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노인입니다
김순옥 지음 / 264쪽 / 16,800원 / 민음사
“애들 둘 다 시집보내고 나면 우리도 여기 들어가서 살까?”
“어딜 들어가서 살아?”
남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여기는 책 『초보 노인입니다』 속에 나오는 실버아파트였다.
“햐~ 할머니들끼리 수원산성도 가고 경동시장도 가고 산에 가서 도토리도 줍고 밤도 줍고 참 재밌게들 사시네. 연배들이 비슷하니까 느리게 편안하게 지내시는구나.”
"실버아파트? 나는 싫은데?"
"왜 싫어? 실버아파트에 살면 밥도 안 해도 되고 여러 모로 좋을 거 같은데, 왜 싫어?”
실버아파트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실버 맞춤형 주거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 끼 식사가 제공되고 대형병원이 집 옆에 있으니 아프면 바로 달려가면 된다. 운동시설과 사우나도 구비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다양한 모임을 꾸릴 수 있는 동호회실도 마련되어 있다. 노인들에게 최적화된 실버아파트 입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80세라고 한다.
노인들에게 최적화된 장소이지만, 이제 막 60대가 된 저자에게도 실버아파트는 낯선 세계였다고 한다. 그래서 2년 8개월 만에 살던 실버아파트에서 이사를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좋지만 아직은 실버아파트에 들어가서 살긴 싫은 내가 찾은 궁색한 변명의 이유다.
내말은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남편은 실버아파트 이야기에 푹 빠졌다. 호르몬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인가. 이제 막 60대에 들어선 남편은 생전 안 하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설거지도 하고 드라마도 보고 책도 읽고.
“이 책 참 좋으네” 하며 남편은 말없이 책을 펼쳐 내밀었다. 남편이 책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이 나에게 손짓한다. “이리로 와, 이리로 와. 어서 이 선을 넘어와.” 그러고 보니 나도 낼모레면 60대에 입문하는 초보 노인. 우리 남편은 60대에 들어섰으니 초보 노인이 맞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실버아파트에 들어갈 태세로 나보다도 열심히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그것도 모자라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몇 날 며칠 공들여 읽는다.
인간은 모두 늙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좋은 책의 순기능. 『초보 노인입니다』는 늙는다는 것에 대해 위로와 용기를 준다. 노년기에 대한 선행학습까지 해주니 ‘노인이 된다는 것’에 너무 두려워하지 않기를…. 곧 초보 노인이 되는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혼자 늙어 가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얼마나 귀한지.” (11쪽)
저자는 소소하기 이를 데 없는 자신의 이야기들에 맞장구쳐 줄 어딘가의 실버 친구들, 그리고 가뭇없이 실버기에 막 들어선 이들에게 조금은 낯익은 미래이길 바라며 늙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고 적는다.
김순옥 작가 말대로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는 동료, 이제 막 60대에 들어선 초보 노인, 여기 한 사람 추가요! (에세이, 일반)
김인자_그림책작가, 『책 읽어주는 할머니』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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