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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Oct 16. 2023

지역과 함께하는 시골 마을 문화사랑방

책방 배움터 - ‘문화잇다’

2019년 2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이를 시골 작은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20년 가까이 살아왔던 서울 은평구를 벗어나 새롭게 정착한 곳이 지금 살고 있는 충북 괴산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출판사를 본업으로 운영하면서 마을 작은도서관 관장을 맡아 열 명의 활동가들과 열심히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해 왔는데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역에 와보니 누구를 만나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부터 막막했었다.


그렇게 2년 동안 시골살이에 적응해 나갔고 2021년 집 마당 한쪽에 6평짜리 작은 책방을 지으면서 탄생한 것이 책방 ‘문화잇다’이다.

예전 책방 지원사업 심사와 컨설팅을 맡아 전국의 동네책방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전통적인 서점의 형태가 많이 변했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책방지기들을 만나 이야길 나눠보니 이전처럼 다량의 책을 구비해 놓고 사람들이 찾아와 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보유된 책은 적을지라도 각자의 개성을 살려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책방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고들 있었다. 


문화잇다는 6평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라는 점, 게다가 시골 마을에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길에 위치하다 보니 상업 공간으로 한계가 너무 분명해 보였다. 여러 고민 속에 이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책방을 문화사랑방으로 만들기로 했다. 인구 3만 7천 명의 농촌 소도시이자 대표적인 인구 소멸 지역인 괴산은 주민들이 문화 향유를 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시설도, 기회마저도 잘 없다. 특히 마을 단위로 보면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책방이 문화사랑방이 되어 주민들 누구나 찾아와서 대화를 나누고 갈 수 있고 책을 볼 수 있고 각종 문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괴산별곡’이다. 지역의 예술가, 문화 자원들을 연결해 콜라보 형태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콘셉트이다. 지역 극단과 연계해 책방 마당에서 펼쳐진 낭독극 「우리 오마니 살아계실 적에」 공연은 살면서 한 번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연극을 본 적 없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공연은 유튜브 라이브로 생중계되어 온라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책방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문화잇다

두 번째로 ‘음악이 있는 불멍책멍 책수다’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초청했다. 클래식 기타 연주자, 우쿨렐레 밴드, 소울리스트의 공연과 북토크, 책 나눔을 했고 참석자들과 팜파티를 함께했다. 이때부터는 괴산뿐만 아니라 청주, 서울, 경기도에서 일부러 책방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생겼다.

세 번째 행사는 마을 교육공동체 학부모들과 어린이·청소년들을 초청해 래퍼 박하재홍의 ‘랩과 인문학 하기’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시골에서 래퍼를 만나는 것도, 랩을 따라 해보는 것도 생경한 경험이어서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어 고맙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함께 보고 인문학자 장인숙 선생과 시네마 북토크를 했던 ‘영화 인문학’ 프로그램은 책방을 영화관처럼 꾸며 마치 다락방 영화제를 하는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작년에 진행된 괴산별곡은 총 5회로 구성되어 주민들과 함께했고 책방이 마을에서 문화공간으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방이 있는지도 모르던 마을 어르신들이 이제는 누군가 책방을 찾는 이가 있으면 자세히 위치를 알려주시고 홍보대사를 자임하고 계신다.


올해 괴산별곡은 지역 극단과 「친정엄마와 2박 3일」을 낭독극으로 올려 작년과 마찬가지로 마을 어르신,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지역 1인 출판사 대표이자 글쓰기 강사인 분을 모셔 글쓰기를 통한 감정 치유 수업을 진행했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해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시네마 북토크도 진행되었고 지역 예술가와 콜라보 공연은 청주시립국악단 해금 연주가를 섭외해 공연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게 되었다. 


이와 같이 책방 문화잇다는 철저히 지역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 물론 수도권에서 훌륭한 예술가, 작가, 전문가 분들을 모실 수 있지만 지역의 문화 자원이 지역 주민들과 이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문화가 좀더 풍성해지고 발전되게 하겠다는 것이 책방 문화기획의 기본 방향이다. 문화잇다는 2022~202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역서점 문화활동지원사업에 연속 선정되었고 특히 올해는 충북권에서 유일하게 뽑혔다. 

괴산으로 문화 귀촌한 책방, 1인 출판사와 함께 괴산책문화네트워크를 만들어 로컬잡지 『툭』을 발간하고 있고 괴산책문화축제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위치 : 충북 괴산군 청천면 청천10길 4

운영 시간 : 10시~17시 (예약제)

연락처 : 070-7724-4005

인스타그램 : @munhwait


천정한_책방 문화잇다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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