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글·그림 / 44쪽 / 15,000원 / 북멘토
“일어나”라는 말을 태어나서부터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요? 사실 지치고 힘들 때 들었던 말이 아니라 아침에 더 많이 듣는 말인 듯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을 들었던 말이라 ‘아휴 듣기 싫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주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인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일어나』를 처음 펼치기 전 어떤 이미지를 먼저 접했습니다. 그 이미지에는 “일어나! 일어나! 내가 널 일으키지”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하지만 그림책의 한 장면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살짝 이른 감이 있어서 그림책을 처음부터 보았습니다. 이 그림책 속에는 주꾸미를 닮은 조이라는 아이가 나옵니다. 이 주꾸미 같은 녀석은 인간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주꾸미로 보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외계 생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인간이 아닌 생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감정을 이입할 수 있고 또는 제3자로 멀리서 볼 수도 있는 그 무언가지요.
이 책의 면지에는 수많은 걱정이 모여듭니다. 물방울처럼 많은 걱정이 있지요. 그 걱정들을 잘 읽어보면 쓸데없는 걱정이 참 많습니다. 면지의 그 걱정들은 조이에게 곧 몰려올 겁니다. 면지를 지나 제목이 나오고 조이가 나옵니다. 조이는 고민하지요. “나는 대체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이 시작되고 걱정들이 몰려옵니다. 걱정들이 몰려오고 몰려와서 조이는 걱정들의 바다에 빠지게 되지요. 그리고 무기력함이 옵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본다면 이 바다 장면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항상 좋게 무엇이든 잘하는 것 같은 사람도 ‘공황’이라는 것을 앓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많은 스트레스로 본인이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바다에 빠진 것처럼 숨이 가빠오지요. 호흡이 힘들어지고 눈물이 나면 모든 것을 다 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바다 속으로 침식되어 들어가거나 바다 위에서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조이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림책 속에서 해님이 조이를 일으켜주고 안아주고 싶어 하는 것은 세상이 날 일으켜주고 안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같아요. 내가 일어난다고 해서 걱정들이 없어질까요? 그렇지는 않지요. 걱정은 죽을 때까지 항상 있는 녀석들입니다. 하지만 내면의 힘이 더 세다면 그 걱정들은 큰 문제가 아닌 내 삶을 좋은 방향으로 밀어주는 긍정적인 걱정이 될 겁니다.
이 책은 지금 우리들이 보았으면 합니다. 여럿이 보고 또 혼자 보며 내 상태를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무조건 ‘힘내!’라는 말이 아니라 ‘일단 일어나보자’라는 친절한 말을 나에게 보내보면 어떨까요? 누군가에게는 힘내라는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천천히 일어나보자’라는 친절한 말을 나에게 또 타인에게 보냈으면 합니다. 그 말들을 친절하게 풀어낸 책이 『일어나』입니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친절하게 힘을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야기해보아요. “일어나”라고.
최재경_노란우산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