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보는 그림책작가의 세계
모리스 샌닥은 미국 브루클린의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형과 누나를 둔 막내로 태어났어요. 그는 강한 개성이 담긴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 수많은 그림책을 만들며 숱한 논란과 엄청난 인기의 중심에 섰고, 만화영화와 뮤지컬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그는 “어린 시절 특정한 순간들의 정서적 특징들을 기억해내는 능력 덕분에 독특한 어린이책 그림작가로 인정받는다”고 자신을 평가해요. 병약하고 예민했던 어린 시절, 일요일마다 찾아오던 친척들을 몹시 두려워했고, 시끄러운 진공청소기의 소음을 못 견뎌 청소할 때마다 옆집으로 피난 가 있었어요. 또한 찰스 린드버그의 갓난 아들이 납치되어 죽은 채로 발견된 사건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지요. 어린 모리스는 “유명한 아기도, 금발 머리인 아름다운 아기도 죽을 수 있는데, 나처럼 못생기고 작고 검은색 머리인 아이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라고 고민했어요.
어린 시절의 그런 공포들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 그리고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에서 표현돼요. 먼저 모리스 샌닥이 쓴 『Caldecott and Co.』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배경을 살펴보지요.
“브루클린에서 살 때는 일요일이 오는 게 무서웠습니다. 우리 형제들은 일요일마다 찾아오는 일가친척들 때문에 옷을 갖춰 입고 있어야 했지요. (…) 친척들의 삐져나온 코털, 충혈된 눈, 썩은 이빨 등을 관찰하곤 했지요. 어머니가 하도 느리게 음식을 만들어서 친척들은 기다리다 배가 고파 결국은 비스듬히 앉아 내 뺨을 꼬집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넌 무척 맛있어 보이는구나. 우리는 너를 먹어버릴 수도 있어.’ 우리는 그 말이 진짜라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먹었으니까요. 내 책의 ‘괴물들(Wild Things)’은 아마 그 친척들일 겁니다.”
친척들은 책에서 괴물들로 표현되었고 그들이 했던 말, “We will eat you up”은 책에서 괴물들이 맥스에게 여기 함께 있지 않으면 잡아먹어버리겠다는 협박으로 쓰였어요. 그러나 맥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을 버리고 다시 따스한 저녁밥 냄새가 풍기는 현실로 돌아오지요. 모리스 샌닥은 자신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친척들을, 책에서 맥스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괴물들로 표현해서 어린 시절의 공포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또한 어린 시절 병약했던 아들에게 눈길을 떼지 않았던 어머니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한결같이 떠 있는 달로 형상화되었지요.
『깊은 밤 부엌에서』는 진공청소기의 시끄러운 소음에 예민했던 기억과 어린 시절 세계 박람회에서 본 광경과 냄새에서 탄생했어요. 하얀 모자를 쓴 키 작은 사람들이 빵을 구우면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빵과 케이크 냄새가 건물 밖으로 마구 쏟아지던 기억이 생생했거든요.
꼬맹이 미키가 자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요. 미키는 벌떡 일어나서 그 소리보다 백 배는 더 크게 “거기 좀 조용히 해요!”라고 소리 지르지요. 그리고 미키는 화가 나서 휙 어둠 속으로 떠올라 제빵사들이 일하는 불빛 환한 부엌으로 둥둥 떠가서 반죽 속에 섞여 들어가고 오븐에서 구워져요. 하지만 반쯤 구워지다 뛰쳐나와 나머지 반죽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타고 하늘에 올라가 밀키웨이(은하수)에서 밀크(우유)를 제빵사 아저씨들에게 부어 빵을 만들게 하고, 도로 침대로 들어와 잠을 자지요.
이 책에서는 중요한 단서가 두 개 보여요. 우선 미키의 방 전등에 매달린 장난감 비행기예요. 미키가 환상 여행을 할 때 타고 다니는 반죽으로 만든 비행기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 거지요. 미키는 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꿈이 있었던 거예요. 또 하나는 현실에서 환상으로 들어갈 때 미키의 파란색 옷이 벗겨져서 발가숭이가 되어 부엌으로 들어갔다는 점이에요. 환상세계에서 미키는 반쯤 익은 갈색 밀가루 반죽 옷을 입고 하늘을 날아요. 그리고 우유병에 떨어지면서 다시 발가숭이가 되지요. 다음에 현실의 침대 속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잠옷을 입으니, 발가숭이란 건 현실-환상-현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이지요.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는 논란이 많은 책이에요. 아버지는 배를 타고 멀리 떠났고 엄마는 넋이 나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아서 아이다가 어린 여동생을 책임져야 했어요. 아기가 꼬마 도깨비들의 신붓감으로 납치당하자 아이다는 ‘거꾸로’ 창문을 나가 ‘저 너머 어딘가’ 미지의 세계로 가서 아기를 찾아옵니다. 이 책은 무책임한 부모와 유아 납치를 다루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 작가가 어린 시절 가장 무서워했던 찰스 린드버그의 갓난 아들의 납치, 살해 사건에 대한 거랍니다. 하지만 작가는 책에서 언니가 아기를 구해오게 함으로써 어린 시절의 좌절을 위로할 수 있었어요.
날선 공포감을 그림책을 통해 벗어날 수 있었던 샌닥은 먼저 간 형과 연인을 기리는 책인 『나의 형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2012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어쩌면 가뿐한 마음으로 하늘에서 그들과 함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자기 책들을 사랑했던 이승의 독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참고한 책>
『Caldecott and Co.』(Farrar Straus Giroux)
『Show Me a Story!』(Candlewick Pr)
서남희_번역가, 『그림책과 작가 이야기』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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