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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삶 속으로

by 행복한독서

나의 오두막

로이크 프루아사르 글·그림 / 정원정, 박서영 옮김 / 32쪽 / 14,000원 / 봄볕



『나의 오두막』을 보면서 세 부분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첫 번째는 오두막은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고 아주 깊은 곳에 숨어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오두막에는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결국엔 오두막을 떠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 전에는 일을 하다 지치면 훌쩍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나라와 날짜만 정한 뒤에 훌쩍 떠나는 여행은 일에 지친 저에게 ‘오두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혼자서 여행을 훌쩍 떠날 수 없는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오두막을 잃어버려 힘들었고, 나만의 오두막을 찾으려고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기가 나의 오두막일까? 여긴 아니야. 여기엔 호수가 없어. 여기일까? 아니 여긴 폭포가 보이지 않아. 오두막을 찾는 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여기야. 이곳이 나의 오두막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그림책이었습니다. 이제는 저의 오두막을 잘 정돈하고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매일 저녁 오두막을 떠나 다시 삶 속으로 돌아옵니다. 지금도 매번 그곳을 떠나는 것이 쉽진 않지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나의 오두막은 찾기가 쉽지 않아요. 숲 한가운데 숨어 있거든요.”


매일 즐겁고 행복한 삶만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지치고 힘든 날은 찾아올 것이고, 그때 자기만의 오두막이 있다면 잠시 그곳에서 벗어나 떠날 수 있습니다. 책 속 주인공이 찾은 곳이 호텔이나 별장이 아닌 아주 작은 ‘오두막’이 듯 우리가 찾는 ‘그것’도 아주 사소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오두막이 내가 꼭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 마음속 깊은 곳, 그 한가운데 숨어있는 어떤 것이라는 걸 책은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나의 오두막_본문.png

곰은 오두막에 누군가 오면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고, 오두막을 찾은 손님을 가만히 지켜봐줍니다. 나와 함께 걷고, 내가 부른 노래에 잠이 들기도 하지요. 그리고 오두막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오두막을 떠나면, 곰은 다시 그 자리를 지킵니다. 집은 주인이 떠나면 폐가가 된다고 합니다. 내가 오두막에 잠시 들러 쉬고 떠나 오랜 기간 찾지 않아도 빈 오두막을 지켜주는 곰. 내 마음속 오두막에 곰 한 마리는 꼭 있어야 하겠습니다.


“나의 오두막을 떠나는 건 그래서 늘 쉽지 않답니다.”


너무나 평온하고 조용한 오두막에 살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곳에선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집니다. 하지만 숲속에서 멈추어있을 순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있고 가족이 있는 곳으로, 나의 일이 있는 곳으로, 나의 삶이 있는 곳으로요. 잠시 휴식과 충전을 하고 다시 돌아갈 용기. 저는 이 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그래. 다시 돌아가자. 나의 삶 속으로.


구은혜_소나기 그림책방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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