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산책 - ‘책방 연희’
책방 연희는 6년 차다. 마의 2년을 넘기고 또다시 2년을 넘기고 넘겼다. 이만하면 잘 버텼다. 특히 코로나가 시작되어 도시가 멈춘 것 같았던 2020년은 무척이나 힘들었을 때였다. 그 시간 동안 책방은 책방대로 나는 나대로 새로운 전환을 맞이했다. 그렇다고 큰 변화는 아니다. 보이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태도가 달라졌달까. 조금 더 기본에 충실하고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책방 연희는 커피와 차, 술을 팔지 않고 문구류가 없어 책만 파는 책방이다.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임과 행사를 기획한다. 주로 읽고 쓰고 나누는 시간으로 정기 클래스와 원데이 클래스, 작가와의 만남을 운영한다. 정기 클래스는 외부 협력 강사들과 함께 4회 기준 한 세트로 진행한다. 현재는 그림책 스토리보드 만들기, 엽서책 만들기, 독립출판 제작 클래스,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 쓰기, 인디자인 클래스가 있다. 대부분 격월 또는 분기별로 진행되며 길게는 3년 이상 지속한 클래스도 있다. 원데이 클래스는 그때의 이슈에 따라 달라지는데 올해엔 팟캐스트 만들기, 동네책방 창업 클래스, 독립출판 A to Z 등을 진행했다. 작은 책방에서 모임과 행사를 꾸준히 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기획부터 강사 섭외, 참가자 모집, 진행까지 꽤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책만 파는 책방에서는 어느 정도 고정수익을 가져오는 일이며, 책을 중심으로 문화공간으로서 책방을 운영하고 싶은 운영자의 마음이다. 거기에 책방 연희는 한 가지 마음을 더한다.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취미를 찾고 사이드 프로젝트 혹은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최근 책방 연희에서 가장 중요하게 진행하는 일은 책을 발견하여 소개하는 일이다. 좋은 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일은 당장 수익이 생기거나 독자, 손님들에게 빠른 피드백이 오는 일은 아니다. 다만 내가 글을 쓰는 작가이자 책방을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작은 책방의 일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책방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책을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기본이지만 다양한 매체와 새로운 방법으로 책의 발견 기회를 늘려가는 중이다. 이 일은 크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나뉜다. 오프라인은 책방과 외부 큐레이션 공간, 온라인은 온라인스토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메일 뉴스레터가 있고 시즌별 온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한다. 독서모임은 분야와 책 선정, 그리고 발제문 작성에 매우 공을 들인다. 현재는 현대문학, 세계 고전문학, 비문학, 미술과 문학 사이 분야를 운영 중이다. 우리 독서모임의 최대 강점은 발제문이다. 이야깃거리를 중심으로 생각거리, 논의거리, 논란거리를 질문으로 뽑고 관련 본문도 발췌하여 공유한다. 모임이 시작되면 발제문을 바탕으로 참가자가 자유로이 생각을 말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마지막엔 오늘 들었던 인상 깊은 ‘말’을 나눈다. 책 속 문장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말이다.
독서모임 외에 내가 가장 힘을 싣는 일은 이메일 뉴스레터다. 구독자를 모아 이메일로 뉴스레터 형식의 콘텐츠를 발행하는 일이다.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유료로 ‘책방 운영자의 사생활’을 발행했고, 7월부터는 ‘책 읽다가 절교할 뻔’을 무료로 발행 중이다.
‘책방 운영자의 사생활’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책방을 함께 운영하는 4인인 약사, 바텐더, 작가, 변호사가 ‘책바’,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책방 연희’, ‘밝은 책방’의 일과 말 못 한 에피소드, 숨겨둔 개인의 취향과 사사로운 일상을 전했다. 내년 몇 편의 글이 개작되지만 대부분 새 글로 묶여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책 읽다가 절교할 뻔’은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운영자이자 약사인 박훌륭 작가와 함께 발행하고 있다.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시작한 책 교환 편지로 읽고 쓰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로 7월 시작하여 열세 개의 편지(9월 30일 기준)가 매주 수요일 발송되었다. 두 명의 책방 운영자가 어떻게 일주일을 사는지, 어떤 글을 쓰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알 수 있으며 편지의 말미에 신간과 구간을 한 권씩 추천한다. 사실 편지보다 책 추천 글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글의 길이는 무척 짧다. 하지만 어떤 책을 꼽느냐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더 좋은 책을 발견하기 위해 2022년 출간 책을 모두 신간으로 보고 좋아하는 책, 함께 읽고 싶은 책, 누군가 읽었으면 좋을 책을 꼽는다. 에세이 단행본 1쇄가 1,500부~2,000부가 평균인 요즘 시대에 400명의 구독자가 우리의 편지를 읽는 일이므로 특별한 일이다. 물론 모든 구독자가 편지를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일은 꽤 수고롭지만 꽤 재밌다. 이건 박훌륭 작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방 운영도 책을 고르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재밌지 않으면 오래 할 수 없다.
이처럼 책방 연희가 다양한 모임과 책을 발견하고 소개하는 이유는 하나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동네책방을 가까이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 하나다. 전국 곳곳에 작은 동네책방이 있다. 책방의 숫자만큼 책방 운영자마다 각기 다른 취향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도 난 읽고 쓰고 그것을 나누는 일이 즐겁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내가 읽고 쓴 것을 통해 누군가가 생각을 찾고 생활을 찾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35길 3. B1
•운영 시간 : 목~일 12시~18시 (월~수 휴무, 때때로 변경)
•연락처 : 0507-1429-5502
•인스타그램 : @chaegbangyeonhui
•홈페이지 : http://yeonhui.com
구선아_책방 연희 책방지기, 『일상생활자의 작가 되는 법』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