지 않고 관심 분야의 책을 살펴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도서관에서 다양한 주제별 리스트와 함께 서평 정보가 제공된다면 책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서들은 이러한 점을 고민하였다. 도서관 이용자는 원하는 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고 사서에게는 책을 추천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면 어떨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사서들로 구성된 동아리 형태의 책 소개 모임인 도서발굴단을 2018년에 구성하였다. 개인의 취향과 관심 분야에 따라 성인책과 어린이책으로 나누어 성인도서발굴단과 어린이도서발굴단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성인도서발굴단은 주제별 리스트와 서평을 누적하여 열람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네이버 포스트 ‘도서발굴단’을 개설하였다. 시기에 맞는 이슈별 도서와 서평을 게시하고 홈페이지 추천도서에도 함께 올려 이용자와 공유하였다. 본연의 업무 외 추진한 일이었음에도 도서발굴단 사서들은 온·오프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포스트 업로드를 꾸준히 이어 나갔다.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는 월간 발굴B(이슈와 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도서 소개), 무심코 C(도서발굴단이 무심코 고른 책, 무심코 Choice), 책리뷰가 도착했습니다(도서발굴단이 직접 읽은 도서와 서평)로 시리즈를 구성하여 매월 네이버 포스트를 발행한다. 9월 업데이트된 월간 발굴B에는 계절을 반영한 등산 관련 정보를 담아 ‘오늘도 산에 가는 이유’가 포스팅되었다. 사서들이 직접 작성한 『아무튼, 산』 등 책 5권과 월간지 『사람과 산』에 대한 서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는 구독자 대상으로 도서발굴단 콘텐츠를 이메일 뉴스레터로 발송하여 검색하지 않아도 바로 받아볼 수 있는 맞춤형 구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 서가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 중 아이의 연령에 맞는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림, 아동, 아기 등 어린이자료실에 필수불가결한 별치기호들과 많은 기관에서 쏟아내는 추천도서와 필독도서는 어린이책을 고르는 데 혼란을 가중시킨다.
도서관에서 연령별 추천도서를 책꾸러미로 만들어 제공한다면 쉽고 편리하게 어린이책을 빌려갈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도서발굴단은 어린이책의 특별한 오프라인 서비스 ‘책꾸러미’를 생각하였고 방법을 구체화하여 자료실 대출 서비스로 이어졌다.
어린이도서발굴단은 정기 모임에서 각자 골라온 신간 추천도서를 모두 함께 읽는다. 한 권 한 권 책을 직접 읽으며 이 책은 왜 선정되어야 하는지, 연령에 적합한 책인지 의견을 공유하고 어린이에게 추천할 책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양한 시각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며 어린이책을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고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최종 선정된 책은 연령별로 6~7세, 8~9세, 10~11세, 12~13세의 5꾸러미와 부모용 2꾸러미로 한 도서관당 22꾸러미, 110권이 준비된다. 하나의 어린이 꾸러미는 문학, 비문학, 글밥책 등 다양하게 구성된 책 5권으로 완성된다. 꾸러미 책과 함께 제공되는 리플릿에는 어린이도서발굴단 추천도서 전체 목록과 함께 독후 질문지를 포함하여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하였다. 어린이도서발굴단 책꾸러미 서비스 ‘안녕, 책꾸러미’는 고양시 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 비치되어 도서 대출 회원 어린이 누구에게나 대출되며, 연 2회 새로운 책꾸러미 서비스가 제공된다.
도서관통은 고양시 도서관 사서가 모두 참여하여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온라인 북큐레이션으로 카카오톡 채널 친구 대상으로 발송되는 카드뉴스 형태의 정보 서비스이다. 도서관+통(通)과 도서+관통(貫通)의 중의적 의미로 도서관과 이용자가 자료를 기반으로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의미하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을 그룹화하여 연간 운영 일정이 짜여지는데 순번이 된 도서관은 그룹 회의를 통해 주제를 선정하고 콘텐츠를 수집 및 가공하여 정해진 페이지별로 내용을 구성한다. ‘자료를 중심으로 한 정보 제공’이 도서관통의 핵심인 만큼 주제별 콘텐츠에는 반드시 자료 정보를 포함하여 작성하고 있다.
도서관통 9월호 ‘세대공감_요즘 애들, 그리고 요즘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를 예시로 살펴본다.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주제 선정이다. 기존에 다루지 않았으면서 트렌드와 관심사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순번이었던 한뫼도서관과 주엽어린이도서관 사서들은 그룹 회의를 통해 MZ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세대공감’을 주제로 정했다. 주제 선정 후에는 MZ세대에 대한 소개와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제 관련 북큐레이션 도서를 선별하였다. 다양한 책 소개를 위해 MZ세대 관련 트렌드, 경제관, 키워드, 작가, MZ세대 인기 대출 도서 등으로 페이지를 구성하여 책을 선별·배치하였다. 책뿐만 아니라 관련 영화와 드라마, 기사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주제에 대한 풍성한 정보를 얻도록 하였다. 앞서 소개한 성인 및 어린이도서발굴단 추천도서도 도서관통에 함께 소개하여 고양시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자료 서비스를 함께 소개하였다.
페이지별 내용이 확정되면 디자인 작업을 더해 매월 15일, 최신 이슈와 시기별 관심사를 담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카카오톡 채널 친구에게 전송된다. 2017년 이용자에게 찾아가는 정보 서비스를 고민하며 시작된 도서관통은 카카오톡 채널 친구 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2022년 10월 현재 22,949명의 친구가 도서관통을 구독하고 있다. 업무 외 시간이 요구되는 일임에도 고양시 사서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노력한 결과이다.
고양시 도서관 자료실에는 어디에나 북큐레이션이 운영되고 있다. 사서들은 매달 북큐레이션을 준비하며 큐레이션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고민한다. 단순히 추천도서를 예쁘게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과정이기에 북큐레이션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도서관에서, 네이버 포스트에서, 책꾸러미에서, 도서관통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과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서들은 늘 그랬듯이 다음 북큐레이션을 준비한다.
공지영_고양시립화정도서관 주무관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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