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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한 다발 같은 행복을 주는 그림책

그림책 전문 출판사 - 북극곰

by 행복한독서

북극곰은 2009년 환경과 상생이라는 화두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우리 영혼에 울림을 주는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포부로 시작한 북극곰은 2010년 첫 번째 책 『북극곰 코다 : 까만 코』를 출간했지요. 환경 위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북극곰은 자신의 약점인 까만 코를 가려 환경 위기의 주범으로 대변되는 사냥꾼으로부터 자신을 구합니다. 독자에 따라 자연을 위협하는 인간과 위기에 처한 동물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애틋한 모성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하는 책입니다. 첫 책을 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어느 서점 엠디와 미팅을 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해 물어보면서 신생 출판사의 첫 책을 응원해 주었던 그 엠디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림6-표지세트1.jpg 『까만 코다』 이루리 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그림 / 『북극곰 코다』 이루리 글, 배우리 그림 / 『오늘은 웃으며』 이유진 글·그림 / 『꽃이 필 거야』 정주희 글·그림

첫 책을 들고 부스를 열었던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이스라엘과 튀르키예로 수출이 되는 행복한 일도 생겼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던 우수 교양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를 바꿔 출간한 『까만 코다』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으로 수출되면서 북극곰의 대표 도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 13년이 흐른 지금 북극곰의 책은 1종에서 300종이 되었습니다. 책의 종류도 다양해졌지요. 꿈나무그림책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창작 그림책이 100여 종, 그리고 무지개그림책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번역 그림책 100여 종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을 위한 문학 시리즈로 이야기샘 시리즈, 이야기강 시리즈, 이야기바다 시리즈가 생겼고. 정보 그림책 시리즈인 궁금해 시리즈와 그래픽노블 시리즈, 그리고 다양한 성인을 위한 책들도 출간하고 있습니다. 모두 저마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책들입니다.

그림6-표지세트2.jpg 『숲의 시간』 윌리엄 스노우 글, 앨리스 멜빈 그림 / 『삶』 신시아 라일런트 글, 브렌던 웬젤 그림 / 『한밤의 정원사』 테리 펜, 에릭 펜 글·그림 / 『산책』 다니엘 살미에리

다양한 에이전시와 해외 출판사에서 책을 소개하는 이메일을 받기도 합니다. 그중에 어떤 책은 보는 순간 우리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시, 그게 뭐야?』도 그렇게 첫눈에 반한 그림책입니다.

저작권사에서 보내준 영문 번역문을 보며 주간회의 시간에 즉흥적으로 그림책을 낭독해 봤습니다. 오, 직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1차 관문을 통과한 셈입니다. 까다로운 내부 독자의 눈에 들었으니까요. 에이전시를 통해 저작권사에 계약하고 싶다고 전달합니다.

다행히 이 책은 북극곰의 품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책 계약이 이렇게 쉽게 진행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엄격한 편집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냉정한 마케팅팀의 기준에도 맞아야 하지요. 이렇게 어렵게 우리 내부에서 합의가 이루어져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습니다. 다른 출판사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격 경쟁이 시작되면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계약을 체결했으니 이제 좋은 번역가를 찾아야 합니다. 시가 무엇인지를 한 편의 시처럼 소개하는 내용이라, 아름답고 풍부한 우리말로 번역해 주실 분을 찾아야 했습니다. 늘 번역하신 책을 보며 존경해 오던 이경혜 선생님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이 흔쾌히 번역을 맡아 주셨습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니 참 운이 좋습니다.

그림6-(본문)시 그게 뭐야7.jpg 『시, 그게 뭐야?』 토마 비노 글, 마르크 마예프스키 그림

어떤 책은 그림에 매료되고 어떤 책은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에 흠뻑 빠져듭니다. 어떤 책은 독특한 구성 때문에 재미있고, 어떤 책은 신선한 소재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시, 그게 뭐야?』는 첫 장면부터 제 눈을 반짝이게 했습니다. 읽는 내내 빙그레 웃고 있었지요. 이상하게 이 책은 마음껏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놀던 유년 시절로 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상상의 세계로 여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개구쟁이 그림도 한몫했을 겁니다.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 토마 비노가 글을 쓰고, 시 같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 마르크 마예프스키가 함께한 책입니다. 시란 무엇일까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아름다운 글과 서정적인 그림으로 답하는 책이지요.

그림6-『시, 그게 뭐야?』 .png 『시, 그게 뭐야?』 토마 비노 글, 마르크 마예프스키 그림

그런데 신기하게 어느 순간 시는 삶으로 읽힙니다. 시가 ‘이리저리 헤매는 법을 배우는 비밀 통로’이니 우리 삶도 이리저리 헤매도 괜찮은 거야 하고 위로하는 것 같습니다. 또는 시는 ‘언제 보내도 결코 늦지 않는 편지’이기도 하니 아직까지 하지 못한 어떤 일에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삶 자체가 시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저는 시를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모아 멋진 꽃다발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시인은 낱말을 정성스럽게 모아 꽃다발처럼 감동적인 시를 지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사람이니까요. 이 책의 표지 그림처럼요. 그렇게 북극곰이 출간하는 책 한 권, 한 권이 모여 독자에게 들꽃 한 다발 같은 행복을 주기를 바랍니다.


이순영_북극곰 대표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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